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수중사진 촬영 일지물을 좋아하던 내가 2010년 여름에 BSAC 자격증을 딴 이후 두 번째로 간 해외 다이빙 여행. 겨우 휴가를 내고 짬을 내서 시간이 맞았던 일정이 BSAC 팸투어였고, 그 일정 중에 수중사진 촬영에 대한 세미나가 있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다이빙이었다. 하지만 이번 다이빙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수중촬영 강의로 끝나지 않은 나의 실제 첫 수중촬영이었다. 강의를 해주신 서울시립대학교 정상근 교수님께서 흔쾌히 빌려주신 아이폰(iPhone)용 카메라 하우징 ‘아이파티마(i-Patima)’ 덕에 나는 날짜가 맞지 않아 아쉽게 가지 못했던 팔라우 다이빙을 단번에 잊을 수 있었다.감히 물속에서 내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데 수중 촬영이라니, 그것도 항상 몸에 지니고 있는 아이폰으로! 같이 가신 큰 아빠가 걱정하시는 마음에 말리지 않으실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다들 격려해 주시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사전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먼저 애플 앱스토어에서 아이파티마라는 앱을 받은 후 아이폰을 하우징 장착만 하면 끝인 사용방법은 예상 외로 너무 간단했다. 복잡함을 예상했던 나로선 심플한 장착방법에 오히려 버벅거리며 ‘기계치’ 이냐는 오해를 받아야 했다.소중한 아이폰의 침수 예방을 위한 민물 테스트와 몇 가지 방법들을 배운 후 배에 탄 내 기분은 다이빙을 처음 하던 기분과 비슷한 설레임 반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반!
사진_정상근
그러나 그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아이폰 카메라는 휴대성, 간단한 사용법, 사진의 퀄리티 등에서 나 같은 초보자가 쓰기에 단연 훌륭했다. 물론 초반에는 미숙한 작동법에 배터리 절전을 하지 못하고 실수로 다른 버튼이 눌려 (아이폰은 터치폰이라 수중에서 마음대로 조정이 불가하다.)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던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곧 적응했고, 하루 세 번 다이빙 내내 문제 없이 사용하는 법을 터득했다. 첫째 날은 정교수님과 버디로 함께 다이빙하면서 지도를 받았다. 정교수님 사진의 모델도 하면서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피사체에 따라 촬영방법과 각도를 지도해 주셨으며, 조명을 직접 비춰 주시기도 하였다. 찍은 사진들은 영광스럽게도 정교수님의 코칭을 거쳐 점차 나아져 갔는데 가르쳐주시는 대로 찍기가 쉽지는 않았다. 특히 아이폰 카메라에 내장된 조명 사용이 불가해서 색감을 살리기가 쉽지 않았고, 또 접사도 어려운 편이었다. 조명문제는 정교수님이 빌려주신 라이트엔모션(Light & Motion)의 솔라포토(Solar photo) 800 랜턴으로 해결했는데, 조명사용 후 사진 색감이 살기 시작했다. 너무 신이 났던 나는 결국 2일째 첫 번째 다이빙 때 감압에 걸리고 두 번째 다이빙 땐 우리 팀이 아닌 다른 팀을 따라가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혹시나 아이파티마를 빼앗길까 재차 안전서약을 하고 3일째부터는 더 조심히 그러나 접사 위주로 촬영을 했다.아이폰으로 접사촬영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는데, 조류가 조금만 있어도 내가 찍는 것을 가까이 가서 보는 것이 힘들었다. 또 직전에 촬영한 사진은 다시 볼 수 있지만, 전에 찍은 사진은 나중에 물밖에 나와서야 볼 수 있다는 단점도 있었다.수십 장의 사진 촬영 끝에 정교수님께 칭찬 받은 사진 몇 장. 4박 5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그냥 해도 재미있는 다이빙의 질을 한껏 업그레이드 시켜줬던 아이파티마로 입문한 나의 수중촬영. 아쉽지만 하우징은 정교수님께 돌려드리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정말 나중에도 잊지 못할 아닐라오 BSAC 팸투어. i-Patima로의 수중촬영 입문은 이번 다이빙에서의 꽃이었던 것 같다. 다만 나 같은 초보자들은 안전교육을 꼭 숙지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