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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철의 제주 이야기 -사상체 해조류가 사라진 범섬 새끼섬 2019/02

이운철의 제주 이야기
사상체 해조류가 사라진 범섬 새끼섬

1년 전 비슷한 시기에 다이빙했을 때와는 달라진 범섬 새끼섬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평일에 날을 잡아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서귀포로 향했다. 문섬으로 들어갈까해서 서귀포항에 도착하니 넓은 주차장이 만차라서 주차공간이 없었다. 선장님께 다이버들이 잠수하러 들어갔냐고 물어보니 다이버는 한 팀도 안들어 갔다고 한다. 요즘 겨울 방어철이라 낚시객들로 서귀포항에 주차공간이 모자란 것이었다. 잠시 유어선 사무실에서 차 한잔 마시고 법환으로 향했다.

범섬으로 가는 유어선 위에서

법환항에도 다이버는 한 팀도 안들어갔다고 한다. 다들 해외 다이빙을 가서인지 주말에도 한두 팀 정도만 다이버들이 있고, 평일에는 다이버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한겨울에는 제주도도 추워지고 수온도 내려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거쳐야 바다는 다시 살아난다는 것을 알기에 제주도민 다이버로서 묵묵히 우리 바다를 들어가 보고 있다.

범섬과 새끼섬

1년 전 기사에 범섬 인근의 산호들에 해조류들이 뒤덮혀 있는 것을 올렸던 적이 있다. 수온도 내려가고, 부영양화로 시야가 흐려지면서 실 같은 사상체 해조류들이 번성하여 산호들을 뒤덮어 질식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봄이 지나 수온이 올라가고, 청물이 들어오면서 해조류들이 사라지고 산호들은 제 모습을 되찾아 다이버들에게 멋진 제주도의 수중 환경을 보여줄 수 있었다.
마침 그때와 비슷한 시기인지라 수중 환경이 어떤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다이빙 목적지를 범섬 새끼섬으로 잡고 유어선을 타고 들어갔다.

범섬 새끼섬의 조수웅덩이

절벽의 둥근컵산호에 폴립이 활짝 피어 있다.

주황색 해송과 연산호 군락


시야는 6~7m로 그다지 좋지 않았고, 수온은 16℃ 정도였다. 절벽을 따라 내려가다가 바닥 근처를 돌아다니며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예전에 보았던 사상체 해조류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올 겨울의 제주 환경은 사상체 해조류들이 번성하기에 적절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행히 산호들도 그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은 듯 다들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둥근컵산호도 폴립을 활짤 펼치고 있었고, 갈색, 흰색, 조황색을 띤 해송들도 우아한 자태를 보이고 있었다. 큰수지맨드라미, 가시수지맨드라미들도 폴립을 활짝 펴고 자세를 꼿꼿이 하고 있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제주 바다의 모습을 보여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푸른색 해송과 가시수재맨드라미

폴립이 피어 풍성한 둥근컵산호 군체


제주 바다의 수중환경이 하루 아침에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것은 아닐 것이지만, 지난 해 사상체 해조류가 범섬 앞바다를 뒤덮은 것은 일종의 경고라고 생각해야할 듯하다. 우리가 바다를 잘 보존하지 못하면 바다는 언제든지 우리에게 좋지 않은 모습으로 되돌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회갈색 해송과 산호 군락

큰수지맨드라미와 해송

해송과 바닥의 해면 군락에도 예전의 사상체 해조류들은 보이지 않았다


전세계적으로 해양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지고, 고수온, 부영양화로 인한 산호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은 이제 다이버가 아니라도 누구나 알고 있다. 제주도의 수중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제주도를 방문하는 다이버들뿐만 아니라 제주도민들도 함께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할 것이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들, 관광 숙식업체들에서 배출하는 하수들로 이미 제주도는 몸살을 앓고 있다.

가시수지맨드라미에 스트로브를 백드라운드로 조광하여 몸통을 뒤덮고 있는 히드라 군락이 드러나게 하였다.

큰수지맨드라미 군락


정치적인 문제는 선거와 투표를 통해서 바로잡도록 해야겠지만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자제하고, 바다 청소에 참가하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제주도 다이버들이 먼저 시작하면 제주를 찾는 손님 다이버들도 함께 동참할 것으로 본다.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하면 바다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운철
사진작가
스쿠버넷 제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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