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도네시아 발리
2,3 필리핀 사방
4 필리핀 아닐라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는 난대성 어족은 물론 온대성, 열대성 어족과 아열대 바다식물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연산호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제주 바다 속에는수중용암동굴 까지 있으니, 바다 속 비경의 극치라 해도 과언이아닐 것이다.국내외를 막론하고 수중에 사는 생물은 어느 한가지 아름답지않는 것 없이 고유한 형태와 체색을 가지고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물속에 직접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TV 다큐멘터리 또는 지면을 통해 그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수중 생물을키우는 것이 아닐까? 필자 또한 주위에 해수어(海水魚)와 새우류를 포함하는 수중 생물을 취미로 키우는 지인이 있는데 며칠전 “니모(흰동가리, Clownfish)와 새우를 키우는 어항에 갯민숭달팽이를 키워도 되냐?”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별 상관없어”란짧은 답변을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끊었다. ‘뭐 하려고 비싼 돈을 투자해서 해양 생물을 키우려는 걸까?’란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이 글을 적게 되었다.
미국해양대기국(NOAA)은 매년 전세계 해역에 걸쳐 대규모의해양조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03년 8월 16일부터 27일까지 “심해 서식지 조사(Exploring Deep Ocean Habitats)” 프로그램인 “Life on the Edge”를 미국 대서양 연안 북 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에서 수행하여 수많은 심해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이들 중 하나는 다른 행성에서 살다 온 것처럼 특이하게 생겼는데 해양 연체동물의 한 종류인 ‘갯민숭달팽이’로 갈조류인 모자반에 부착하여 살아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처럼 기괴한 형태와 다양한 색체를 뽐내는 “갯민숭달팽이(Nudibranch, SeaSlug)”에 대해서 살펴보자
갯민숭달팽이는 고둥류, 조개류, 오징어류, 문어류 등과 같은 연체동물문(Phlyum Mollusca)에 속하며, 복족강(Class Gastropoda),나새목(Order Nudibranchia)으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복족류는 나선형의 껍질 한 개를 갖고 있으나, 갯민숭달팽이들 같이 이런 껍질이 퇴화되었거나 전혀 없는 종류도 존재한다. 갯민숭달팽이가 속하는 복족류에는 달팽이, 소라, 우렁 등이 포함되어있다.
갯민숭달팽이의 영어 이름인”누디브렌치(Nudibranch)”의 어원은 라틴어로 “벌거벗은”이란 뜻을 가진 ‘Nudus’와 그리스어의"아가미”란 의미의 ’brankhia’에서 유래되었다. 즉 “벗은 아가미(naked gills)”이라는 뜻으로 이들은 아가미가 외부에 노출되어있다. 체형은 대체로 납작하고 좌우 대칭형을 하고 있다. 이들은전세계에 약 750여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은 4~5㎝ 정도로 작지만 열대 해역에 사는 종류 중에는 무게가 무려 1.5㎏에 달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호주에는 길이 30㎝에 달하는 종이 발견되기도 한다.
갯민숭달팽이의 체색은 화려하며, 돌기를 가지고 있는데, 몸 전체에 돌기를 가지고 있는 종들과 항문주변으로 꽃의 수술모양으로 돌기가 존재하는 종들로 구분할 수 있으며, 두 종류 모두 몸의앞쪽에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한 쌍의 더듬이처럼 생긴 돌기인비공(Rhinophore)을 가지고 있어 먹이나 짝의 위치를 찾는 감각기관의 역할과 물속의 산소를 흡수하여 호흡하는 아가미 역할을 한다.이들은 복족류의 특징인 근육질의 배다리를 이용하여 대부분 바닥 또는 기질을 기어 다니는 저서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몇몇 종들은 물 속을 떠다니는 부유생활을 하기도 한다. 이들의 배다리는 기질을 기어가는데 사용하는 다리 역할도 하지만, 종종 가장 자리를 팽창시켜 짧은 거리를 유영하여 이동하는데 사용한다. 노를 젖듯이 팽창된 근육을 물결모양으로 움직여서 유영하는 종들이 있는가 하면, 새의 날개짓과 같이 접었다 폈다 반복운동으로 날아 이동하는 종들도 있다. 부유생활을 하는종 중에는 몸이나 돌기를 부풀려 부력을 얻은 다음에 물속을 떠다니는 종류도 있다.
길이가25㎝ 이상 되는 스패니쉬 댄서(Spanish Dancer), 인토네시아 코모도
갯민숭달팽이는 다른 복족류들에서 볼 수 있는 몸을 보호하는 단단한 패각(貝殼)을 가지지 않는다. 복족류에게 패각이 없다는 것은 자기 방어에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들은 패각을 가지지않으면서도 의외로 훌륭한 방어 및 공격기술을 갖추고 있어 냉엄한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생존경쟁에서 피식자(被食者, Prey)가 아닌 포식자(捕食者, Predator)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어떻게 작고 연약해 보이는 이들이 자신보다 훨씬 큰 동물들을 사냥하거나자신보다 상위의 포식자로부터 살아남아 해양 생태계에서 군림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바닷속을 다녀보면 히드라(Hydra) 또는 산호(Coral)등의 자포동물(Cnidaria)에 붙어 있는 갯민숭달팽이를 자주 볼 수 있다.바로 여기에 생존의 해답이 있다. 갯민숭달팽이는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작은 크기를 가지며 연약하고 부드러운 몸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서 작은 물고기라도 한 입에 삼켜버릴 수 있다. 게다가 움직임마저 느려 상위 포식자의 표적이 되면 도말 갈 방법이 없다. 따라서 갯민숭달패이들은 자기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포동물의 “자포(Nematocyst, 刺胞)”를 이용하는 방법을 간구하였다.“자포”란 자포동물이 가지고 있는 작살과 같이 생긴 무기로 자세포 내에서만들어 지고, 콜라겐으로 구성되어있다. 자세포 내 구형 또는 난형의 자포낭에 용수철 모양으로 감겨 있는 자사(刺絲)가 외부자극이 있으면 튕겨나가
찌르고 독을 주입하여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일부 갯민숭달팽이는 히드라나 산호의 방어무기인 자포를 통째로 섭식한뒤 다른 생물로부터 위협을 받으면 체내에 가지고 있던 “자포(Nematocyst,刺胞)”를 발사해 자신의 몸을 방어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또 다른 종은 자포를 발사할 수는 없지만 자신들이 섭취한 자세포를 조직안으로 흡수하여 자신을 보호하는 독성물질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능력을가지기도 한다. 갯민숭달팽이를 먹이로 하는 포식자의 입장에서 보면 좋지않은 경험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가까이 다가갔다가 자포에 쏘이기도 하고멋모르고 먹었다가 몸에서 나오는 강한 독성물질로 피해를 보기도 했기 때문이다. 결국 건드렸다 본전도 못 뽑는 일을 당했을 것이다. 수중의 다른 작고 연약한 생물들이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이고 도망가는 것과 달리 현란할 정도로 눈부신 체색을 띠며, 화려하게 치장을 한 채 ‘먹을 테면 먹어보라’는 식으로 당당하게 몸을 노출시키고 있다. 이들의 화려한 체색은 오히려 적에게 경계심을 일으켜주는 보호색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그래서인지 이들의 천적은 청자고둥류 등 몇 종류의 고둥들에 불과하다. 반면에 먹이가 되는 동물들은 바위에 붙어 있는 작은 미생물에서부터 심지어 따개비류와 어류의 알까지 포식한다. 특히 해파리, 말미잘, 히드라, 산호류 같은 자포동물과 해면동물, 멍게류 등 바다 바닥에 서식하는많은 동물들을 입안에 있는 치설로 잘라 섭취한다. 이와 함께 깃털말류(Bryopsis spp.),염주말류(Chaetophora spp.), 파래류(Ulva spp.) 또는 대마디말류(Cladophoraspp.)와 같은 해조류를 섭식하기도 한다.
필자의 지인이며 공주대학교에 근무하는 러시아인 해조학자 타냐 클로코바 박사(Tatyana A. Klochkova)에 의하면 “국내 일부연안에 서식하는 일부 갯민숭달팽이들은 깃털말류 및 대마디말류와 같은 녹조류를 섭식하여 체색이 녹색을 띠는 것이 관찰되었다”고 이야기 하면서 “갯민숭달팽이에게 일정기간 동안 녹조류를 먹이로 제공하여 섭식시키면 녹색으로 체색 변화가 일어나기도 하고, 녹조류로부터 엽록체를 획득하여 수일에서 수개월동안 광합성을 수행하지만 받아들인 엽록체는 계속 보유되지 않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어 다시 새로운 엽록체가 보충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이것은 갯민숭달팽이에서 내부 공생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고, 갯민숭달팽이가 가지는 엽록체는 희랍어의 훔치다라는 어원을 가지고 “훔친색소체(Klepto Plastid)”라 불리운다. 이와 같이 진핵생물간의 광합성 관련 유전자의 수평적 유전자 전달이 일어난다는 타냐 클로코바 박사의 연구에 관한 내용은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갯민숭달팽이가 만드는 독성물질은 테르펜노이드(Terpenoid)화합물로, 이들의 독은 어류를 비롯한 해양의 많은 생물에게 치명적인 효과를 나타내지만 사람에게까지 치명적이지 않다고 보고되고 있다. 테르펜노이드 화합물은 쉽게 분해되며 특히 고온에서는 금방 결합이 끊어지므로 끓이면 안전하다. 그리고 사람처럼 항온동물의 위(胃)에서는 쉽게 소화가 되며 설령 독성이 남아 있더라 하더라도 치명적일 정도로 강하지는 않다. 갯민숭달팽이의 독성물질은 짝짓기를 하여 종족을 보존할 때뿐 아니라,패각을 가지고 있지 않아 위험에 노출된 자신의 몸을 방어하는데에 유용하게 사용된다.갯민숭달팽이들은 암수한몸으로 난자와 정자를 같이 가지고 있다. 번식기인 봄이 오면 이들은 “매음굴(Brothel)”로 불리는 짝짓기 장소에 모여 서로의 정액을 교환해 수정하는 의식을 치루는데 갯민숭달팽이를 짝짓기 장소로 유인하는 원인은 “아트락틴(Attractin)”이라고 불리는 화학물질 때문이다. 이것은 무척추동물도 물속에서 각자 다른 성의 개체를 유인하는 페로몬(Pheromone)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보여주었다. 바다 속에서여러 마리의 갯민숭달팽이가 줄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해초에매달려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갯민숭달팽이들의 교미장면이다. 짝짓기할 때는 두 마리의 갯민숭달팽이가 서로에게접근해서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정액을 교환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정액이 성숙해서 코르돈(Cordon)이라 불리는 알이긴 실과 같은 형태로 생식관(Reproductive tract)에서 생산된다.밝은 빛깔을 띠는 알 덩어리는 냄새를 풍겨 정자뿐 아니라 갯민숭달팽이도 유인하여 종족 보존을 위한 짝짓기가 이루어진다.
교미중인 갯민숭달팽이, 제주도
녹조류를 섭식하여 체색의 변화를 가져온 갯민숭달팽이(Dr. Tatyana A. Klochkova 제공형형 색색의 갯민숭달팽이 필리핀 모알보알
인도네시아 코모도
교미중인 갯민숭 달팽이 필리핀 모알보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