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8일 잠실 스쿠버 풀에서 제1회 수중모델 촬영대회가 있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수중모델 촬영대회였다. 대회 공고를 처음 보았을 때 무척 흥미롭고 신기했다. 하지만 감히 내가 참가 신청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너무나 먼 세상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콤팩트 카메라로 수중사진도 아직 몇 장 안 찍어본 사람이 무슨 엄두를 내겠는가? 가끔씩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수중모델 사진을 보면서, 해외 사진작가들의 수중모델 사진들을 찾아보면서, 무척 아름답고 신기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내가 직접 수중모델을 찍어보겠다든가, 내가 대회에 참가하겠다는 생각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아마 많은 분들이 그랬나 보다. 국내에 처음 있는 행사이고, 어느 수준의 어떤 사진작가들이 신청을 할지, 혹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되고, 어떤 사진을 보여주게 될지, 전혀 짐작들을 못하니 초기엔 선뜻 참여 신청을 하지 않은 듯 했다.그래서 주최 측에서 콤팩트 카메라도 신청 가능하다고 했을 때 어리석은 내 마음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 기회에 없는 실력이지만 착하게 머리수도 채워주고, 은근슬쩍 묻혀서 없는 실력에 두루두루 수중모델 촬영 경험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뻔뻔스럽게도 겁 없이 대회신청을 하게 되었다.물론 나만의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대회 날이 가까워질수록 많은 사진작가 분들의 신청이 접수되었고, 수중사진의 대가들이 대거 참여했으니 난 뭘 몰랐던 것이다. 마지막 날에는 갈등이 생겼다. 이거 나갔다가 엄청 창피만 당하는 것 아닌가? 망신 제대로 당하는 것 아닌가?마음을 다독여 수중 사진 속에서 놀고 즐기자는 마음으로 참가를 하게 되었다. 내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즐거운 기회일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주문을 걸었다.
용감해진 덕분에 난 이번에 생각지도 못했던 너무나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절대 한꺼번에 모이고 만날 수 없는 많은 수중 사진작가 분들, 이름만 들었던 대가들도 만날 수가 있었고, 앞으로 정말 훌륭한 수중사진 작가들이 될 젊은 작가들도 여러분 뵐 수 있었다. 그분들의 열정과 프로정신, 진지한 자세들, 준비부터 마칠 때까지 그 과정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흥미롭고 즐거웠다. 나야 경쟁상대에 들어가지도 못하니 모든 긴장감을 버리고 그저 지켜보며 행사를 흠뻑 즐길 수 있었다. 나에겐 한마디로 너무나 멋진 축제의 장이었다.
생각보다 준비 할 것들이 많았는지 대회는 예정보다 30분쯤 늦게 시작되었고, 예상보다 많은 참가인원 때문에 아주 늦게 마쳤다. 천과 조명, 수중모니터, 음향장치 등 생각보다 많은 어마어마한 장비들, 많은 스태프들과 모델들까지 그 준비 규모가 상상보다 참 컸다. 역시 모든 행사는 보이는 것보다 안 보이는 준비과정들이 더 힘들고 어려운 것인가 보다. 대회는 우선 콤팩트 카메라 부분부터 먼저 시작되었다. 총 9조 중에서 난 1조에 당첨……. 이런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첫 번째 조라니……. ‘두근두근’ 1번의 그 긴장감이란……. 그래도 매도 먼저 맞는 것이 좋다고 이 큰 행사에서 첫 번째 조는 아마 행운일 것이라 생각했다.
첫 번째 밸리댄스, 두 번째 웨딩사진, 세 번째 스포츠사진, 네 번째 발랄한 미니스커트 차림의 수중모델 촬영으로 4가지 주제의 사진을 찍어 각 부문 당 2장씩 총 8장의 사진을 제출해야 하는 방식으로 과제가 주어졌다.아마 멍하니 있다가 첫 번째 부분의 주제가 휙~ 지나간 것 같다. 긴장감 탓이리라. 경험 부족의 탓도 있을 것이고……. 장비를 메고 수중에서 사진을 찍는 그 기분은 찍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좋다고 표현해야 하는데 뭐라고 말할 수 없다."는 어느 광고 문구처럼 딱 집어서 말할 수 없는 꿈꾸는 듯한 그 오묘함이란……. 그 시간 속에 내가 있었음이 지금도 꿈같다.두 번째 웨딩사진. 정말 선남선녀같이 아름다운 모델들이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포즈를 잡아준다. 그 아름다움에 홀려서 마구 셔터를 눌렀지만 너무나 순식간에 아름다운 순간은 지나갔다. 세 번째 스포츠수중사진. 순식간에 보드를 타고 청년 모델이 내려왔다. 이번에는 속도에 놀라서 촬영 순간을 놓쳐 버렸다.네 번째는 짧은 미니를 입은 발랄한 아가씨. 이번엔 조금 정신이 든다. 그런데 이제 좀 찍어보겠다 하는 순간 모든 시간이 지나버렸다.한번만 더 찍어볼 수 있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주어진 모든 시간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아마 다른 분들의 마음도 이러했을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나왔지만 뒷 순서의 분들은 많이 안정되었을 것이다.역시 초보와 많은 경험을 가진 사진작가는 준비와 마음가짐 부분에서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순서가 끝나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른 사진작가 분들을 지켜보았는데 모든 장비의 철저한 준비와 카메라 세팅, 그리고 당신이 찍을 사진을 미리 생각하고 구상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준비 된 사람만이 좋은 작품을 얻을 수 있고, 좋은 사진이란 연구하고 준비하고 노력하는 가운데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대회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져서 중간에 나올 수밖에 없었지만 대회의 뒷풀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다이빙과 수중사진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분들의 모임은 정말 활기차고 즐겁다. 밤을 새워 바다와 다이빙과 사진을 이야기해도 모자라는 사람들이다. 사랑에 빠진 젊은이들처럼 홍조를 띄우며 이야기하는 이들은 정말 행복하고 즐거워서 옆에 있으면 더불어 모두가 행복해진다.
아마 어느 시인의 시처럼 저세상에 가서도 바다가 없으면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올 만큼 바다를 사랑하는 다이버들이다. 늦은 밤 모두들 헤어질 시간이 되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에 다시 내년의 제2회 수중모델 촬영대회를 기약하며 모임을 마쳤다. 내년에도 이분들을 모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벌써 너무나 그리운 시간들이다.사람이 한평생을 잘 살았는지 못 살았는지는 이 세상을 떠나봐야 안다고 한다. 그 사람이 떠난 뒤, 나중에 모인 사람들이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면 떠난 사람은 참 잘 살아 온 사람이고, 떠난 사람에게 불만을 표시하거나 안 좋은 말만을 한다면 그다지 잘 살았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날 우린 모두 끝나자마자 그 시간들을, 그 순간들을, 그 아름다움들을 너무나 그리워하고 있었다.처음이라 모든 게 다 좋을 수는 없지만 벌써 이다지도 그 시간이 그립고, 내년에 열릴 2차 대회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 것은 나 혼자 만이 아닐 것이다. 비록 사진대회로 주최되었지만 어떤 순위나 기대감 없이 한바탕의 놀이마당으로 다이빙계의 축제로 앞으로 더 많은 사진작가 분들과 나처럼 아마추어들이 참석해서 더욱 더 다이빙을 발전시키고, 수중사진을 활성화시키고, 즐겨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맛난 음식은 나눠먹으면 더 맛이 좋고, 잔칫집에는 사람이 많아야 즐겁고, 즐거운 놀이는 더불어 같이 해야 더 즐거운 법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더 멋진 축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니 벌써 그 시간들이 기대가 되고 기다려진다. 내년에는 조금 더 실력이 좋아져야 부끄럽지 않을 텐데 하는 조금 즐거운 걱정이 생긴다.
끝으로 이 대회를 주관하고 운영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모든 행사는 보여주는 것은 빙산의 일각같이 잠깐뿐이지만 준비과정은 바닷물 속에 숨은 빙산같이 크고 힘든 것이다. 그 멋진 시간 속에 함께 있게 해주심을, 그 축제를 누릴 수 있게 해주심을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모두들 정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