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초의 위치와 유래가거초는 가장 얕은 곳의 수심이 7.8m에 이르는 수중암초로 우리나라의 가장 남서쪽에 있는 전남 신안군의 가거도에서도 서쪽으로 47km나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과거 일향초라고 불리웠지만 2006년 12월 국립해양조사원의 해양지명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지명을 가거초로 변경하였다. 일향이라는 이름은 1927년에 일본군함 ‘일향’이 암초에 부딪혀 사고가 나면서 그 존재가 알려지게 된데서 유래했다.
가거초는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이르는 해저산맥과 같은 형상의 암초군으로, 장축의 길이가 3.3km, 단축의 길이가 0.9km로 총면적은 1.7km2에 이른다. 여의도 면적(2.9km2)의 절반보다 조금 넓다.
가거초 해양과학기지에 배를 접안하고, 수중조사 작업을 위해 다이빙을 준비하는 연구자들
가거초 해양과학기지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에 이어 국내에 두 번째로 건설된 가거초 해양과학기지는 2007년 11월에 착공되어 2년여의 공사 끝에 2009년 10월 13일 준공되었다. 가거초 수심 15m 암초 위에 건설되어 있으며, 수면 위로는 아파트 10층 높이인 26m의 구조물이 드러나 있다. 가거초 기지의 면적은 286m2으로 이어도기지(1345m2)의 1/4 규모이지만 그간의 이어도 기지 운용 노하우를 적용하여 과학기지로서의 성능은 향상되었다고 한다. 사업비 100억원을 들여 21m 높이의 파도와 평균풍속 40m/s의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50여종의 각종 관측 장비로 기상, 해양, 대기환경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그러나 직접 관찰한 가거초 해양과학기지는 지난 2010년 9월에 발생한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구조물 일부가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당시 파도의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가거초 해양과학기지의 수중구조물
암반에 앉아있다가 급하게 자리를 피하는 넙치
잿방어
가거초의 암반을e 화려하게 수놓고 있는 노란해면과 밤수지맨드라미, 가는바늘산호.
가거초의 어류들
가거초는 부시리, 돌돔, 민어, 조피볼락, 불볼락, 넙치 등의 어류가 풍부한 곳이라 어민들과 낚시인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겨울철에는 조피볼락의 마릿수로 쿨러를 채울 정도이며, 여름철에는 1m가 넘는 부시리들이 그 먼 곳까지 낚시인들을 이끌고 있다. 또한 전설의 물고기 돗돔들도 종종 나타나는데 지난 6월에도 169cm 크기의 돗돔이 낚시인에게 잡혔다고 한다. 10월초 다이빙에서는 비록 돗돔을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불볼락 무리와 대형 넙치, 잿방어와 가다랑어, 돌돔과 황줄깜정이, 혹돔 등을 볼 수 있었고, 다이빙을 모두 마친 다음에 수면으로 튀어나온 상어의 지느러미를 구경할 수 있었다. 그동안 가거초에서 수중조사를 수행했던 다이버들 중에서는 수중에서 상어와 돗돔을 관찰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가 없으니 입증할 길은 없다.
계곡 사이의 불볼락 무리와 다이버. 모델/우성원
가거초에 흔하게 보이는 쏨벵이
절벽의 연산호 군락과 다이버
가거초의 바닥생물들
외해의 고립된 암초지역은 생물상이 매우 단순하다는 것이 해양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거초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태풍의 영향을 종종 받는 얕은 수심대는 특히 더 단순했다. 수심 15m까지의 기지 구조물에는 따개비와 말미잘, 이끼벌레 등의 부착생물과 파래 같은 녹조류 밖에 없었으며, 또한 20m 이내의 암반 지역은 피복성 해면과 더불어 홍조류와 소형 갈조류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반면 파도의 영향이 약해지는 20m 아래의 깊은 수심대로 가면 오렌지손가락해면이나 밤수지맨드리미, 민가시산호 등 가지가 있고, 높이가 높아진 부착생물들이 관찰되었지만, 30m 아래의 깊은 수심에서 우점하는 것들은 대부분 해면류였다. 주기적인 태풍과 강한 조류 그리고 깊은 수심 등으로 인해 연안지역과는 다른 이런 독특한 생물상들이 유지되는 것 같았다.
붉은색의 가는바늘산호
노란색의 해면
밤수지맨드라미해면 위의 애기불가사리와 대벌레, 등각류 등의 갑각류들이 보이다.
난장이 모자반 위에 붙은 말미잘
해면들이 군락을 이룬 가거초의 바위벽 모델/우승원
가거초 다이빙
가거초는 가거도에서도 스피드보트로 3시간, 목포나 완도에서는 4시간~5시간 가량 소요되는 먼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투어로 스쿠버 다이빙을 다니기에는 쉽지 않다. 따라서 여태까지 펀다이빙을 위해 가거초를 찾은 다이버들은 거의 없고 해양과학기술원 등의 연구조사 관련 활동으로 가거초에서 다이빙한 기록들은 있다. 필자도 2004년 9월 가거초 해양과학기지 건설을 위한 기초조사와 관련되어 가거초 다이빙을 한 적이 있고, 2009년에는 다른 수중사진가가 가거초 다이빙을 했었다.다만 낚시인들은 10명~20명 정도가 그룹을 이루어 목포 등지에서 스피드보트를 챠터하여 투어를 다니고 있는데 다이버들도 스피드 보트를 챠터한다면 가거초 다이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운이 좋아 돗돔이라도 만난다면 가거초까지 간 보람이 있을 것이니 말이다.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가거초는 꽤나 넓은 지역에 펼쳐져 있기 때문에 굳이 기지 근처가 아니라도 소나를 이용해 적당한 수심대를 찾아서 입수한다면 최소수심 7m에서 최대수심 40m까지 다양한 범위에서 드라마틱한 다이빙이 가능할 것이다.기지를 기준으로 입수를 했을 때에도 수심 15m에서 수심 30m 이상까지 절벽과 계곡들이 이어져 있었는데 수심 40m까지 깊어지는 어두컴컴한 크랙들도 있어서 갑자기 무엇인가 튀어나올 듯 분위기가 묘했다. 그런 곳에서 1m가 넘는 돗돔을 만난다면? 상상만 해도 심장 박동수가 빨라진다.이어도와 달리 가거초는 조금 때를 맞춰 다이빙을 나가면 굳이 정조 시간을 맞추지 않아도 다이빙이 가능했다. 시야 또한 이어도에 비해 훨씬 좋았다. 9월~10월은 거의 10m 이상의 시야가 나왔다. 모험을 하고 싶다면 밝은 라이트와 촬영장비를 준비하고 가거초 다이빙에 도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거초 해양조사를 들어갔던 날은 바다가 정말 잔잔하고 좋았다.
해양과학기지의 수중 구조물은 돌돔, 황줄깜정이, 강당돔 등의 놀이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