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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제도의 미스터리한 섬 플로리아나 트레킹

이번이 6번째인 갈라파고스 투어를 준비하면서 예전과 다르게 육상 투어를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 갈라파고스를 방문했던 2002년이나 두번째 방문했던 2005년에는 리브어보드에서 다이빙을 하면서도 서너 번은 근처 무인도에 상륙하여 육상 트레킹을 하며 군함조며 부비새 등의 바다새들과 육지 및 바다 이구아나들을 관찰하고 촬영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번째 방문이었던 2015년 이후로는 바르톨로메 섬을 제외하고는 다이빙 리브어보드 승객들은 무인도에 상륙할 수 없게 되었다. 갈라파고스 국립공원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관광객들의 활동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육상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는 내츄럴리스트 트립을 위한 리브어보드를 별도로 이용하거나, 아요라항이나 산크리스토발 등에서 육상 트레킹 전문 데이 트립을 신청해서 진행해야 했다.

스쿠버다이빙 전문 리브어보드를 이용하여 갈라파고스의 드라마틱한 수중을 구경하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감동스러웠던 육상의 동물들과 경치를 볼 수 없는 것은 너무나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리브어보드 투어 이후에 며칠을 더 아요라 항에 머물며 육상투어를 경험하기로 했다. 그 중의 하나가 플로리아나 Floreana 트레킹이었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플로리아나 섬은 특별한 히스토리를 갖고 있는 곳이다. 갈라파고스 제도에 자연적인 민물이 있는 곳은 두 군데로 산크리스토발 섬의 엘훈코 El Junco 라군과 플로리아나의 샘이다. 특히 신선한 샘이 있는 플로리아나 섬은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먼저 사람들이 정착을 시도했던 곳이며 그로 인해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플로리아나 섬 트레킹은 푸에르토 아요라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정기선은 한달에 2회 정도 밖에 없어 차터 보트로 이동을 해야했는데 스피드보트로는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가이드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진을 촬영하고 잠깐 졸기도 하면 어느덧 도착한다. 플로리아나 섬에서 작은 배로 다시 갈아타고 푸에르토 벨라스코 이바라 Puerto Velazco Ibarra에 상륙할 수 있다.

플로리아나 섬에 도착하면 부두에서부터 바다이구아나들을 볼 수 있다. 이곳의 바다이구아나들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체색이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까만 색만 있는 다른 지역의 바다이구아나들과 달리 크리스마스 색상이라고 하는 붉은 색과 초록색이 섞여 있다.

다음으로 만난 것은 우편함이었다. 플로리아나에는 1793년에 포경업자들이 세운 최초의 우체국이 있었다. 식수를 얻기 위해 들린 포경선의 선원들이 우편물을 통에 넣어두면 육지로 나가는 배가 수거하여 배달해주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원래 위치는 북쪽의 포스트오피스 베이 Post Office Bay지만 관광객들을 위해 벨라스코 이바라 항에도 우편함을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갈라파고스에서 엽서를 부치고 싶었던 일행 중 한 명은 여기에 엽서를 넣어두었다.

우리는 하이랜드 트레킹을 먼저 했는데 트럭을 개조한 관광차량을 이용해서 이동했다. 갈라파고스는 섬마다 고유의 육지거북들이 있는데 플로리아나 육지거북은 해적들과 포경선들이 드나들면서 식량으로 남획되고, 정착민들이 들여온 가축들로 인해 거의 멸종 상태를 맞게 되었다. 하지만 다윈연구센터의 노력으로 다시 회복되고 있는 중이라 한다. 알을 수거하여 부화시키고, 몇 년을 키워서 다시 섬으로 돌려보내서 육지거북들이 회복될 수 있게 한 것이다. 보호구역에서는 플로리아나 육지 거북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먹이를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숲 속으로 계속 들어가니 천연 샘을 볼 수 있었다. 망망대해에서 식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기에 샘의 가치는 엄청났고, 이 샘을 이용하고 지키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을 것이다. 해적들은 근처에 은신처를 만들어 두었는데 좁은 바위 사이를 통과해야 하는 자연적인 요새였다. 그리고 정상에는 인근 바다를 감시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었다. 해적들을 소탕하려던 스페인, 프랑스, 영국 해군들의 접근을 사전에 감지하고 대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상 근처의 바위는 도구를 이용하면 쉽게 깎아낼 수 있는 것이었는데 해적들은 바위에 굴을 파고 그 속에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들이 생활했던 암굴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석상도 있다. 후에 정착을 위해 들어온 사람들도 처음에는 해적들의 동굴을 거처로 삼았다고 한다.

2002년 갈라파고스를 처음 방문했을 때 다윈섬과 울프섬에서 고래상어를 못 만났던 우리 일행은 리브어보드의 선장 및 가이드와 상의를 하여 플로리아나 섬까지 내려와서 다이빙을 했다. 그리고, 데빌스 크라운 Devil’s Crown 포인트에서 결국 처음으로 거대한 고래상어를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정해진 곳만 가야 하지만 그때만 해도 풀차터 한 경우 여정을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그렇게 다양한 시도를 한 끝에 고래상어를 보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뜨거운 감동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또한 푼타 코모란트 Punta Comorant에 상륙하여 솔트 라군의 플라밍고를 구경하고, 비치에서 카우노즈 레이의 군무를 보기도 했다. 당시 필름으로 촬영한 사진들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당시 울프섬에서 플로리아나 섬까지 항해하는 동안 리브어보드의 책꽂이에 있던 “플로리아나”라는 소설을 읽은 기억이 있다. 우리가 향하는 곳이 어딘지 알고 싶은 마음에 보기 시작했는데 20세기 초 전란을 격은 유럽을 벗어나 평화롭고 자유로운 이상향을 찾아 플로리아나에 정착을 시도했던 사람들의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당시엔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아무튼 저자인 Margret Wittmer는 임신한 몸으로 가족과 함께 갈라파고스에 들어와서 성공적으로 정착하였고, 그녀의 아들 롤프 Rolf는 처음으로 갈라파고스에서 태어난 사람이었다. 롤프는 갈라파고스 관광업의 선구자로 그의 가족회사는 아직도 유지되고 있으며, 항구에는 그의 업적을 기리는 흉상이 있다.

오전 트레킹을 마치고 예약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에 오후에 해안 트레킹을 시작했다. 라 로베리아 La Loberia 해안은 정말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짙푸른 바다를 끼고 검은 암반 사이로 군데군데 하얀 모래 해변이 숨어있었는데 푸른 하늘에 떠 있는 새하얀 구름까지 사진을 찍으면 어느 곳이든 바로 멋진 그림엽서가 되었다. 특히 건기에 붉은 색으로 변한 갈라파고스 융단 잡초 Galapagos carpet weed가 깔려 있는 해변길은 정말로 예뻐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해변에서는 올리브바다거북을 만나기도 했는데 에콰도르 본토 해안에서는 매우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갈라파고스에서는 보기 드물다고 한다. 해변 바위 위에서 햇볕에 몸을 데우고 있는 바다이구아나를 만났는데 회색 용암바위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은 고질라 그 자체였다. 특히 까만색 위의 붉은 무늬는 아름답기까지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신기하게 생긴 고슴도치오이 군락도 보고, 제주도 우도의 검멀레해변 같은 검은 모래 해변에서 기념사진도 남겼다. 근처에 플로리아나 라바 롯지라는 숙소도 있었는데 정말 자연 속에서 쉬고 싶다면 이런 곳을 찾아볼 만도 하겠다 싶었다.
갈라파고스는 어딜 가든 선착장에서 바다사자들을 볼 수 있는데 돌아오는 길에 본 녀석은 엉덩이에 상어에게 물린 듯한 깊은 상처가 보였다. 거의 아물어 가고 있는 중인데 끈질긴 생명력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포기하지 않고 굳건하게 버텨야 할 이유는 있을 것이다.

이번 플로리아나 방문은 함께 한 대부분의 다이버들이 만족한 듯했다. 가이드가 들려주었던 미스터리 아일랜드의 숨은 이야기들과 아름다운 경관에 연신 감탄했던 투어였다. 갈라파고스를 간다면 플로리아나 섬은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글, 사진/ 최성순

산타크루즈 섬을 출발해 플로리아나로 가는 스피드 보트 여행
벨레스코 이바라 항의 모습. 다바이구아나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쉬고 있다. 갈라파고스에서 태어난 최초의 인물 롤프 흉상도 보인다.
크리스마스 색상이라는 독특한 색상을 자랑하는 플로리아나의 바다이구아나
항구 근처의 우체통에 엽서를 부치는 회원
플로리아나섬 육지거북 보호구역
보호구역에서 만난 플로리아나 육지거북들. 모두 암컷들이다.
바위 사이로 이어진 좁을 길은 플로리아나의 샘을 지키기 위한 해적들의 천연 요새였다
좁을 통로를 통해 해적들의 은신처로 들어가고 있는 일행들
플로리아나 섬과 바다를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는 해적들의 감시소였다고 한다.
해적들의 동굴을 알려주는 안내판
해적들이 거처했던 동굴로 주방으로 사용한 흔적들이 아직 남아 있다
바위를 파서 굴을 만들어 은신처로 사용했던 흔적
바위를 조각하여 만든 인물상
트럭을 개조하여 만든 플로리아나의 관광차량
오전 트레킹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로컬 식당을 찾았다
오후 트레킹으로 찾아간 라 로베리아 해변
올리브바다거북을 만나 촬영하는 일행들
붉은 색으로 변한 갈라파고스 융단 잡초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일행들
그림엽서가 따로 없는 플로리아나의 해변
트레킹 코스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햇볕을 쬐며 체온을 회복하고 있는 플로리아나 바다이구아나
특이한 모습의 고슴도치 오이
해변에 위치한 플로리아나 라바 롯지
검은 모래 해변
엉덩이에 상어에게 물린 흔적이 있는 바다사자
플로리아나 섬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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