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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and New: 조류와 다이빙_최성순


Old and New: Current and Diving

조류와 다이빙

조류 다이빙을 좋아하는가? 나는 물론 좋아한다. 조류를 거슬러 가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다이버들 사이에 회자되는 속담 중에 “조류가 없으면 물고기도 없다 No current, No fish”는 말이 있다. 팔라우의 블루코너나 코모도의 캐슬락 등에서 다이빙한다면 이 경구가 틀린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조류는 때론 힘들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지만 조류가 없다면 또한 다이빙이 심심해질 것이다. 따라서 조류를 잘 이해하는 것은 다이버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최근 홍해의 브라더 아일랜드에서 다이빙하는 중에 엄청난 조류를 만난 적이 있다. 강한 조류가 예측되어 가이드는 네거티브 엔트리 Nagative Entry를 주문했고, 필자는 카메라 하우징을 품에 안고 뒤로 입수하여 수면으로 다시 떠오르지도 않고 바로 헤드 퍼스트로 아래로 하강했다. 목표로 했던 난파선까지는 불과 1분도 되지 않아서 도달했고, 약간의 하향조류까지 더해져서 생각보다 깊은 곳에서 난파선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어찌나 조류가 센지 난파선 내부에서도 물이 약간 밀리는 느낌이었다. 함께 입수했던 다이버 한 명은 수면에서 약간 지체하면서 20m 수심에서 시작되는 난파선을 지나칠 것 같아 절벽을 붙잡고 기어서야 겨우 난파선에 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 엄청난 조류를 버티느라 산호에 손가락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필자는 조류를 타고 흐르다가 난파선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조류가 세다는 생각은 했지만 엄청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다이버는 필자도 함께 경험했던 팔라우의 페릴리우 익스프레스 조류보다 더 세다고 주장했다.


조류는 어디가 가장 센가?
세계적으로 조류가 가장 센 곳은 노르웨이의 솔트스트라우멘 Saltstraumen으로 8 노트 knots 이상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3 노트 knots가 넘어가면 다이빙이 불가능하므로 다이버들이 실제로 다이빙을 하는 지역들 중에서 조류가 센 곳을 몇몇 꼽자면 팔라우의 페릴리우와 코모도의 바투보롱, 사방비치의 캐년과 베르데 섬의 워싱머신 등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 지역 외에도 사리 때에 다이빙을 시도하다가 3 노트가 넘어가는 강한 조류를 만나서 다이빙을 포기한 경우도 많았고, 그런 상황을 미리 예측한 현지 가이드들이 다이빙을 권하지 않았던 경우도 많았다. 또 어떤 경우는 조류에 대비하여 조류걸이를 갖고 다니다가 걸어놓고 조류를 따라 유영하는 물고기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따라서 조류는 장소뿐만 아니라 언제인지에 따라서도 세기가 달라진다.

조류의 세기와 다이빙
사실 1 노트 knot 이하는 가벼운 조류라 할 수 있다. 1 노트 knot는 1시간 동안 1해리(해상마일 nautical mile 약 1,852m)를 가는 속도이며 초속으로 하면 약 0.5m 수준이다. 이 정도 조류라면 작은 물고기들이 모두 조류에 저항하여 지느러미를 흔들며, 산호 가까이 떠있는다. 다이버들도 잠깐 동안 조류를 거슬러 다이빙할 수 있다.
1~2 노트 정도라면 중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작은 물고기들이 산호 바로 위에 붙어 모여서 지느러미를 열심히 흔들며 떠 있는다. 이 정도 조류는 큰 물고기들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쳐서 조류가 오는 방향으로 산호 등 조류를 막아주는 물체 뒤에 모여 있는다. 대부분의 물고기들이 조류에 저항해 유영을 한다. 따라서 드리프트 다이빙을 한다면 조류를 피해 모여있는 물고기들 가까이로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류를 거슬러 다이빙하기가 힘들어진다.
2~3 노트의 조류라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조류라면 작은 물고기들은 산호 가지 속으로 숨어서 보이지 않을 것이다. 큰 물고기들은 조류 뒤편에 모여 있거나 바닥 가까이에 붙어있을 것이다. 이 정도 조류에서는 자세히 보고 싶은 것이 있어도 머물러 있거나 거슬러 다이빙하기 힘들다. 그냥 흘러가는 것이 낫다.
3 노트 이상의 조류라면 매우 강한 조류로 더 이상 물고기를 지표로 삼을 수가 없을 것이다. 다이버 역시 매우 빠른 속도로 떠내려 가거나, 산호 바위 뒤에 숨어야 할 것이다. 조류를 정면으로 보게 되면 마스크가 얼굴에서 밀려가거나, 레귤레이터에서 프리플로우가 생길 것이다. 조류걸이를 이용한다고 해도 다이빙이 힘들며, 구경할 물고기들도 거의 없을 것이다. 이보다 더 이상 빠른 조류라면 너무 강해서 드리프트 다이빙을 하기도 위험할 것이다.


조류 다이빙
조류가 있을 때는 다이빙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미리 계획을 갖고 다이빙을 해야 한다. 먼저 다이빙 포인트의 지형과 예측되는 조류의 방향과 세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조류를 거슬러가야 하는지, 조류를 타고 흘러갈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이빙 포인트의 특성상 조류를 마주 받는 곳에서 어류들의 활동이 활발하고 볼거리가 많다면 그곳으로 가야 제대로 된 다이빙을 할 수 있다. 이때 조류를 마주 받는 곳으로 가는 방법이 매우 중요한데 지형과 조류의 방향에 따라 접근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팔라우의 블루코너나 페릴리우 같은 곳은 조류가 세지 않은 월 근처에서 입수하여 조류를 따라 흘러가다가 조류가 강해지는 코너에 멈춰서 조류걸이를 걸어놓고 리프의 코너 앞에서 지나가는 상어들과 물고기들을 구경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는 월에서 코너로 올라서는 순간 가장 조류가 강하게 느껴지는데 이때 타이밍을 잘 맞춰서 조류걸이를 걸어주는 것이 관건이다. 너무 앞쪽에 붙어서면 조류를 너무 강하게 받고, 뒤쪽으로 많이 물러나면 조류는 약해지지만 상어나 물고기 등의 구경거리와의 거리가 멀어진다.
입수하여 조류를 타고 가다가 정확한 위치에 멈춰서는 것이 다이버들의 스킬 수준이나 지형적인 여건 등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조류가 없는 곳에서 입수하여 목표지점까지 어느 정도 거리를 조류를 거슬러가야 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역시 다이빙 전 브리핑에서 다이빙 방식에 대한 이해를 공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류를 거슬러가는 것이 힘들다고 목표 지점까지 가지 않고 다이빙을 마쳐버릴 수도 있다. 물론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조류가 강한 상황이라면 거슬러가는 것을 포기하고 백업 계획을 적용해야 할 수도 있다.
조류를 타고 흘러가면서 다이빙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서 드리프트 다이빙을 한다면 다이빙이 매우 신나고 재미있을 수 있다. 중성부력을 맞춰 떠 있으면 조류가 다이버를 밀어주기 때문에 킥을 할 필요도 없어서 힘들지도 않다. 지형 변화에 맞춰서 산호나 절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살짝살짝 움직여 주기만하면 된다. 다만 조류가 리프를 벗어나서 외해로 빠져나가는 지점이 있다면 외해로 벗어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조류의 영향에서 벗어나 리프 뒤쪽으로 붙어야 한다. 브리핑 시에 미리 언급이 되었다면 다이빙 중에 가이드의 신호에 주목해야 한다.
정박된 보트에서 다이빙을 하는데 조류가 있는 상황이라면 처음에는 조류를 거슬러서 다이빙을 하다가 공기를 1/3 정도 소요한 곳에서 방향을 바꾸어 조류를 타고 보트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 오는 것이 좋다. 돌아올 때 처음 출발했던 보트의 위치를 찾아가는데 유의해야 한다. 시야가 좋지 않은 경우라면 보트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지나쳐 버릴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공기가 충분히 남은 상태에서 되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만약에 보트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SMB를 띄우고 천천히 상승하여 안전정지까지 마친 다음에 수면에서 기다려야 한다. 정박된 보트 다이빙에서는 입수한 모든 다이버의 출수가 확인된 다음에야 배를 움직이므로 수면에서 기다리다가 멀리 떠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주의해야 한다.
다이빙 보트가 수면에서 다이버들을 쫓아다니며 기다리는 다이빙을 한다고 해도 조류가 있는 지역에서는 다이버가 SMB를 비롯한 안전 장비를 휴대하고 다이빙하는 것이 좋다. 디리프트 다이빙 또는 안전정지를 하는 동안에 예상보다 훨씬 먼 거리를 흘러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이버용 개인 무전기나 위치추적 장비를 휴대하는 것이 표류할 경우에 보트에서 다이버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약간의 불편함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다.


야간 다이빙에서 경험했던 조류
약 5년전에 경험했던 일이다. 야간다이빙을 위해 아닐라오 선뷰 포인트를 찾았다. 수심 15m 정도의 경사면에서 피사체를 찾아서 촬영을 시작했는데 조류가 점차 강해져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리고 위치를 옮기려 바닥에서 약간 떠오르는 순간 조류가 밀어내기 시작하면서 다시 바닥에 붙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야간 다이빙이라 잘못해서 뭔가에 걸리기라도 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얼러트와 랜턴으로 신호를 보내서 다이빙을 중단하고 상승하기로 했다. 천천히 상승하고 있는 중에도 조류는 다이버들을 사정없이 흘러가게 만들었고, 안전정지를 하는 중에는 더 이상 바닥도 보이지 않아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몰랐다. 그리고 함께 다이빙했던 다이버들 중에 일부는 보이지 않았다. 야간 다이빙이라 SMB를 띄울 수 없었기에 랜턴을 수면으로 향하며 다이버가 떠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안전정지를 마치고 수면으로 상승하니 다행히도 리조트의 방카 보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보이지 않았던 다이버들도 이미 보트에 타고 있었다. 다행히 모두 무사히 다이빙을 마쳤지만 떠내려가는 동안에 보이지 않았던 다이버들에 대한 걱정과 보트가 우릴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은 가볍지 않았다. 조류가 있는 곳에서는 야간 다이빙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철사장으로 모면했던 실종
필리핀 푸에르토 갈레라에서 난파선 통과 다이빙 교육을 받을 때였다. 빅라라구나의 LBC에서 더블탱크를 매고 비치 다이빙으로 입수하여 지금은 무너져버린 드라이덕까지 갔다 올 때였다. 갈 때는 조류 방향이 우호적이어서 가볍게 흘러갔지만 돌아올 때는 조류를 거슬러 와야 했다. 더블탱크를 매고 있었기에 조류에 더욱 취약하여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보트 다이빙이었다면 SMB를 쏘아 올리고 그냥 흘러가면 되겠지만 비치 다이빙으로 입수를 했기에 스스로의 힘으로 입수지점까지 돌아가야만 했다. 바닥은 굵은 모래와 가는 자갈로 되어 있어서 붙잡을 곳도 마땅하지 않았다. 평소에 탐침봉을 사용하지 않기에 마땅한 도구도 없었다. 마지막 남은 수단은 맨손을 바닥에 박아 넣고 그에 의지해 조류를 거슬러가는 방법이 밖에 없었다. 손을 단련하기 위해 뜨거운 모래에 손을 박아 넣던 중국무술의 일종인 철사장과 같은 방법이었다. 그래도 효과는 있어서 겨우겨우 입수지점으로 되돌아 왔지만 그날 손가락은 모두 너덜너덜해졌다.


사방비치 캐년에서 했던 조류와의 밀당 다이빙
사방비치를 찾는 다이버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은 캐년 포인트이다. 에스카르시오 곶에서 동북쪽 외해로 튀어나와 있는 수중지형으로 조류의 영향이 무척 센 곳이지만 그만큼 물고기들도 많고, 지형과 산호들도 볼만하기 때문이다. 다만 다이버들은 물론 가이드의 경험치도 높아야 더욱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다.
보통 다이버들의 레벨이 낮을 경우에는 조류가 거의 없는 때를 찾아서 다이빙을 안내하지만 그럼에도 캐년에는 하향조류 등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서 가이드들도 항상 긴장을 한다. 하지만 다이버들의 레벨도 높고 캐년 다이빙 경험이 많은 경우라면 조류가 있을 때에도 캐년 다이빙을 들어가기도 한다. 경험 많은 가이드들은 조류의 방향에 따라 수중의 지형을 이용하여 캐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안내를 해준다. 때론 조류를 거슬러 가기도 하고, 조류에 흘러가기도 하고, 조류를 막아주는 곳에서 멈춰서 쉬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다이빙을 하니 조류를 피해 모여있는 물고기들을 구경하기도 하면서 더욱 다이나믹한 다이빙을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일행 중 한 명이 가이드를 좇아가지 못해서 마지막 순간에 조류에 먼저 밀려가 버렸고, 따로 상승한 그 다이버가 마침 SMB를 휴대하지 않은 상황이라 수면으로 돌아온 후에 무려 30분을 찾아 다닌 끝에야 찾을 수 있었다.
조류 다이빙이 다이나믹한 경험을 하게 해주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사례였다. 이후로 모든 다이버들에게 SMB를 휴대하도록 권장하였고, 다이버들의 최저 수준에 맞춰서 다이빙을 진행하도록 하였다. 아무리 재미있는 다이빙이라도 안전을 담보로 할 수는 없다.


조류 다이빙의 주의 점과 안전 장비
드리프트 다이빙아 아니라 조류를 거슬러 다이빙을 해야 한다면 기체 소모량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조류를 이겨내기 위해서 핀킥을 자주하게 되면 그만큼 체력 소모와 함께 기체 소모가 많아진다. 따라서 호흡을 안정시키려는 노력도 해야 하고, 잔압계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조류를 거슬러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다이빙을 진행한다면 네비게이션에 염두를 두어야 한다. 조류를 거슬러 다이빙을 할 때 조금만 방향이 틀어져도 조류를 타고 흘러올 때는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다. 따라서 돌아오는 시점의 공기 잔압도 절반이 아니라 2/3정도 남았을 때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
체력이 되지 않는다면 조류를 거슬러 가지 말고 조류를 막아주는 곳에서 머물거나, 드리프트 다이빙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미리 가이드와 상의하여 조류를 거슬러 가는 다이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안전을 위해서 조류걸이, SMB, 위치발신장치 등을 휴대하고 다이빙을 한다. 만약에 표류를 할 가능성에 대해서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조류를 효율적으로 거슬러 다이빙하기 위해서는 몸을 유선형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돌출되는 장비가 저항을 만들지 않도록 하고, 자세도 수평자세를 취하도록 한다. 또한 효율적인 핀킥 연습도 하고, 장시간 핀킥을 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조류가 너무 센 곳이나, 야간 다이빙에서는 조류가 있는 곳에서 다이빙을 하지 않는다.
Old and New는 오랜 다이빙 경험과 최신 다이빙 이론을 결합하여 초보 다이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을 정리하고자 하는 스쿠버넷 최성순 대표의 새로운 칼럼이다. 안전 다이빙을 위한 내용들이 주가 될 것이다.

최성순
스쿠버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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