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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스 섬 다이빙 오케아노스 어그레서 I - 2018/09

코코스 섬 다이빙
오케아노스 어그레서
I

클리닝스테이션을 찾아 나비고기의 청소 서비스를 받고 있는 코코스의 귀상어


얼마나 기다렸던 코코스 다이빙인가? 36시간의 항해 끝에 도착한 코코스 섬의 캄캄한 새벽을 맞이하는 감동은 정말로 벅찼다. 갈라파고스 다이빙을 처음 다녀왔던 1997년 당시에도 귀상어 Hammerhead shark는 코코스가 더 많고 확실하게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부터 언젠가 코코스에서 다이빙하게 될 기회가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리나 수년간 기획했던 2번의 시도가 실패한 끝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2년 전에 50%나 되는 예약금을 무리하게 넣어 놓고 기다렸다. 양승철 원장의 지원과 굳은 의지가 아니었다면 이루어지지 못했을 투어였다. 이후 기꺼이 함께 동참해준 김웅, 김동식, 김기준, 김성범, 김기상 등 선후배 다이버들이 있어서 어려운 투어를 쉽게 만들어 주었다. 이들에게 감사한다.

코스타리카 본토가 있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550km 정도 떨어져 있는 길이 8km에 폭 3km의 자그마한 코코스 섬은 스쿠버 다이빙의 창시자 자크 꾸스또가 몇 차례 방문한 뒤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고 극찬했던 곳이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명성에 가려지긴 했지만 태평양의 절해고도인 만큼 수중세계는 풍요롭고, 대물과 상어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떼 지어 유영하는 귀상어 무리는 코코스 섬의 수중세계를 상징할 정도이다.
10박 11일 일정의 리브어보드 투어 중에서 7일간 하루에 3회씩 총 21회의 다이빙을 마치고 나니 코코스 섬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다이빙 포인트 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듯했다. 사실 10년 가까이 기다렸던 투어이기에 코코스 섬의 다이빙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았던 탓에 계속해서 뭔가 더 나타나길 기다렸지만 실제 다이빙에서 직접 만났던 수중 환경만해도 대단한 것들이었다. 매 다이빙에서 귀상어를 보지 못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때론 가까이 때론 멀리, 때론 맑은 시야에서, 때론 흐린 시야에서 귀상어가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그리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타났다.



게다가 코코스 섬에서 가장 큰 부속섬인 마누에리타 섬 Isla Manuelita에 상주하는 뱀상어 Tiger shark들이 다이빙 중에 종종 그 모습을 비춰주었는데, 때론 너무 가깝게 다가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만타레이와 모불라레이도 수시로 나타나 주었고, 마블레이는 너무 흔할 정도였다. 한 무더기로 무리 지어 모여 있는 것은 물론 수십 마리가 함께 행진하는 장관도 보여주었다. 상어들 중에서는 갈라파고스 상어와 실크 상어가 가끔 나타났으며, 백기흉상어 whitetip shark는 다이버들이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흔했다.
다이버들이 귀상어와 뱀상어 그리고 만타레이 등의 대물들에 관심을 갖느라 잭피쉬 스쿨링이나 블루스트라이프 스내퍼, 옐로우고트피쉬, 요르단 스내퍼 등의 무리에는 크게 관심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것만 해도 다른 곳이라면 다이버들이 흥분했겠지만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잭피쉬 스쿨링이나 스내퍼 무리 사이로 지나가는 백기흉상어 정도가 되어야 조금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 이 정도면 코코스의 가장 지루한 다이빙 조차도 다른 지역에서는 수준급의 다이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코코스 섬까지 가는 길
코코스 섬이 코스타리카에 있기 때문에 항공편으로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San Jose, SJO)에 도착해야 한다. 한국에서 코스타리카를 가는 방법은 미국이나 멕시코를 통해서 가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 일행은 미국 LA를 거쳐서 가는 편을 선택했다. LA로 가는 항공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대한항공(KE017)을 이용했고, LA-산호세는 델타항공을 이용하여 수화물을 연계하여 인천에서 산호세까지 보냈다. 물론 미국에서 수화물을 한번 찾은 다음에 세관신고를 한 후에 다시 연결 항공사 수화물 위탁소로 맡기면 된다. 다만 돌아올 때는 코스타리카 공항의 델타항공 직원들이 인천까지 항공 연계를 할 수 없다고 해주지 않았다.
갈 때 LA 도착이 10시 10분이고, LA 출발이 다음 날 00시 30분이라 14시간 정도의 환승 시간이 있었는데 지인 박세화 강사의 도움으로 잠깐 LA 타운으로 나가서 점심 식사와 사우나 또는 관광을 한 다음에 저녁 식사까지 마치고 연결편에 탑승할 수 있었다. LA에서 산호세까지는 5시간 40분 비행으로 아침 07시 10분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어그레서의 지정 호텔까지 밴을 고용하여 이동하였고,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휴식하며 3시간 정도 대기한 다음에 준비된 차량으로 약 2시간 정도 걸려서 푼타 아레나스까지 이동하였다.



MV 오케아노스 어그레서 I에 탑승하여 간단한 브리핑을 받고 점심을 먹은 다음 오후 3시경 배가 출항을 하였고, 약 36시간의 항해 뒤인 이틀 후 새벽 3시경 코코스 섬에 도착하였다. 인천을 출발한지 약 75시간이 지난 시각이었다. 배가 항해하는 긴 시간 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 정말로 멀고 먼 여정이었다. 가는 데만 3일이 걸린 것이다.

인천-LA(11시간), LA 환승 (14시간), LA-산호세(6시간), 이동 및 호텔 대기(4시간), 산호세-푼타 아레나스(2시간), 푼타 아레나스-코코스 섬(36시간)



코코스의 다이빙 방식
코코스의 리브어보드로는 어그레서의 오케아노스 어그레서 I, II와 언더씨헌터의 씨헌터와 아르고스 등 4척의 리브어보드가 있다. 다른 배들도 마찬가지지만 코코스의 다이빙은 하루에 3번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지난 해까지는 야간다이빙까지 하루 4회 다이빙을 운영했지만 연말에 뱀상어의 공격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로 현재까지 야간 다이빙은 전면 금지된 상태이다. 사고 후 처음 석 달은 뱀상어의 출몰이 잦은 마뉴에리타 섬의 다이빙도 금지했지만 이후로 마뉴에리타 섬의 다이빙은 재개되었다. 대신 마뉴에리타 섬에서 다이빙할 때는 한 팀당 가이드가 2명씩 들어가서 앞 뒤로 위치하여 다이버들을 보호하도록 했다. 그리고 가이드들은 다이빙할 때 항상 상어를 밀어낼 수 있는 스틱을 휴대하도록 하였다.

다이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오전 8시, 오전 11시, 오후 3시에 진행하는데 특이하게도 우리가 있는 기간 동안은 오전에 날씨가 맑다 가도 오후만 되면 비가 와서 오후 다이빙은 거의 야간 다이빙에 가까운 느낌이 들 정도로 어두웠다.
모선이 북서쪽의 와퍼베이 Wafer Bay와 북동쪽의 차탐베이 Chatham Bay를 오가며 정박을 하고, 2척의 고무보트(팡가 Panga라고 한다)를 이용하여 두 팀으로 나눠서 다이빙을 진행한다. 포인트가 다른 경우에는 동시에 출발하며, 포인트가 같은 경우에는 30분 정도 시차를 두고 출발한다. 모선을 기점으로 멀리는 30분 가까운 곳은 10분 정도에 있는 포인트로 다이빙을 나간다. 다이빙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파도가 높고, 비가 자주 내리는 환경이라서 좀 힘이 들 수도 있고, 체온 조절을 잘못하면 추위를 느낄 수도 있기에 하루 3회 다이빙이 체력적으로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4회 다이빙을 한다면 아마 야간 다이빙은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을 듯했다.
슈트는 5mm 원피스에 3mm 베스트를 추가하는 것이 가장 적당했는데 비가 올 때는 물 밖에서 추위를 느끼기도 했다. 게다가 선내에서는 습기제거를 위해 항상 에어컨을 켜 놓기 때문에 잠옷을 겸할 수 있는 실내용 긴바지와 긴팔셔츠가 꼭 필요했다.
모든 다이빙이 드리프트 다이빙이지만, 클리닝 스테이션에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음성부력으로 입수하여 수중에서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몇몇 수중여 포인트에서는 하강라인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상승할 때는 자유롭게 상승하면 된다.
마뉴에리타 섬에서는 팀 다이빙을 하도록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버디 다이빙을 해도 상관이 없다. SMB와 GPS 송신기를 꼭 휴대하도록 한다. GPS 송신기는 무료로 대여해준다.



7일간 하루에 3회씩 총 21회의 다이빙을 진행하는데 오후 다이빙은 대부분 귀상어들의 클리닝 스테이션과 함께 뱀상어를 만날 가능성이 높은 마뉴에리타 섬에서 진행하였기에 가장 자주 찾은 포인트가 마뉴에리타 섬이었다. 또한 귀상어 무리를 만날 확률이 가장 높은 더티락 Dirty Rock 포인트를 그 다음으로 많이 갔다. 그 외 알시오네 Alcyone와 푼타 마리아 Punta Maria를 두번씩 갔으며, 남쪽의 파도가 높았기에 빅도스아미고스 Big Dos Amigos와 스몰도스아미고스 Small Dos Amigos, 서버머지드 락 Submerged Rock을 겨우 한번씩 방문했고 만타 코너 Manta Corner와 론 스톤 Lone Stone은 아예 가지를 못했다. 파도가 높았던 것이 많이 아쉬웠다.

차탐베이 Chatham Bay
첫 다이빙 포인트로 수심 15m 내외의 모래 바닥 가운데 길게 늘어서 있는 리프이며 조류와 파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블루스트라이프 스내퍼들이 군데군데 무리지어 있었고, 백기흉상어들이 드문드문 바닥에서 쉬고 있다가 다이버들이 접근하면 자리를 옮기는데 멀리 가지 않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큰 그루퍼도 있었는데 다이버들 두려워하지 않고 거리를 주었다. 마블레이들이 종종 지나다녔고, 귀상어들도 지나다녔으며, 만타와 뱀상어도 지나갔다. 브리핑에서 말했던 코코스 다이빙은 체크 다이빙이 없다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코코스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대물들이 다 나타났다. 차이라면 얼마나 많이 나타나느냐, 얼마나 거리를 가까이 주느냐 뿐이었다.



이슬라 마뉴에리타 Isla Manuaelita
뱀상어의 습격 사고 이후 한동안 다이빙을 못했던 곳이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다이버들의 뒤를 지켜주는 백가이드가 한명 더 투입되는 곳이었다. 마뉴에리타 섬 자체만 해도 3군데의 포인트로 나누어서 다이빙이 진행되었다. 수심 30m까지 절벽으로 떨어지는 섬의 서쪽 사면을 미드딥 Mid-deep, 섬의 남쪽으로 본섬을 마주보는 곳을 채널 Channel, 수심 15m 정도에서 모래와 만나는 리프가 있는 섬의 동쪽은 코랄가든 Coral Garden이라고 했다.



미드딥 Mid-deep
수심 25m에 있는 클리닝 스테이션으로 들어오는 귀상어를 보는 곳이다. 아래로는 마블레이들이 모여서 지나가고 귀상어들은 위로 지나다녔다. 약간 멀리서 무리가 지나가고, 그 중에서 한두마리가 청소서비스를 받기 위해 클리닝 스테이션으로 들어오는데 기다리고 있다가 이들을 구경하며 촬영하게 된다. 화이트팁 상어와 마블레이들은 흔하게 볼 수 있었고, 귀상어들은 가끔 지나가는 수준이었다. 바위들 사이로 스내퍼들이 무리지어 있었다. 뱀상어는 얕은 수심으로 지나다녔는데 섬에 둥지를 틀고 있는 부비새들이 수면에 앉아 있을 때 사냥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가까운 거리를 주지는 않았지만 다이빙할 때마다 뱀상어는 나타났다.



채널 Channel
보통 조류가 있어서 미드딥 남쪽에서 입수하여 조류를 타고 채널을 통과해서 동쪽의 코랄가든까지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다른 팡가의 다이버들이 이곳에서 뱀상어를 매우 근접하여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어 기대감에 조류가 바뀌었는데도 거슬러서 가보았지만 뱀상어를 만나지 못했다. 대신 지나가는 귀상어들은 볼 수 있었다.



코랄가든 Coral Garden
귀상어들의 클리닝스테이션이 있어서 귀상어의 클로즈업 촬영이 가능한 곳이다. 수심이 깊지 않아서 오랫동안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는데 귀상어들이 종종 1m 이내로 접근하기도 했다. 리프 위로는 블루스트라이프 스내퍼, 옐로우 고트피쉬 등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고, 화이트팁 상어, 마블레이들이 모래 지역에 쉬고 있거나 지나다녔다. 한번은 엄청난 수의 마블레이들이 편대를 이루어 지나가기도 했고, 리프 아래에 수십마리가 한군데 모여있기도 했다. 암컷이 페로몬을 뿌리면 수컷들이 몰려든다고 했다.


뱀상어가 한번씩 나타났는데 정면으로 다가오는 3~4m 크기의 암컷을 가까이서 본 다이버는 몸이 얼어붙었다고 했다. 줄무늬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가까이서 보기도 했는데 아깝게도 촬영에는 실패하였다. 수심도 얕고, 모래와 산호지대가 이어지는 곳이라 쉬운 다이빙 포인트여서 쉬어가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면 귀상어와 뱀상어를 촬영하기에 가장 확률이 높고, 조건이 좋은 곳이었다. 다이빙 기회를 가장 많이 주는 이유가 있었다.



알시오네 Bajo Alcyone
코코스 섬의 동쪽에 있는 수중여이다. 쟈끄 꾸스또가 발견하여 이름을 붙인 곳이다. 쟈끄 꾸스또는 코코스 섬을 여러 차례 방문하였는데 처음에는 칼립소를 타고 왔고, 그 다음에는 알시오네를 타고 왔던 것 같다. 아마 알시오네를 타고 왔을 때 발견한 포인트인 듯하다. 수심 20m~25m의 편평한 수중 봉우리에 클리닝스테이션이 있어서 이어지는 능선들을 타고 귀상어들이 지나가다가 올라왔다.



클리닝 스테이션에는 나비고기와 놀래기, 엔젤피쉬 등이 모여서 대물들이 상륙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대한 잭피쉬 스쿨링도 있었고, 대형 오셔닉 만타레이와 조우하기도 하였다. 몇 차례 돌아주어 멋진 사진과 영상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입수할 때는 부이라인을 잡고 하강하지만 상승할 때는 가이드나 버디와 함께 SMB를 이용하여 안전하게 자유상승하면 된다.



서브머지드 락 Submerged Rock

알시오네보다 섬에 더 가깝게 붙어 있지만 차탐베이에서 가기에는 거리가 더 멀었다. 가장 파도가 높은 날 이곳을 찾았는데 아마 다른 곳이었다면 다이빙할 엄두도 못냈을 것이다. 간조 때 바위가 보이는 곳이라 하강라인 없이 입수하게 된다. 높은 파도와 달리 수중은 정말 평화로왔다. 수심 20m 근처에 높이 3m 정도의 작은 아치가 있는데 그 속에 스내퍼가 가득하여 입구를 가리고 있었다. 바닥에는 화이트팁 상어들이 무리 지어 앉아 있었고, 아치 옆의 크랙 속에도 화이트팁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아치 옆으로도 빅아이솔져피쉬들이 무리지어 있었고, 아치 위로는 만타레이의 클리닝스테이션이라고 했다. 원래 귀상어는 볼 수 없는 곳이라 했지만 가끔 한두마리가 지나다녔다. 고래상어도 나타났던 곳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다이빙할 때는 아치 외에는 별 다른 볼거리가 없었다.

빅 도스아미고스 Big Dos Amigos
섬의 서남쪽에 있는 바위 섬 2개 중에 큰 섬이다. 수심 26m 지점에 아주 큰 아치가 있고, 아치 속에 큰 규모의 요르단 스내퍼 무리가 있다. 아치의 실루엣과 함께 스내퍼 무리를 촬영하는 것이 이 포인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아치를 돌아가면 귀상어들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조류가 있어서 돌아가지는 못하고 코너에서만 구경했다. 안전 정지 중에 두 마리의 모불라레이가 지나갔다.



스몰 도스아미고스 Small Dos Amigos
2개의 바위섬 중에서 크기가 작고, 좀 더 외해 쪽에 있는 것이다. 조류와 수온약층 등으로 어류들의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볼 수 있었던 곳이다. 이글레이, 마블레이, 화이트팁 상어들은 물론이고, 잿방어 무리, 트레발리 무리, 스내퍼 무리 등 수많은 물고기들이 무리 지어 다녔다. 갈라파고스 상어, 귀상어, 뱀상어, 실크상어 등 상어들도 다양했다. 한시간의 다이빙이 아쉬울 정도로 마치 아쿠아리움 속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이슬라 파호라 Isla Pajora
와퍼 베이에서 가까운 작은 바위 섬이다. 본 섬과의 사이에 있는 채널에서 주로 다이빙을 하는데 바닥에 특이한 형태의 산호조류인 홍조단괴(Rhodolith)가 베드를 형성하고 있었다. 여기에 한 쌍의 오렌지색 프로그피쉬가 살고 있었다. 유일한 마크로 포인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광각 세팅으로 다이빙해도 상관없다. 백기흉상어와 이글레이 등도 흔했고, 그 외 지나가는 만타와 모불라레이, 귀상어들도 볼 수 있다. 채널을 벗어나면 특별한 것이 없다.




바이킹 락 Viking Rock
파호라 섬보다 조금 작은 바위 섬이다. 역시 클리닝 스테이션에서 귀상어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비가 내리는 오후 다이빙으로 들어갔기에 시야가 좋지 않아 야간 다이빙 느낌이 났지만 스내퍼 무리, 백기흉상어, 마블레이, 사냥하는 블루핀 트레발리 등을 볼 수 있었다. 다이빙 마지막에는 모불라레이들이 섭식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였는데 수면 근처가 온통 노란색으로 모불라들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들이 풍부했다. 비가 내려서 담수가 유입되면서 영양염이 많아져서 그런지 플랑크톤들의 번성한 듯했다.



푼타 마리아 Punta Maria
코코스 섬 서쪽의 수중여로 위가 평평한 수중 봉우리와 연결된 몇개의 피너클들이 있는 곳이다. 역시 클리닝 스테이션이 있고, 조류를 맞는 쪽에 자리잡고서 기다리며 지나가는 귀상어들을 구경하게 된다. 클리닝 스테이션은 나비고기들의 무리가 있어서 뚜렷하게 알 수 있다. 귀상어, 갈라파고스 상어 등을 볼 수 있다. 피너클의 깊은 수심에는 엄청나게 많은 물고기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데 요르단 스내퍼, 블루스트라이프 스내퍼 등은 물론이고 백기흉상어들의 스쿨링도 볼 수 있다. 피너클들이 연결되는 수중지형이 크고 멋있을 뿐 아니라 대물들과 물고기 스쿨링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라 다이버들이 모두 좋아했다.



더티 락 Dirty Rock
이번 투어에서 귀상어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포인트였다. 첫 다이빙에서는 시야가 흐렸지만 엄청나게 많은 귀상어들이 나타났기에 아쉬움이 많아 남았다. 기대했던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곳이었지만 시야가 흐렸던 것이다. 그래서 이후로도 몇 번 더 다이빙을 했는데 시야는 맑아졌지만 첫 다이빙만큼 많은 귀상어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클리닝 스테이션으로는 깊은 곳에서 귀상어들이 월을 따라 올라와서 가깝게 접근하였다. 따라서 아래, 위로 모두 귀상어를 볼 수 있기에 시시각각 시선을 돌려야 했다.



가까이 접근하는 귀상어와 멀리 무리지어 지나가는 귀상어들을 모두 구경하고 촬영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귀상어들 때문에 다른 것들은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마블레이와 백기흉상어들도 매우 많았고, 크레바스 속으로는 닭새우들이 여러 마리 겹쳐서 자리 잡고 있었다.
외해 쪽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 피너클이 하나 있어서 다이빙을 마칠 때 즈음이면 그곳으로 이동하여 구경하다가 상승하는데 엄청난 무리의 트레발리들을 볼 수 있었다. 블루워터로 상승하면서 귀상어, 와후, 실크상어 등을 구경하였다.




코코스 다이빙 트립을 위한 조언
코코스 다이빙의 베스트 시즌은 갈라파고스와 비슷하게 6월~11월을 꼽고 있다. 하지만 이때가 우기이다. 이번 투어는 우기의 한가운데인 8월 말 ~ 9월 초로 가장 좋은 시기라고 예상되는 시점을 잡았다. 보름에서 하현으로 이어지는 시기로 물 때도 좋았다. 우기의 특색인지 오전에는 괜찮았다가 오후만 되면 비가 왔다. 수온은 25도~28도로 차지는 않았지만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서 일반적인 다이빙에 비해 추위가 더 느껴졌다. 게다가 길게는 25분까지 수면이동하는 동안 비를 맞게 되면 체온이 더 떨어진다. 라운지에서 에어컨을 세게 틀어 놓고 있어서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따라서 최소 5mm 투피스에 후드베스트는 갖춰야 하고, 추위를 심하게 느끼는 체질이라면 7mm 슈트나 드라이슈트라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배에서 생활할 때는 긴바지와 긴팔 티셔츠 그리고 가벼운 점퍼 정도가 있으면 좋다.
약 30시간 내외의 항해 시간 동안 어떻게 보낼 것인지 준비할 필요가 있다. 멀미를 한다면 그냥 잠만 자는 것이 좋겠지만 다행히 날이 좋다면 매우 지루할 것이다. 책, 영화 등을 준비하면 좋을 것이다.
코코스까지 가는 다이버라면 당연히 영상이나 사진 촬영을 염두에 두겠지만 꼭 버디를 동반하는 것이 좋다. 팀 다이빙을 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버디 다이빙을 해야 안전하기 때문이다. 혼자 가서 서로 배려하지 않는 버디를 만나면 다이빙하는 동안 가이드만 쫓아다녀야 할 수도 있다. 소그룹으로라도 한인 다이버 팀을 만들어서 가면 더 나을 것이다.
가고 오는 여정이 매우 길기 때문에 가능하면 중간 경유지에서 쉬었다가 오는 것을 권한다. 배에서 30시간을 쉬고, 비행기에서도 긴 시간을 쉬기 때문에 괜찮다고 할 수 있지만 LA나 산호세 등에서 하루 이틀 관광을 겸해서 쉴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리브어보드가 출발하는 푼타레나스 항은 간만의 차가 심해서 배의 입출항 시각이 그때그때 다르다. 예약한 트립 날짜의 입출항 예정시각을 확인하고, 항공편의 출도착과 맞춰 봐야 한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출항 하루 전날 도착해야 하고, 귀항 후에 하루를 호텔에서 묵어야 할 수도 있다.



산호세 관광
일정이 빠듯한 사람들 덕분에 리브어보드 승선날은 새벽 비행기로 도착하여 당일 배에 탑승하였지만 귀항날은 차량 이동시간까지 고려하면 당일 출발편을 탑승할 수 없어서 하루를 산호세에서 묵기로 했다. 오전 7시에 항구에 도착하면 하루 종일 시간이 남기 때문에 코스타리카의 유명 관광지인 아레날 화산과 라파즈 폭포 가든을 모두 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레날 화산 트립은 12시간 정도 소요되고, 인터넷 사전 예약으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6시간짜리 라파즈 폭포 가든을 선택했다. 10시 30분에 호텔에서 출발하여 5시에 호텔로 복귀하였다.
프로그램에는 커피농장 견학과 시음, 라파즈 폭포 가든 입장료 및 중식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커피농장은 지나가다 커피 나무 있는 곳에서 잠깐 사진 촬영한 것뿐이었고, 커피와 딸기, 치즈 등을 파는 가게에서 쇼핑하고 시음용 커피를 한 잔씩 얻어 마시는 것이 전부였다.
라파즈 폭포 가든은 열대우림 동물원과 함께 폭포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동물원에는 새, 나비, 원숭이, 뱀, 재규어, 난초, 개구리 등의 전시관이 있었고, 폭포는 규모가 다양한 5개의 폭포가 있었다. 점심 식사와 함께 약 3시간 정도 관람하였는데 한번은 가볼 만한 곳이었다.
저녁식사로 산호세의 한식당을 찾다가 숙소에서 가까운 리틀 서울이라는 곳을 갔는데 한국인에게 음식을 배운 현지인이 주방장이었다. 한동안 맛을 못 봤던 마늘과 고추의 자극적인 맛을 느낄 수는 있었지만 구글의 평점은 믿을 것이 못되었다.



에필로그
다녀온 지 얼마되지 않아 시차 때문에 이 글도 대부분 한밤에 홀로 깨어나 정리한 것이다. 글을 쓰는 중에도 코코스의 수중 영상이 머리 속에 맴돌고 있다. 월드 클라스 다이빙이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스펙터클 하고 멋진 다이빙들이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 코코스 다이빙을 대표하는 수면을 뒤덮은 귀상어들의 사진을 원하는 수준에서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코코스를 가보려 한다. 이번엔 베스트 시즌이 아니라 건기에 가볼까 한다. 갈라파고스도 5번의 투어 중에서 성과가 달랐던 것처럼 코코스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 생각된다. 몇 번 시도하다 보면 완벽한 기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코코스 다이빙에 관심이 있는 다이버들이라면 스쿠버넷으로 연락하기 바란다.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다음 투어를 계획했으면 좋겠다. 다음 투어는 2019년이나 2020년이 될 것이다.



최성순
스쿠버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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