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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섬 지킴이 김병일 대표와 함께한 문섬 다이빙 2019/10

문섬 지킴이 김병일 대표와 함께한
문섬 다이빙


지난 10월초에 제주 문섬에서 오랜만에 태평양다이빙스쿨의 김병일 대표와 함께 다이빙을 했다. 문섬 지킴이로 잘 알려진 그는 최근에 1만회 로그를 기록하여 동료 다이버들의 축하를 받으며 함께 문섬에서 기념 다이빙을 하기도 하였다. 숍 천정에는 그때 참가했던 다이버들이 서명한 플래카드가 자랑스럽게 걸려있다.

문섬 새끼섬의 화려한 수지맨드라미산호군락과 김병일 대표

다이빙이 좋아서 젊은 나이에 고향 대구를 떠나 제주도 서귀포에 정착한지 어언 30년이 되었고, 날씨가 나쁘지 않다면 거의 매일같이 다이빙을 하며 꼬박꼬박 작성해왔던 다이빙 로그가 모여서 1만회가 된 것이다. 그 기간동안 수많은 다이버들이 태평양다이빙스쿨을 찾아와 함께 다이빙하며 그의 가이드를 받고, 수중사진과 비디오를 촬영했으며, 해양생태 조사를 했다.



서귀포 문섬에서 주로 다이빙을 하며 문섬 구석구석에 있는 해양생물들을 발견하여 사진을 촬영하였고, 남들이 잘 모르는 장소에 있는 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문섬을 훼손하는 낚시인들이나 다이버들을 계도하는데 앞장서 왔기에 문섬 지킴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지금도 쉬지 않고 다이빙을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제주도를 벗어나 울릉도와 독도, 남해안의 오지까지 범위를 넓혀 해양조사와 관련된 다이빙도 하고 있다. 바다와 해양생태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해양생물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과학다이빙에서도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94년 제주도에서 개최된 CMAS 세계수중사진촬영에서 가이드로 활동하던 그를 취재하면서 처음 만났고, 이후 수중사진을 배우고, 다이빙 강사로 경험을 쌓기 위해 서귀포에 내려갔을 때는 태평양다이빙스쿨의 대표로서 그를 만나게 되었다. 한동안 태평양다이빙스쿨 숍 안쪽에 있던 작은 방에 머물며 관광객들에게 체험 다이빙 안내하면서 그에게 사진과 다이빙에 대해 배웠던 시절이 있다.

문섬 새끼섬 다이빙
그와 함께 하는 다이빙이라면 제주도 서귀포 다이빙의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문섬 새끼섬이 당연할 터였다. 서귀포 유어선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여 새끼섬의 파식대에 자리를 잡고 다이빙 준비를 했다. 먼저 도착해 있던 젊은 강사들이 그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유창하게 영어 브리핑을 하는 강사와 회원들에게 입수 자세를 가르치는 강사, 한무리의 다이버들을 안내하여 입수하는 강사 등 새끼섬에는 여전히 많은 다이버들이 있었다. 젊은 강사들을 보면 다이버들이 안전하게, 즐겁게 다이빙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안내하며 스스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권위의식이나 미숙함 등은 이제 설자리가 없는 듯하다.




김병일 대표는 리뷰요청을 받아 360° 카메라를 하우징에 넣어 다이빙을 하기로 했다. 요즘은 몇십만원대 카메라는 아크릴 하우징에 그냥 넣어서 사용하는 분위기이다. 폴에 달아서 여기저기 구석구석 장난하듯 밀어 넣어 촬영하는 것이 그냥 재미로 가지고 놀기에 좋아 보인다.
새끼섬의 골짜기를 따라 서쪽으로 진행하는 로프를 따라 가며 바위 사이의 주걱치와 볼락 무리를 보고 언덕을 넘어갔다. 절벽 아래 소위 “만남의광장”이라고 부르는 넓은 평지에 바위들이 군데군데 널려 있다. 평지는 다시 경사를 이루며 30m 수심까지 내려가 모래지역과 만난다.



절벽에는 분홍바다맨드라미 군락 사이로 군데군데 해송이 자리잡고 있다. 바위 위에는 큰수지맨드라미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바위들이 절벽이나 바닥 사이에 만드는 틈새에는 줄도화돔, 주걱치 등이 모여 있다. 가끔 범돔들이 무리지어 다니고, 금줄촉수들이 먹이활동을 하기도 한다. 쥐치들과 벵에돔 무리들 잿방어 무리들이 허공으로 날아다닌다. 초보 다이버들에게는 안전하게 문섬의 해양생물들을 관람하기 좋은 곳이다.



김병일 대표는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360° 카메라로 촬영하며 자연스럽게 안내를 해준다. 본섬을 만나는 코너에 있는 청소놀래기가 있는 클리닝스테이션에는 금줄촉수 3마리가 나란히 청소놀래기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뒤로는 범돔들이 무리 지어 다녔다.
구석에 숨어 있는 거북복도 만났다. 곤봉말미잘 군락에는 예전에 흰동가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문섬에는 수온이 올라가면 종종 아열대 어종들이 나타나는데 성공적으로 정착한 듯이 보였다가도 어느샌가 사라진다.




두번째 다이빙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나갔다가 좀 더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 보았다. 김병일 대표가 방수수심에 한계가 있는 360° 카메라를 놓고 30m 수심대까지 가보자고 했기 때문이다.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는데 잿방어들이 지나가면서 자리돔들이 이들을 피해 열을 맞추어 움츠리는 모습도 보였다. 벵에돔들이 무리지어 다녔지만 거리를 주지 않았다.
수심 30m 대 모래 지역에 군데군데 바위가 있고 그곳에 해송, 가시수지맨드라미 등 산호군락들이 발달해 있었다. 좀 더 서쪽으로 이동하면 수심 35m 즈음에 난파선이 있지만 조류를 거슬러 가야하는 지라 갈 엄두도 내지 않았다. 슬로프를 따라 다시 올라오는데 잿방어들의 사냥이 시작되었는지 자리돔들이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었다.



김병일 대표가 신호를 하는데 보니 꺼끌복이 있었다. 문섬에서 보기 힘든 고기인 듯했다. 만남의 광장에서는 앵무고기가 바위를 쪼아먹는 것을 보았는데 역시 거리를 주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새끼섬 쪽의 언덕에 모여 있는 무늬오징어 무리들을 만났다. 무리지어 하버링을 하는 모습을 매우 우아해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 멀리서 인증샷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를 찾는 다이버라면 누구나 찾는 문섬 새끼섬. 김병일 대표와 다이빙을 마치고 나니 다이빙 1번지로 손꼽힐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수심도 적당하고 섬의 이쪽저쪽을 돌아다니다 보면 볼거리도 다양하다. 그리고 다이빙 레벨에 따라 이동거리와 수심을 달리하다 보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다이빙과 오픈워터 실습 그리고 어드밴스드 다이버들의 네비게이션과 지도 그리기까지 다양한 교육을 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김병일 대표는 다이빙을 마치며 이제는 돈을 벌고, 비교하고, 경쟁하며 사는 것보다 그저 다이빙을 즐기는 것이 좋다고 한다. 오랜 인연들이 찾아와 함께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면 그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아도 매일매일 바다에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행복한 일일 것이다. 김병일 대표의 문섬에 대한 애정과 다이빙에 대한 열정이 후배 강사들에게도 계속 이어져 문섬의 아름다움이 많은 이들이게 알려지길 바란다.



최성순
스쿠버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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