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몰디브 리브어보드 다이빙 여행
험프백 스내퍼 무리
22년 전에 지금 26세인 큰 아들이 네 살 때 아내와 셋이서 몰디브 여행을 처음으로 갔다. 그 당시에 몰디브는 신혼여행지로 인기 있는 곳으로 부상하여 갓 결혼한 많은 부부가 신혼여행을 갔다. 물론 지금도 신혼여행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당시에는 바로 가는 비행기가 없어 싱가포르를 거쳐서 가는 경로가 가장 비행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그때는 아내도 같이 다이빙에 한참 재미를 느낄 때라서 리조트에 머물면서 함께 간 아들을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다이빙을 했다. 그런데 리조트에서 다니는 다이빙은 한정이 되어 그런지 많이 기대하고 간 몰디브 다이빙 여행에 걸맞지 않게 바다 속은 실망을 많이 했다. 그 당시 우리는 남태평양 괌, 사이판이나 필리핀을 다니는 다이빙 여행에서 벗어나 멀리 왔다고 생각했지만 바다 속은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10년쯤 지나 대한항공에서 몰디브 직항 전세기 노선을 새로 만들어서 일시적으로 다닐 때 다이빙을 같이 하는 친구들을 모아 리브어보드 풀챠터를 해 보았다. 본인이 직접 예약하고 선약금 500만원을 보내며 진행해 보았는데 가격이 상당히 저렴했다. 대한항공인데 항공료가 80만원 정도였고 리브어보드 비용도 풀차터 비용을 20명으로 나누어 보니 일인당 비용이 총 160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기분 좋게 출발해서 막상 가서 보니 배가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노후되었고 시설도 별로였다. 에어콘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배 갑판에 있는 비치의자에서 자는 친구들이 많았다.
역시 싼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다이빙 포인트는 괜찮아서 고래상어와 만타를 보았다. 당시 다이빙을 마치고 말레 시내구경도 했는데 어시장에서 현지인들이 참치를 등에 메고 옮기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번 몰디브 리브어보드 다이빙 여행이 몰디브를 다시 찾은 세번째가 되었다.
스쿠바넷 최성순 대표가 Emperor Maldives라는 회사에서 리브어보드 배를 새로 건조해서 운행을 하니 한번 가보라고 해서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 혼자서 조용히 다이빙에 열중해 보고 싶었고, 해외 다이빙을 여럿이 동료들과 함께 다니다 보니 사실 나만의 다이빙을 즐기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물론 나의 영어 실력이 필요에 의해 사용되는언어라서 외국인들과 교감을 나눌 수 없어 혼자 떠난 여행이 어떻게 보면 외로운 여행을 보낼 수도 있었다. 식사 후 다음 다이빙 시간까지 최대한 휴식과 낮잠 시간을 가지며 오르지 나만의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떠났다.
말레 공항에 도착하여 픽업하는 시간이 남아서 바로 공항 앞 부두에 나가 보았다. 가까운 리조트에서 픽업나온 배들로 부두는 붐볐다. 멀리 있는 리조트는 공항에서 바로 경비행기로 이동한다. 예전 모습이랑 별로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시내가 있는 섬은 완전히 딴판으로 변해 있었다. 고층 건물들이 많이 생겼다. 그리고 시내로 들어가는 바다 위 다리가 새로 생겼다. 다리 이름이 ‘차이나-몰디브 우정의 다리’였다. 중국의 자금이 몰디브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번에 알 수 있었다. 원래 공항이 있던 섬은 할주로와 공항 건물 말고는 아무 것도 없던 기억이 나는데 완전히 달라졌다. 고층 아파트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섬의 해안가에는 계속 흙을 쌓아 올리는 성토 작업을 하고 있었다. 몰디브는 해수면에서 해발 1m가 넘은 곳이 드물다.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는 나라이다. 하지만 돈의 위력은 대단하다.
이번 다이빙 여행에서 남쪽 Ari atoll 끝까지 내려가 보니 해수면이 상승하여 분명 학교 같은 건물이 물에 잠겨서 아무도 살지 않은 섬을 보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붐비는 섬에는 고층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이는 곳에서 살려고 하는 사회성을 가진 습성이 있다는 것을새삼 느끼게 되었다. 공항에서 두 세시간을 보내고 좀 지루하다고 생각이 들 무렵 픽업하는 스태프가 나타나서 기다리고 있는 다이버 손님들을 한번에 끌고 픽업 보트에 태웠다. 그 보트는 다이빙 시스템이 다 갖추어진 배였는데 결국 다이빙 장비는 이배에 다 두고 리보어보드에 올라가라고 하는 걸 보니 우리가 8일내내 다이빙하는 전용 보트였다. 픽업보트를 타고 공항 뒤로 20분 정도 가니 리브어보드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배에 올라가니 정말 새로 건조한 배답게 깨끗했다. 방을 배정받아서 들어가 보니 시설이 일단 어느 리조트 룸보다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나의 룸메이트는 저녁 늦게 도착하는 미국인이라고 하였다. 다음날 보니 아시안계였고 젊은 친구라 나처럼 한번도 다이빙을 빼먹지 않고 다이빙 스케줄을 모두 소화하는 물에 대한 애정이 뛰어나 보였다. 일요일 오후에 승선하여 하루 쉬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동안 다이빙을 하루에 네번 했고, 토요일은 비행기 시간으로 두번의 다이빙을 하니 총 22번 다이빙을 하고 그 다음 일요일에 하선하는 일정이었다. 다이빙 내내모든 공기통은 나이트록스 30-33%를 충전해 주면서 무료로 서비스해주었다.
리브어보드의 이동은 공항 근처에서 시작하여 북쪽에서 남쪽 Ari Atoll로 이동하여 Raavu Atoll까지 가서 다시 올라오는 일정으로 움직였다. 일단 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2층 앞쪽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따뜻한 야외 욕조가 있어서 석양을 바라보면서 반신욕을 할 수 있었다. 부부가 오면 더블베드가 있는 룸을 주는데 방이 넓고 괜찮아 보였다. 호주에서 온 57세 동갑 부부가 제일 나이가 많은 다이버 손님이었는데 참 보기가 좋았다. 한때 열심히 같이 다니다가 골프가 더 재밌다고 다이빙 여행을 안가겠다는 집사람이 야속한 생각이 들었다. 함께 왔다면 좋았을텐데…
동양인들은 대부분 싱가포르 사람이고 유럽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연령층도 대부분 30대였기에 나도 이 배 안에서 두번째로 나이가 많아 노인 취급을 받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대부분 다이버들이 콤팩트 카메라를 갖고 있거나 수중영상을 찍는 간단한 장비를 소유하고 있었다. 나름 모두들 각자 자기만의 다이빙을 즐기고 있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은 나 말고도 젊은 부부 한 팀, 오키나와에서 다이빙 강사생활을 한다는 젊은 여성과 우리나라에서 몰디브 다이빙 여행을 알선해 준다는 여성 한 분 총 네 분이 있었다. 처음에는 반가워서 말을 걸어보았지만 둘씩 와서 그런지 별로 반가워하는 것 같지 않아서 그냥 내 일에 충실하기로 했다.
다이빙 떠나기 전에 밀린 환자들을 열심히 보고 떠나려고 무리를 해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배가 출발하고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아 파도가 치고 비가 오니 배가 많이 흔들렸다. 배멀미를 하는 것 같아 룸메이트에게 약을 얻어먹고 아침까지 충분히 잠을 잤다. 다음 날 첫 다이빙을 하는데 공기 소모량이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많이 난다. 살이 찌고 운동량이 적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첫날 힘들게 다이빙을 하고 나니 둘째 날부터 몸이 좀 적응을 하는 것 같았다.
첫날 다이빙 포인트 중이 기억 남은 곳은 참치 가공 공장이 있는 해변인데, 바위 속 마다 곰치들이 떼를 지어 살고 있었고, 이글레이가 떼를 지어 가공 공장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먹으려고 달라들고 있었다. 아마 상주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다. 부유물들이 많고 한 앵글에 다이버들이랑 이글레이 떼를 같이 찍기가 쉽지 않았다. 남쪽으로 내려 갈 수록 물이 맑아지고 생물들이 다양해지는 것 같았다. 엘로우 스내퍼는 너무 많아도 별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지 않았다. 같은 방향으로 찍으려고 다가가면 어느새 오와 열이 흩어지고 각자 놀고 있었다.
고래상어는 만나지 못했고 특이하게 야간 다이빙때 렌턴을 여러 개 모아 막대에 묶어서 땅에 꽂아두면 만타가 모여 들었다. 수심 10m 정도에 20명 이상이 모여드니 사진을 찍은 것 보다는 그냥 쳐다보는게 나을 정도로 앵글 잡기가 힘들었다. 부유물도 많이 생겨 사진마다 백스캐터가 많았다. 그래도 한 두장은 건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토요일까지 다이빙을 한번도 빠지지 않고 다하고 나니 나름 체력이 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식사는 대체로 양호했지만 한식을 일주일 못 먹고 지내니 젊었을 때와 다르게 체한 듯 느낌이 안 좋았다. 와인도 저녁마다 무료로 리필해 주는데 레드와인은 내 입맛에 안 맞아 맥주를 시켜 마셨는데 생각보다 맥주값이 비싼 느낌이 들었다. 일반 생맥주는 5불, 에딩거는 8불 했다. 아마 이슬람 국가라 술값이 비쌀거라고 생각했다.
다이빙을 다 마치고 일요일 오후 비행기라서 배에서 늦게 내려도 되는데 아침 일찍 내렸다. 공항 앞 부두에 내려 주었는데 공항에서 다이빙 가방과 카메라 가방을 맡기고 시내로 택시를 타고 나갔다. 제일 먼저 수산시장을 가 보았다. 예전처럼 큰 참치를 들고 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장 안에도 큰 참치는 보이지 않고 작은 참치가 몇 마리 전시되어 있었다. 기대하고 갔지만 생각보다 고기들이 작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았다. 사진 몇 장을 찍고 리보어보드 스태프가 추천한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하는 Seagull이라는 카페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종류별로 먹었다. 고급 아이스크림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맛이 괜찮았다. 그리고 건너편 기념품 가게에 가서 나무로 만든 코끼리와 물고기 인형을 사고 나서 다시 현지인이 좀 많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클럽샌드위치를 시켜 먹으면서 가게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였다.
말레 시내는 정말 오토바이 수는 무지 많아진 것 같다. 공항 내에 있는 카페에서 기다리는 것 보다 이곳 시내에서 사람 구경하는 것이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좋았다. 미모의 하얀 제복을 입는 세관 여직원이 제일 멋져 보였다. 경찰관들도 보이고 물건 사라고 유혹하는 사람들도 재미있다. 혼자서 낯선 곳에서 나랑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으면 나의 존재감이 없어진다. 이 세상에서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그러니 나 잘 낫다고 악착같이 살 필요가 없다.
이번 혼자만의 다이빙 여행을 즐기면서 내가 너무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뒤돌아보게 되었다. 혼자서 심심하기는 했지만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즐기면서 몰디브를 돌아보며 집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김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