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마흔 아름다운 땅 필리핀 세부 섬 거북이 알을 뜻하는 모알보알 그곳으로 고래상어를 만나러 갔다 불혹(不惑)의 나이가 뭔지를 몰라 허둥지둥 하던 차 사진으로만 만나던 그 신비로운 현자를 찾아갔다
동 터오는 아침 카사이 절벽 바다 밑 수심 십 미터 나 홀로 기다린 지 한 시간 남짓
그 크고 순한 눈동자 순박한 모습 거대하고 우아한 자태 잠깐 스쳐갔지만 영원한 각인
필리핀 세부 섬 거북이 알 같은 모알보알 그곳의 열 살 남짓 아리따운 소녀, 실비아 개들이 뛰어 노는 산호로 만들어진 파낙사마 해변으로 그 가는 손으로 만들었을 목걸이와 팔찌를 팔러 나에게로 왔다
그 크고 순한 눈동자 순박한 모습 여리고 가여운 자태 잠깐 스쳐갔지만 영원한 각인
애처로운 저녁 바다제비 날고 있는 석양의 물결위엔 소금쟁이 마냥 방카들만 떠 있는데 이 무슨 간절함들인가
나는 이제 지천명(知天命) 실비아는 아마 꽃다운 묘령(妙齡) 뉘엿뉘엿 해가 지듯 스멀스멀 나이가 든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찾았을까 무엇을 잃어버렸을까
고래상어는 아직도 카사이 절벽을 지나다니고 있을 터 모알보알은 거북이 알을 품듯 실비아를 품고 있을 터 그런데 이순(耳順)으로 향하고 있는 나는 아직도 불혹(不惑)을 혹(惑)하며 회유하고 있는데 무거운 공기통을 짊어진 채 엄마의 자궁 같은 먼 바다 속을 헤매고 있는데 바다는 아무런 말이 없이 다만 그 깊고 푸른 침묵만 보여주고 있다
사진/최성순
김기준 연세의대 교수 시인 서울시인협회 운영위원 NAUI 강사 Scubanet 자문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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