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한국의 다이버라면 한번쯤은 차가운 수온에서 다이빙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동해바다는 대부분 수온이 20도 미만으로 차가워서 세미 드라이 슈트를 입어도 추위를 많이 느끼게 돼었다. 차가운 수온에서 다이빙에 적합한 드라이 슈트는 부피가 크고 무거운 웨이트의 부담 때문에 쉽게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다이빙을 하고 싶은 열정과 드라이 슈트를 입고 다이빙하는 다이버들을 보니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겨 드라이 슈트를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나에게 맞는 슈트 한 몸처럼 만들기.큰 도전을 결정을 내린 후 어떤 슈트가 나에게 적합할지 슈트도 종류가 다양해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주위 다이버들의 조언과 경험을 귀담아 들은 후 신중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작은 체형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기성 슈트가 맞지를 않아서 결국 주문 제작을 하게 되었다. 특수한 장비인 만큼 오래 소요되는 제작 기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받게 되었다. 드라이 슈트를 입는 순서는 내피를 먼저 입고 드라이 슈트를 입는것이다. 2겹으로 입어야 하기 때문에 몸이 버겁고 입는 것도 쉽지가 않다. 특히 처음 겪어 보는 라텍스 재질의 목씰과 팔씰의 조임은 불편함과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 다시 내 몸에 맞게 고무를 자르고 입어보니 한결 편해졌다. 드라이 슈트는 입고 벗는 순서를 잘 지켜야하는데 처음에는 입는 법이 익숙치 않아 땀을 흘리며 힘들었다. 입고 벗는 순서를 익히고 몇 번의 연습을 통해 점차 익혀 나갔다. 이제 수영장에서 교육을 받을 시간이다. 교육은 드라이 슈트 스페셜티를 보유한 서계원 강사님께 신청을 했다. 강사님의 자세한 브리핑을 들으니 첫 다이빙을 시작했을 때처럼 가슴이 떨려왔다. 스페셜티 교육은 브리핑과 함께 수영장에서 바로 실전으로 이루어졌다. 슈트를 입고 수영장 물위에 떠있으면서 균형을 잡아보고 핀을 착용하지 않은 채 킥을 프로그킥, 백킥, 프로펠러킥을 차면서 핀킥 연습을 했다. 더 커진 슈트에 맞추어 웨이트도 더 무거워지고 둔해진 몸을 이끌고 장비를 착용하고 입수를 해보았다. 부력 때문에 쉽게 입수가 되지를 않는다. 이때 깨달은 것은 다시 기본부터 생각하고 연습을 많이 해야겠구나! 나만의 노하우를 키워야겠구나 였다. 물속에서 여러 가지 스킬을 연습하면서 슈트 안에 들어간 공기를 빼는 연습을 해보았다. 왼쪽 팔에 부착된 벨브를 재빨리 열어 공기를 배출해야 급상승을 방지하는데 쉽게 숙지가 되지 않아 잠실실내수영장에서 거울에 비춰진 내 모습을 보며 연습을 하니 문제점을 바로 발견 할 수 있고 자세 교정에도 도움이 됐다.
수영장에서 연습하는 동안 힘들었던 점은 체구가 작은 나에게 드라이 전용 슈즈가 제대로 맞지 않아 빈 공간이 생겨서 공기가 발 쪽으로 몰리는 것이었다. 그나마 세상에서 가장 작다는 브랜드의 슈즈도 내겐 컸다. 그래서 수면 양말을 신고 드라이 전용 양말을 신어 공간을 최소화했더니 괜찮아졌다.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몸의 균형을 맞춰가며 트림자세 유지와 핀킥 연습을 하며 드라이 슈트와 한 몸처럼 만들었다.
자랑스런 우리나라 동해에서 첫 개시를 하다.새벽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도착한 강원도 양양. 리조트에서 짐을 풀고 그 동안 연습했던 대로 드라이 슈트를 차분히 입고서 대각선 방수 지퍼까지 혼자서 단단히 닫았다. 여느 때와 달리 장비는 똑같은데도 드라이 슈트를 입느라 힘을 들이고 나니 장비를 드는 게 더 무겁게 느껴졌다. 동해의 하늘은 흐려서 비가 곧 쏟아질 것 같았다. 바다의 파고는 높고 수온 9도의 차가운 바다는 조류 방향이 바뀌는 바람에 시야가 1m로 물속 환경은 좋지 않아 드라이 슈트를 개시하기에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러나 따뜻하고 잘 맞는 드라이 슈트 덕에 추위와 싸우지 않고 편안하게 다이빙을 할 수 있었다. 단지 입술 부위만 바다에 노출되어 얼얼했고 추위를 잘 느끼는 발은 전용양말을 신어 따뜻했다. 슈트 안에는 온도 차이로 안쪽 내피에 결로 현상이 일어나는데 선선한 날씨로 인해 땀이 나지 않아 쾌적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었다. 바다 속에서 트림자세를 잡으며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고 버디인 남편과 호흡을 맞추며 서로의 상태를 체크하며 다이빙에 임했다. 다이빙 후에는 장비를 벗고서 슈트를 그대로 입은 채로 있어야 했다. 웻 슈트는 금방 벗어도 되지만 드라이 슈트는 상당히 오랜 시간 입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내 몸에 잘 맞고 편안해야 했다. 다이빙을 마친 후에는 슈트를 입은 채 머리를 닦으면서 가볍게 슈트의 소금기도 닦아냈다. 슈트를 벗고 나면 몸이 젖지 않아 기분까지 쾌적했다.좋지 못한 바다 상황으로 다이빙을 1회 밖에 못했지만 드라이 슈트를 안전하게 마치고 해냈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했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드라이 슈트도 연습을 통해 스킬을 높이면 할 수 있는 자신감과 성취감도 생겼다. 또 다른 재미를 찾게 해준 드라이 슈트, 이제 차가운 바다가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