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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갯지렁이 -김기준의 시가 있는 바다 2017/12

꽃갯지렁이


바위를 닮은 산호
숨죽여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이윽고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살며시 소리도 없이
선운사 꽃무릇 닮은
저 부끄럼 많은 아이

푸르고 붉고 노랗고 하얀
형언할 수 없는 저 아름다움

크리스마스의 축복이 바다에 가득하다



김기준
연세의대교수
시인
서울시인협회운영위원
NAUI 강사
Scubanet 자문의사


* 크리스마스트리 웜이라 불리는 갯지렁이의 일종. 바다 속 바위나 산호에 붙어서 산다. 플랑크톤과 산소를 섭취하기 위해 내어놓은 아가미 깃털이 무척 아름답다. 가까이 다가가면 재빨리 깃털을 집어넣는데, 참 민첩하다. 개인적으로는 하느님이 만드신 가장 아름다운 동물이라 생각한다. 한국 생물학자들도 갯지렁이라 부르기 미안한지 이름 앞에다 꽃을 붙였고, 외국 학자들은 아예 크리스마스트리 벌레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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