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준의 시가 있는 바다
가리비
캐스터네츠를 흔들며 플라멩코를 추던 당신이
처음으로 살짜기 그 속살을 내보여 주었을 때
점점으로 반짝이는 저 푸른 별들이 내 가슴을
아득하게 흔들어 놓았지 당신은 아마 천문학자
별을 닮은 눈으로 깊은 우주를 보시곤 했었지
먼 옛날 훌쩍 떠나온 고향의 별빛 부스러기들
하나 둘 거울로 모아 당신의 조그만 몸 깊숙한
곳 그 기억 속에 은밀한 비밀로 숨겨 놓았었지
그런데 말이야 한 잔의 소주와 함께 연탄 위에
놓여 진 당신의 몸을 뒤적이며 그 신비를 탐하
고 있는 지금의 나는 도대체 어느 별에서 여기
까지 흐르고 흘러서 왔을까 까맣게 우는 당신
수많은 파란색의 눈을 가진 가리비
김기준연세의대 교수
시인
서울시인협회 운영위원
NAUI 강사
Scubanet 자문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