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2월
소코로 방문 이후 4년여 만에 두번째로 소코로 투어를 다녀왔다. 원래
2020년 3월로 예정되었던 것인데 Covid 19으로 인해 2022년 2월로
연기되었다가 다시 2023년 3월로 두번이나 연기되었던 투어였다. 투어 참가 인원도 애초의 신청자들 중에서 절반 정도가 바뀌었으니 정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럼에도 소코로 다이빙은 그 모든 힘듦과 아쉬움을 날려버릴 정도로 좋았고, 함께
한 모든 분들이 행복했던 것 같다.
소코로는 멕시코 레비야히헤도 제도 “Archipiélago de Rebillagigedo”를
지칭하는 말이다. 첫 방문 후에 공부했던 내용들이 ScubaNet
Magazine 2019년 1월호 기사로 소개되었으니 똑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없기에 개인적으로
느낌 점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두 번째 방문기를 갈음하려고 한다.
우리가 소코로를 가야 하는 이유
다이버들은 종종 내게 소코로가 어떤 점에서 추천할 만한 곳인지 질문을 한다. 내
대답은 우선 소코로는 동태평양의 빅3 중 하나이기에 아직 동태평양 다이빙을 해보지 않았다면 그 셋 중
하나는 꼭 가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갈라파고스, 코코스, 소코로의 환경은 우리에게 익숙한 서태평양 지역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서태평양 지역의 코랄 트라이앵글은 화려하고 다양한 해양 생태계로 아름다움을 자랑하지만 동태평양은 거친 환경에도
불구하고 큰 스케일의 수중 지형과 덩치 큰 대형 해양동물들을 볼 수 있는 점에서 매우 대조적이다. 특히
고래, 돌고래, 바다사자 등의 해양 포유류들과 만타가오리와
고래상어를 비롯한 각종 상어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동태평양 다이빙의 백미이다.
물론 갈라파고스에 비해서는 다양성과 활동성이 조금 떨어지긴 해도 가성비에서는 갈라파고스 못지 않은 매력을 갖고
있다. 6m 내외의 초대형 자이언트 퍼시픽 만타가오리들을 투어 내내 질릴 정도로 볼 수 있고, 갈라파고스상어와 실버팁상어, 귀상어, 화이트팁상어 등은 거의 확실하게 볼 수 있다. 또한 운이 좋으면
혹등고래, 돌고래들도 만날 수 있으며, 각종 트레발리와 참치
무리도 거의 확실하게 볼 수 있다.
따라서 갈라파고스를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소코로를 가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동태평양 빅3 중에서 가격면에서 가장 매력이 놓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만족도도 높을 것이다.
소코로의 만타가오리
다이버들은 소코로에서 대형 해양동물들을 만나길 원한다. 혹등고래, 돌고래, 고래상어, 만타가오리, 귀상어를 비롯한 각종 상어들이다. 그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은 만타가오리이다.
이번에 소코로에서 6일 다이빙하는 동안 만타가오리는 거의 매일 만났다. 소코로에 출현하는 만타가오리는 전부 오셔닉 만타가오리 Mobula birostris로
크기가 6m 내외로 대형이다. 이들은 모두 같은 종이지만
2가지 패턴이 있는데 쉐브론만타와 블랙만타이다. 쉐브론만타는
등의 머리 뒤쪽과 날개 끝에 흰색이 있고, 흰색의 복부에 부분적으로 검은 반점이 있고, 가슴지느러미 뒤쪽이 회색을 띤다. 만면 블랙만타는 전체적으로 검은데
등이 완전히 검고, 복부도 아가미 근처만 흰색이 조금 남아 있는 정도이다.
만타가오리들을 워낙 많이 만나다 보니 이들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소코로에서 만나는 만타가오리들은 더 넓은
태평양의 깊은 수심에서 먹이 활동을 하다가 찾아온 것이라고 한다. 낮아진 체온을 높이기 위해서 따뜻한
얕은 수심을 찾거나, 상처의 치료나 기생충의 제거를 위해 클리닝 스테이션을 찾거나, 짝짓기를 위해 찾아오는 것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만타가오리를 가장 흔하게 만나는 곳은 클리닝스테이션이 있는 곳으로 소코로 섬 카보 피어스 포인트의 경우
클라리온 엔젤피쉬들의 청소 서비스를 받고 있는 만타가오리들의 모습을 계속해서 볼 수 있었다.
또한 클리닝스테이션은 수컷 만타들이 암컷 만타들을 만날 확률이 높은 곳이기 때문에 짝짓기 시기가 되면 암컷을
쫓는 수컷들이 모여 들기도 한다. 이번 투어 기간에 만타 트레인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2~3마리의 만타들이 함께 선회하는 모습들은 종종 보였다.
이런 클리닝스테이션에서는 만타를 쫓거나, 길목을 막으려 할 필요없이
그냥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면 만타들이 머리 위나 아래, 좌우로 지나가는 모습은 물론 한
자리에 가만히 멈춘 채 청소물고기들의 서비스를 받는 장면을 관찰하며 촬영할 수 있다. 클리닝스테이션은 보통 근처 지형에서 위로 솟아 있는 곳이기 때문에 약간
측면으로 빠져 바닥 근처에 머물고 있으면 위협을 느끼지 않는 만타들은 훨씬 여유롭게 머물며 클리닝 서비스를 즐긴다.
덕분에 이번에 만타가오리를 매우 가까이서 관찰하며 촬영할 수 있었는데 만타와 공생하는 레모라들까지도 근접 촬영이
되었다.
만타가오리들은 배쪽의 문양이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개체마다 다르다. 따라서
배쪽의 사진만 있어도 만타들의 개체 구분이 가능하다. 사실 의도적으로 배쪽만 촬영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만타들이 클리닝스테이션을 계속 선회하기에 배쪽이 촬영된 사진들이 많았다.
Manta Trust, 만타신탁이라는 국제적인 단체는 만타 보호와
연구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들 사이트에 만타의 배쪽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면 연구자들이 기존의 자료와 비교하여 해당 만타가 어떤 것인지
확인해준다. 이미 기록되어 있는 것이면 이름과 출현한 기록들을 알려주고, 기록이 안된 것이라면 새로 이름을 붙여서 관리를 한다. 이렇게 하면
만타들이 어떤 시기에 어떤 곳에서 관찰되는지에 대한 자료들이 쌓여서 만타 개체군의 보호와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만타가오리의 사진을 갖고 있다면 만타 신탁의 사이트(
www.mantatrust.org)를 방문하여 사진을 올려 보길
권한다.
소코로의 상어들
소코로에서는 상어를 많이 볼 수 있다. 고래상어, 뱀상어, 귀상어, 갈라파고스상어, 실버팁상어, 더스키상어, 화이트팁상어, 실크상어 등이 있다. 이들 중에서 일부는 거의 100% 확실하게 만날 수 있고, 어떤 종류는 운이 좀 따라야 볼 수
있지만 확률은 높은 편이다.
이번 투어에서 고래상어는 만나지 못했지만 뱀상어는 몇 번 나타났다. 아쉽게도
나는 촬영을 못했지만 함께 다이빙했던 다이버들은 몇몇은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사진/홍윤재
귀상어는 확실하게 출현했는데 한 마리, 두 마리 정도는 엘 캐년에서는
매 다이빙에서 볼 수 있었고, 여러 마리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도 관찰되었다. 외해 쪽 보다는 오히려 리프 안 쪽에서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클리닝스테이션에서 확실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은 갈라파고스상어와 실버팁상어였다.
엘 캐년의 클리닝스테이션에는 항상 상어들이 서너 마리 이상 선회하고 있었는데 이 둘은 지느러미의 테두리가 흰색을 띠는 실버팁상어로
인해 확실히 구별되었다.
소코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상어 중에는 화이트팁상어도 있다. 대부분의
다이빙 포인트에서 만날 수 있지만 특히 로카 파르티다에서 많이 보인다. 로카 파르티다는 말 그대로 망망대해에
솟아 있는 작은 바위섬이다. 낮에 해저 바닥에서 쉬어야 하는 화이트팁상어들에게는 적당한 수심의 편평한
바닥이 필요하지만 수직 절벽으로 60m 수심까지 이어지는 로카 파르티다에서는 쉴 곳을 찾기 힘들다. 다행히 섬의 동쪽은 절벽 군데군데 바위턱이 있어 화이트팁상어들은 그곳을 휴식처로 삼고 있다. 하지만 상어들의 개체수에 비해 바위턱의 공간이 좁아서 여러 마리의 화이트팁상어들이 한꺼번에 모여 있다. 절벽을 천천히 돌아보면 곳곳에 상어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오후가 되면 이들 화이트팁상어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조류가 밀려오는 곳에 여러 마리의 화이트팁상어들이
선회하고 있다.
그 외의 볼거리
사실 소코로에서 돌고래는 수면과 수중에서 아주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이었다.
처음 소코로를 방문했을 때 수중에서 돌고래를 만나 촬영을 했기에 당연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투어에서는 수면에서만 가끔 돌고래를 보았을 뿐 수중에서는 만나지 못해서 몹시 아쉬웠다.
소코로는 또한 혹등고래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투어에서
혹등고래들이 블리칭을 하는 모습을 여러 포인트에서 자주 관찰했고, 또 수중에서 혹등고래의 노랫소리가
아주 가까이 들였기에 기대를 많이 하였다. 하지만 수중에서는 끝내 만나지 못했는데 다이빙을 마치고 나오면
번번히 우리가 출수한 곳에서 50m 정도 거리에서 혹등고래가 나타났었다는 보트 드라이버의 이야기를 듣고
아쉬워했다.
이외에도 소코로에서는 대형 참치가 종종 출현하였고, 아직 어린 참치
무리가 떼 지어 선회하는 모습을 종종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블랙 트레발리, 블루핀 트레발리, 코튼마우스 트레발리, 빅아이 트레발리 등 다양한 종의 트레발리들이 무리 지어 선회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번에 9박 10일의 항해
일정 중에서 이동 시간을 빼고 6일간 다이빙을 하며 만타가오리와 상어 등의 대물들을 실컷 볼 수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한 번만 봐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을 거의 매 다이빙에서 만나고 촬영할 수 있었기에 함께
한 다이버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던 것 같다.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동태평양의 빅3라고 하는 갈라파고스, 코코코스, 소코로
다이빙을 한번이라도 경험하고자 한다면 소코로를 선택하는 것이 가성비 면에서는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다녀오기를 추천한다.
스쿠버넷 트레블은 소코로 시즌 중에 MV Valentina를 이용한
그룹투어를 진행한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스쿠버넷으로 문의바란다.
글, 사진/최성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