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어느 정도의 나이에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할까? 또 강사가 된다면 언제쯤, 어떤 계기로 다이빙 강사가 될까? 요즘은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 해외여행 중에 스쿠버 다이빙을 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휴가 사용이 쉽지 않은 직장인 다이버들은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학생 시절에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여기에 대학생이라는 젊은 나이에 벌써 강사가 되기 위해 모인 23명의 학생들이있다. 100 로그를 채우고 다이브 마스터 자격까지 갖춘 학생들이 교육단체의 지원으로 강사가 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어떤 프로그램이고 어떤 학생들이 새로운 강사로 탄생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3일까지 울진해양레포츠센터에서는 SDI/TDI/ERDI에서 주최하는 SDI 장학생 강사과정이 진행됐다. SDI는 지난 2007년부터 매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생 강사과정을 개최하고 있다. 현재 6기째에 이르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강사가 100명을 넘는다고 한다. 장학생 강사과정은 대학생 중 100 로그 이상, 다이브 마스터 이상의 다이빙 경력이 있는 학생들이 동아리나 다이빙 숍의 추천을 받아 신청하게 된다. 강사과정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SDI/TDI/ERDI 본부에서 지원하며 학생들은 8일간의 숙식비용만 부담하면 되는 파격적인 조건이다.기자는 마치 대학생인 것처럼 학생들 사이에 잠입하여 취재를 했는데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시험을 보고, 매일 숙제를 하고 아침마다 구보를 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다소 힘들기도 했지만 대학생들의 뜨거운 열정과 톡톡 튀는 발랄함, SDI 본부의 세심한 배려로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울진에 도착해 먼저 "원정"을 마치고 온 이대생들을 만났다. "원정"이라는 표현이 필자에게는 낯설었는데 대학 동아리에서 가는 투어를 그렇게 부르는 듯 했다. 며칠간의 원정으로 피곤할 법도 한데 다들 기운이 넘친다. 평소 "이대생"에게 갖고 있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건강하고 활기찬 학생들이다. 일단 재밌는 아이들인 것 같다. 밤에는 이론 시험을 대비해 모두 자.발.적.으로 강의실에 모여 공부를 했다. 강의실에서 대학생들과 공부라니. 마치 시험기간의 도서관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강사과정 첫째 날 바로 이론 시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이라니 조금 의아할 수도 있지만 내막을 알면 그렇지 않다. SDI에서는 모든 학과 과정에 대한 교육 자료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놓아 학생들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다. 동영상 강의는 교재의 저자인 정의욱 본부장의 강의를 녹화한 것으로 단체의 정신이나 내용에 대한 설명이 가장 정확하게 담겨 있다. SDI에서는 이런 교육 자료를 강사들에게 무료로 배포한다. 학생들은 모두 이 자료를 활용해 열심히 공부를 해왔고, 그 덕에 한 명의 탈락도 없이 모두 학과과정 평가를 통과했다. 학과 시험 후 아직은 약간 서먹한 분위기에서 23명의 인원을 네 개 조로 나누었다. 이름은 "SDI팀", "TDI팀", "ERDI팀", 그리고 "강사팀"이었다. 이후의 일정은 모두 팀 단위로 진행되었다.
교육과 반복되는 훈련이 후의 일정은 내내 교육, 훈련의 반복이었다. 아침 6시 40분 구보로 하루를 시작해 밤 9시까지 빡빡한 일정이 있었고, 9시 이후에는 팀별로 또는 개인별로 그날의 숙제를 해야 했다. 숙제를 하다보면 12시를 넘기기 일쑤여서 과정을 담당했던 성재원 트레이너는 12시가 되면 다음 날 일정을 위해 학생들에게 빨리 자라고 독촉해야 했다. 교육은 수영장 교육과 학과 강의 교육, 제한수역 강의 교육, 개방수역 강의 교육으로 구성되었고 CPROX1st-AED과정과 테크니컬 다이빙 세미나, 나이트록스 강사과정, SDI/TDI 규정 및 절차에 대한 교육이 추가적으로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이미 다이빙 경력이 제법 되어 수중 스킬을 능숙히 해냈지만 앞으로는 SDI의 강사로서 모두 동일한 스킬을 가르쳐야 하기에 절도 있고 통일된 동작을 습득하는 것이 필요했다. 수영장 교육을 통해 시범을 보일 수 있을 정도까지 스킬을 체득하고 이어서 직접 가르치는 훈련을 했다. 불과 몇 년 전 교육생의 입장으로 오픈워터 과정에서 배웠던 학과 강의, 제한수역 강의, 개방 수역 강의를 이제는 강사의 입장에서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배울 때는 쉬웠는데 막상 가르치려니 쉽지만은 않다. 스스로 설명하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말이 잘 안 나오기도 했다. 먼저 교수법을 배우고 각자 주제를 배정받아 강의록을 준비하고 그것을 토대로 팀 별로 강의 연습을 여러 번 반복했다. 이제 제법 친밀해진 팀원들 앞에서는 비교적 편안하게 강의를 할 수 있었고, 또 서로의 강의를 통해 어떤 점이 좋고 부족한지 배울 수 있었다.
평가과정 후반부로 갈수록 평가에 대한 압박이 심해져 왔다. 장난기 가득하던 학생들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모두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평가를 준비했다. 많은 동기들이 있다는 것은 과정 중에도 큰 도움이 됐다. 서로 부족한 스킬을 보충해주고 자신이 알고 있는 팁을 성심껏 알려주는, 경쟁자가 아닌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지들이었다. 개방수역 강의교육과 강의평가는 모두 울진 오산항 앞바다에서 진행됐다. 강의교육 때는 시야가 제법 괜찮았다. 써지가 상당히 강해 바닥에 가만히 무릎 꿇고 앉아 있기가 힘들었지만 시야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 평가관들이 만드는 문제 상황에 대처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방수역 강의평가 당일의 바다는 연습 때와 너무 달랐다. 써지는 더 강해졌고 시야는 1m 내외로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았다. 평가관들이 만드는 문제 상황만이 아니라 바다 환경자체가 미션과 같았다. 예를 들어 필자가 속한 SDI팀에서는 상승 중에 평가관이 교육생 한명의 핀 버클을 푸는 미션이 있었다. 시야가 좋지 않고 평가관이 쥐도 새도 모르게 다가온 탓에 버클이 풀린 당사자도 미션이 아니라 실제 상황인 줄 알았다고. 그런 환경에서도 모두가 집중하고 협동하여 4개 팀 무사히 개방수역 강의평가를 통과할 수 있었다.
SDI 장학생강사과정.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너무 좋고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을 통해 강사가 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다이빙 숍에서 스태프들에게 추천을 한다. SDI의 입장에서는 눈앞의 가시적인 이익이 아니라 장학생 강사들이 앞으로 다이빙 계에 기여할 무한한 가능성에 가치를 두고 이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트레이너들이 장학생강사과정을 돕기 위해 스태프로 참가해주었고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학생들 입장에서 여러 트레이너들로부터 다이빙 스킬, 경험만이 아니라 인생의 경험과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값진 기회였다.교육에 참가한 학생들은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쿠아리움, 동해 다이빙 숍, 필리핀의 다이빙 숍, 해수욕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대학 동아리, 동아리 연합회에서 활동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나이도 제일 어린 막내 20살에서부터 30살까지 고르게 분포해 있고 출신 지역도 다양했다. 모두 바다를 좋아하고 스쿠버다이빙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모여 8일간 즐겁고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낸지라 과정이 끝난 후에도 그 돈독함을 이어가고 있다. 인원이 제법 되고 서로 거리가 멀다보니 다함께 모이기 쉽지 않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꾸준히 서로의 소식을 접하고 있다. 또 도움이 필요하거나 좋은 정보가 있는 경우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고 있다. 23명의 젊은 강사들. 또 선후배들까지 다하면 벌써 100명이 넘는 SDI 장학생 강사들. 이들이 똘똘 뭉쳐 열심히 앞길을 헤쳐나간다면 다이빙 업계에서도 이들을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