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 제 1회 수중비디오촬영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너무나 어렵게 생각했었던 동영상에 대한 기본이론과 육상에서 촬영의 기초를 익히는 촬영방법을 공부하고 왔습니다. 그동안 동영상은 어렵고, 장비가 좋아야만 한다는 선입견을 고쳐준 너무나 좋았던 수업이었습니다. 한 발자국 더 비디오에 가까워진 소중한 시간이었지요.
나는 기계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어떤 기계든 기능이 많은 것을 무척 싫어한다. 기능이 많은 것을 구입해도 결국 게을러서 몇 가지 안 쓰게 되기 때문에 되도록 이면 쉽고 단순한 것을 구입하게 된다. 여태껏 디지털 카메라를 썼지만 동영상 기능은 사실 한 번도 제대로 켜보거나 찍어보지 않았다. 무척 창피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최고 기능의 카메라를 줘도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버릇처럼 쓰는 기능 외에 다른 것은 별반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동영상……. 남들이 찍은 것은 재미있게 열심히 보지만 정작 내가 찍을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장비도 비쌀 것 같고, 찍는 방법도 잘 모르고, 무척 어렵고 복잡해보이고, 거저 찍는다고 다른 이들의 영상처럼 잘 나올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여태껏 한마디로 “내겐 너무 먼 당신”이었다.이랬던 내가 요즘 좀 변해가는 것 같다. 이번에 스쿠버넷에서 주최한 수중 비디오 촬영 세미나는 나에게 새로운 영상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난 복도 엄청 많다. 수중 촬영전문가이신 고태식 감독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와우~이런 행운이…….값비싼 비디오카메라가 없으면 못 찍을 줄 알았던 동영상도 카메라에 동영상 기능만 있으면 가능 하단다. 그것도 고화질로 훌륭하게……. 진흙 속의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다.잘 찍은 동영상은 무조건 좋은 비디오카메라로 찍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난 가지고 있던 캐논 EOS 60D 카메라에서 동영상 기능이라는 문을 드디어 새로 열었다. 캐논 파워샷 s95도 함께…….카메라가 무척 기뻐했을 것이다. 이제야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봐준다고, 난 여태껏 카메라에 대한 예의가 없었다. 그 가능성을 모두 열어주지 않았으니…….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자기 카메라의 기능들을 다시 눈여겨 봐주기를 바란다. 어떤 멋진 기능들이 숨겨져 있는지 다시 그 보물을 찾아보시라는 것이다. 최고의 카메라를 나처럼 가장 별 볼일 없이 쓰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고 태식 감독님 가라사대“이론이 없으면 실기도 없다”페이스 북의 수중비디오 그룹에 가면 고 감독님이 쓰신 글 중에 “무작정 휘저으며 찍지 마세요. 비디오 촬영에도 문법이 있답니다. 한 컷 한 컷 정성껏 촬영하면 금새 프로가 되요.”라는 대문 글이 있다. 이 말씀이 무슨 말인지 이번 수업을 통해 제대로 이해 할 수가 있었다. 내가 평소에 봐온 비디오영상들은 보통 2가지유형이다. 아주 조잡하고 지겨워서 쳐다보기도 싫고 흥미를 잃게 만드는 영상과 너무 훌륭해서 감히 내가 찍어보겠다는 의지를 꺾게 만드는 영상들이다. 고 감독님께서 준비해 오신 자료들을 공부하면서 나는 그 두 비디오의 차이를 깨달아 나갈 수 있었다. 그 차이는 무작정 휘저으면 찍은 비디오와 이론이 바탕이 되어 철저하게 의도한 대로 찍은 비디오의 차이였다.
“이론과 기초의 중요성”아무리 머릿속에 아름다운 영상이나 재미난 스토리가 들어 있어도 기초이론과 사전의 철저한 준비 그리고 자신만의 편집의도가 없으면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표현 능력”이다. 그 표현능력의 바탕이 이론교육이라고 하셨다. 고 감독님이 가르쳐주신 이론의 기초와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들으면서 비디오가 무척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사실을 조금씩 느껴나갈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는 타임머신에 대한 상상을 참 많이 했었다. 시간을 거슬러가고 뛰어넘는 기계……. 나는 카메라와 비디오를 보면서 타임머신을 생각했다. 순간이동이나 내 몸의 먼 이동은 없지만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서 우리가 머물렀던 추억의 시간 속으로 마음이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쁨, 행복, 감동 등 그날의 모든 감정들 혹은 안 좋았던 일까지도 포함해서 우리를 그 시간의 추억 속으로 데리고 가주기 때문이다.바다는 항상 그곳에 있지만 오늘 들어간 바다와 내일 들어간 바다는 다르다. 모든 것은 순간순간 변하고 자라고 소멸 한다. 그래서 오늘 다시 만난 바다는 어제의 그 바닷물이 아니고 어제와 똑 같은 생물이 아니다. 작년에 가본 그 바다, 그 포인트로 다시 다이빙을 하더라도 이미 예전의 그 바다와 똑 같지는 않다. 우린 그 바다의 순간들을 카메라로 찍거나 동영상으로 찍어서 그 시간의 그 느낌으로 다시 느끼고 되돌아가 볼 수 있는 것이다. 카메라와 비디오는 정말 너무나 위대한 발명품이다. 나는 많은 사람들과 다이버들이 이 작은 타임머신을 가지고 행복해 지기를 바란다. 내가 가진 이 카메라라는 이름의 작은 타임머신을 너무나 사랑한다.사진은 절대적 아름다움의 찰나들을 찍을 수 있지만 동영상은 그 시간속의 추억들을 그대로 가져 올 수 있다. 그래서 우린 영상을 보면서 울기도하고 웃기도 하며 그 속으로 빠져 들 수가 있다. 렌즈를 통해서 본 나의 느낌과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영상을 보면서 촬영한 사람이 보고 느낀 모든 장면들과 그 시간들을 함께 공유하며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내가 봤던 그 순간의 아름다움이 평면적인 한 컷이 아니라 살아서 움직이는 3차원의 기록이 되는 것이다. 사진의 매력과 영화적인 매력이 어우러진 동영상의 기록은 그 순간을 시간 채로 퍼오는 아주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매력이 있다.무작정 휘저으며 찍어도 동영상은 찍힌다. 스위치 on만 하면 누구나 찍을 수 있다. 그 동영상은 나 혼자만 보고 나 혼자만 추억을 새기면 된다. 그 대신 다른 사람에게 보라고 권하면 안 된다. 왜? 이유는 잘 알 것이다. 자신도 지겨운 영상을 누가 즐거워하겠는가? 기왕 찍는 것이라면 같이 즐길 수 있고 내가 봐도 즐거운 동영상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을 하자면 제대로 된 이론 속에서 의도된 화면을 만들고 보다 더 아름다운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기법과 편집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딱히 프로가 되자는 것 보다는 나를 위해 그리고 같이 즐기는 동영상이 되도록 우선 익히고 배우는 것이다.
재미있는 이론수업을 마친 뒤올림픽 공원을 돌면서 배운 이론대로 동영상을 찍어보는 연습을 했다. “머릿속에 아무리 의도된 영상이 있고, 이미지가 있더라고 그것을 표현해 내지 못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머릿속의 것을 꺼내는 것 그것이 바로 표현 능력이다“ 그것을 위한 실습교육이었다.고 감독님이 숙제를 내어주셨다. 배운 이론을 그대로 적용해서 자신만의 주제를 넣어 찍어보라고, 이론수업을 들을 때는 다 잘 될 것 같던 영상이 막상 실습에 들어가니 내 마음대로 찍혀지지 않는다. 다시 돌려보면 흔들리고 잘리고,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지도 아직은 막막하다. 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고 뭘 표현하고 싶은 거지?서두르지 말라고 하신다. 많은 연습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욕심내서 멀리 가지 말고 천천히 기초만이라도 충실히 하라고 말씀하신다. 네~ 명심하겠습니다.1차 수업은 이렇게 마쳤다. 다음 번 실습은 육상실습이 제대로 되면 그 다음 수중 실습으로 들어가신다고 한다. 벌써 그날이 무척 기다려진다.수업을 마친 후 참가하신 모든 동료 분들과 간단한 저녁 식사를 했다.다이빙을 사랑하시는 분, 수중사진을 사랑하시는 분들, 그리고 수중비디오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을 만나서 서로 공감하며 이야기 나눈다는 것은 무척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다이빙과 사진, 비디오에 대한 이야기라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듯 즐거운 이야기들은 끝이 없었다. 기초 세미나라고 해서 오신 분들이 모두 나처럼 초보는 아니다. 이미 프로의 경지에 계신 분도 계시고 정말 많은 지식을 가지신 분들도 많았다. 그날의 수업에서 새로운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서로가 가진 많은 정보들을 공유하며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가 가진 별 것 아닌 조그만 정보도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다른 사람들의 많은 지식들이 나의 지식의 창고 속에서 보석이 되어간다. 하나를 내어 놓는데 열 개, 스무 개가 되어 돌아온다. 이것이 배움과 나눔의 기쁨이다 다음 수업은 1월 28일 뚝섬유원지에서 2차 야외실습으로 이어진다. 나의 행운에 감사하며 열심히 수업에 참여할 것이다.요즘은 다른 이들의 동영상을 봐도, 텔레비전을 봐도 그냥 보이지 않는다. 촬영기법에 대한 이론들이 생각나서 흐뭇해하며 화면들을 보게 된다. 작은 배움으로 인해 새로운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혼자만 보는 동영상이 아니라 다 같이 즐기고 이야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비디오영상을 만들 수 있는 그날을 상상해 본다. 이런! 혼자 흐뭇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