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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준의 시가 있는 바다 - 살며시 2019/06

김기준의 시가 있는 바다


살며시


팔라우코롤 근처
해저 40미터
스산한 분위기의
난파선 한 척이 잠들어 있어요

칠 년 전 오년 전 삼 년 전 찾아 갔을 때
조타실 근처에 분명 놓여있던
클리노메터 하나

배의 경사를 측정하던
내 삶의 균형을 잡아주던
작은 단지만한 녹슨 기계

이제는 사라져 버렸네요

온갖 쓰레기는
잘도 버리더만

참 그악해요
인간의 끝없는 이기심

이럴 땐
다이버인 내가
진짜 진짜 부끄러워요

누군가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으면

하얀 달 빛나는 밤바다 속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예전에 있었던 클리노메터의 사진



김기준
연세의대 교수
시인
서울시인협회 운영위원
NAUI 강사
Scubanet 자문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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