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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철의 제주이야기 -따뜻한 문섬의 크리스마스! -2018/01

이운철의 제주이야기
따뜻한 문섬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처럼 울긋불긋한 문섬의 큰수지맨드라 군락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한 동안 거리마다 가게마다 캐럴이 울려 퍼지고, 반짝이는 트리와 구세군의 종소리가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만들었다. 하지만 캐럴은 음원저작권료 때문에 가게에서 함부로 틀 수가 없고, 투명하지 못한 기부금의 사용내역으로 사람들은 지갑과 함께 마음까지 닫고 있다. 그 옛날 동심 속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크리스마스가 그리워 수중에서 나마 기분을 내고 싶었다. 12월 중선 여영수 강사와 함께 아침 일찍 문섬 새끼섬에 도착하였는데 다이빙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아무도 도착하는 팀이 없어서 오롯이 둘이서만 수중의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나왔다.

이른 시간이라 새끼섬에는 아무도 없었다

해가 동쪽에서 올라오고 있을 때의 문섬

역광을 받은 새끼섬

매년 산타복장에 모자를 챙겨서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사진을 촬영하곤 했는데 지난 해 로그를 보니 그때는 수온이 16℃였다. 하지만 이번엔 수온이 18℃였는데 아직까지 바닷속은 따뜻했다. 다만 다이빙을 마치고 물 밖으로 나오면 체감온도가 6~7℃이다. 그래도 오붓하게 둘이서 한갓지게 다이빙을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문섬은 오히려 기꺼이 숨은 속살을 내보이는 듯하다. 평소와는 더 깨끗하고, 더 화려해 보인다.

파도가 없이 잔잔해서 문섬 얕은 수심의 분위기를 촬영할 수 있었다.

겨울에 북서풍이 불면 서귀포는 산을 넘어온 바람이 먼 바다 쪽으로 파도와 너울을 밀어버려서 장판처럼 잔잔한 날이 많다. 이럴 때는 깊은 수심의 맑은 물이 위로 올라오는지 시야는 더 좋아진다. 이 날도 바다는 잔잔했으며, 시야는 10m 이상 나왔다. 물때 마침 12물이라 조류가 없어야 하는데 시각이 막판 들물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강했다.

알록달록한 연산호 군락과 산타클로스 모자와 장갑을 착용한 여영수 강사

필자의 셀카

섬 다이빙은 입수한 곳에서 시작해서 다이빙을 하다가 다시 되돌아와야 하는 시스템이라 이동하는 거리와 조류의 방향과 세기 그리고 자신의 공기 사용량과 남은 공기량 등을 잘 계산해야 한다. 무턱대고 다이빙을 하다가 돌아올 때 역조류를 만나서 고전하다 보면 예상보다 훨씬 빨리 공기가 떨어지고 입수지점에 도착하기 전에 수면으로 상승해야 할 수가 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아니라 조용한 분위기에서 다이빙을 즐겼다

절벽에 모여 있는 주걱치 무리와 다이버

잔잔한 수면을 통해서 햇빛이 들어오는 새끼섬의 얕은 바위

이럴 때 수면조류까지 있다면 입수지점으로 나오지 못하여 흘러가다가 엉뚱한 곳에 도착할 수가 있고, 잘못하면 멀리 떠내려갈 수도 있다. 따라서 문섬 같은 곳에서 다이빙을 할 때는 경험이 많은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서귀포 항의 새섬 방파제 건설 이후로 문섬 새끼섬의 조류가 조금 때에도 예상보다 강하게 흐리기도 하고, 예측할 수 없는 엉뚱한 흐름을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분홍바다맨드라미와 큰수지맨드라미가 뒤섞인 연산호 군락

금줄촉수와 범돔

아무튼 아무도 없는 문섬 새끼섬에서 둘만 오붓하게 산타 복장으로 다이빙하며 수중 촬영을 했다. 해마다 연례행사로 진행하는 산타 다이빙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어린 시절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마저 잃어버리게 만들 것 같다. 그래서 함께 할 다이버들이 없으면 이렇게 단 둘이서라도 계속 행사를 이어가고 싶다.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보다 많은 다이버들과 함께 문섬 새끼섬이 시끌벅적하게 산타 다이빙을 했으면 좋겠다. 이웃들을 생각하며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제주에서는 다금바리라고 부르는 자바리가 바위에 앉아 있다.

이운철
사진작가
스쿠버넷 제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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