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어 리조트의 말미잘 다이빙
말미잘 포인트 봉우리를 장식하고 있는 섬유세닐말미잘 군락밤새 높은 파도와 차가운 바닷바람이 매섭다. 혹시나 다이빙이 안 될까 걱정을 했는데 아침 일찍 바다를 보니 다행히 파도는 잔잔하고 약간의 너울만 있었다. 좋아지는 날씨에 설레는 마음으로 다이빙 준비를 서두르면서 시야는 어떨까 살짝 궁금해진다.
함께 다이빙 한 일행들(박주극강사,필자,신승태다이버, 박용진다이버)첫 다이빙은 '말미잘' 포인트다. 백상어 다이브리조트에는 많은 포인트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유난히 말미잘들이 많이 서식하는 곳이다. 그래서 포인트 이름도 말미잘이다. 수심은 20m를 전후로 해서 그리 깊지는 않고, 배로 이동 거리도 5분 ~ 1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다. 막상 입수를 하려 하니 생각보다 너울이 심하다. 약간의 울렁거림과 함께 급하게 입수를 시도하여 차가운 물속으로 내 몸을 맡겨 본다. 시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역시나 그리 좋지 않다. 전날의 파도 때문인 듯하다. 시야 보다 목 주위를 싸늘하게 감싸는 추위가 더 스트레스다. 수온이 많이 내려 갔는지 손끝의 느낌이 약간 시리다. 다이브 컴퓨터를 보니 6℃를 가르친다. 그래도 수온이 8℃ ~ 10℃때는 어느 정도 견딜만 했는데 6℃를 가르키니 점점 한기가 오는 느낌이 든다. 암반을 빼곡히 두르고 있는 말미잘 무리를 보면서 사진을 찍다 보니 한기는 어느새 살며시 잊게 된다.
말미잘 포인트에서 만난 문어암반 사이를 돌아 가니 문어 한 마리가 자리를 잡고 있다. 같이 간 일행한테 쳐다보라고 손짓하며, 수중렌턴으로 비추어 주었지만 암반과 비슷하게 한껏 위장한 문어를 쉽게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난 친다. 그런 일행의 오리발을 잡아서 다시 보라고 가르쳐 주니 그제서야 문어를 알아보고 OK 사인을 준다. 문어 사진을 몇 장 찍고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 본다. 바닥의 모래 위에 로프가 깔려 있어 로프를 따라 가본다. 한참을 가니 작은 암반에 또 다른 말미잘들이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바닥의 모래 때문인지 전날의 파도 때문인지 사진을 찍어도 부유물이 너무나 많이 같이 찍힌다.
문어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 중인 박주극강사더 진행을 하다 보니 이번에는 어민들이 쳐 놓은 그물에 도치가 걸려 있다. 숨도 못 쉬고 아등바등 걸려서 죽은 모습이 그물에 걸린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것 같다. 군데, 군데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도치들이 걸려 있다. 다이빙을 하는 다이버의 입장에서 고귀한 생명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착잡했다. 하지만 어민들은 나름대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죽어가는 생명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단지 그물도 다이버들에게 공포의 대상이기 때문에 뒤로 물러서는 방법 밖에 없었다.
포인트 옆에 어민들이 쳐 놓은 그물에 걸린 도치어느새 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니 다들 추운지 올라가자고 수신호를 한다. 입수했던 지점으로 돌아와서 부표에 연결된 줄을 잡고 상승을 준비를 한다. 천천히 상승하는데 아직도 사진을 찍고 있는 몇몇 다이버의 공기방울이 내 어깨를 스치며 무심히 지나간다. 그렇게 내 옆을 지나친 공기방울은 서서히 올라가면서 위로 퍼지고 마지막으로 수면에서 순간의 생을 마감하면서 작은 기포로 아스라히 사라져 나간다.
우리가 5m 안전 정지를 하고 있는데도 그 다이버는 아직 상승을 하지 않고 있다. 수면에 올라와서도 10분이 지나고 나서야 그 다이버는 출수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옷 속에 발열 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보다 좀 더 오래 있어도 춥지를 않았다고 한다.
암반에 붙어 있는 섬유세닐말미잘첫 다이빙을 마치고 모두들 추위 때문에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 두 번째 다이빙은 포기를 한다. 혼자라도 들어가고 싶지만 나 역시 추위 때문에 망설여 진다. 멀리 강원도까지 와서 한번만 하고 가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다이빙을 마쳤다. 다이빙 후에 백상어 건물 3층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며 바다를 바라보았다. 첫 다이빙을 나갈 때 보다 훨씬 더 바다는 잔잔해지고 있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았는지 식사를 마치고도 바다를 멍하게 쳐다 만 보았다.
말미잘 봉우리를 흑백으로 표현하였다지난 주에는 추워도 시야가 워낙 좋아서 2번의 다이빙을 하였는데 이번 다이빙은 추위와 그리 좋지 않은 시야가 두 번의 다이빙을 거부한다. 수온이 차가울 수록 말미잘의 화려한 모습은 더 멋있어 지는데 그런 멋스러움은 모두의 마음에 간직하고 다음 다이빙을 기약해야만 했다. 그렇게 말미잘을 눈으로 담으러 떠난 다이빙 여행은 '백상어 다이브 리조트'에서 또 하나의 아쉬운 추억만을 만들고 되돌아왔다. 몇 일이 지나면 머릿속에는 말미잘의 모습이 새삼스럽게 다시 떠 오를 것 같다. 그러면 또 다이빙 장비를 챙겨서 강원도 고성의 어느 바닷가를 찾아 갈 것이다. 그것이 설렘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단 한번의 다이빙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 . .
이상훈다이빙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