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욱의 메디컬 다이빙 스토리
치명적인 흉기 공기통 '얼굴두부손상'
다사다난했던 2012년이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어떤 각오와 계획으로 2013년을 맞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12월 수차례 때 이른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는 가운데 연말 대선의 열기는 그야말로 뜨겁고 흥미로웠다. 새로운 지도자의 안정된 국정운영으로 조국의 번영과 평화가 공존하는 세상을 기대해보며 오늘의 주제인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는 공기통의 위험성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한다.
요즘 국내 다이빙을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파와 폭설 그리고 좋지 못한 바다사정 때문이다. 대부분 다이빙을 우리나라에서 하는 필자도 요즘 같아서는 따듯하고 시야가 탁 트인 열대바다에서 사나흘 다이빙이나 하고 왔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보트에서 장비를 세팅하고 다이빙 포인트로 입수하는 과정까지를 생각해 본다면 누구든 그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보트에서 다수의 다이버가 자신의 장비를 매고 바닥에 널려져 있는 오리발, 수경, 후드 등 장비를 챙기기 위해서 좌우로 두리번거리고 있다. 누군가는 바닥만을 쳐다보고 무엇인가를 하고 있을 때의 상황이다. 자신의 등 뒤에 공기통이 있다는 생각은 못하고 좌우로 흔들어 댈 때 누군가의 얼굴과 머리는 흉기에 얻어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실제로 이런 사례를 여러 번 목격하였다. 위험한 상황을 한 가지 더 생각해 보면 리더의 인솔 하에 보트 양쪽에 걸터앉아서 동시에 뒤로 굴러 입수를 할 때의 경우이다. 늦게 입수하는 다이버가 이미 보트아래 수면에 떠있는 다이버 위로 덮쳐 입수하는 위험한 상황을 떠올릴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어떠한 문제점들이 발생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첫째 가벼운 얼굴과 머리 타박상(contusion)이다. 이런 경우에는 부상 부위가 조금은 붓고 통증이 있을 수 있으나 수일 내 후유증 없이 말끔히 좋아진다.
두 번째는 두부와 얼굴에 긁힌 상처(scratch wound)가 생기거나 찢어지는(laceration wound)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상처 소독과 연고 정도로 충분한 치료가 이루어지게 되나, 후자의 경우 출혈부위를 압박하여 지혈하고 가까운 병원으로 후송하여 봉합수술이 필요하겠다.
세 번째로는 가장 심각한 경우인 뇌손상 또는 이로 인한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이다. 먼저 공기통으로부터 강한 충격을 받게 된다면 안면골절(facial bone fracture) 및 머리 골절(skull fracture)이 발생할 수 있으며, 뇌조직에 피멍이 드는 뇌좌상(brain contusion) 또는 두개강내출혈(intra-cranial hemorrhage)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경미한 손상, 즉 뇌의 구조적인 이상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시적으로 뇌기능부전이 동반되어 두통, 구토, 어지러움 등의 증상을 보이는 흔히 말하는 뇌진탕(brain concussion)이 대부분이겠지만 간혹 이보다 심각한 뇌손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상 징후가 보이는 경우에는 보다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겠다.
안면골절, 두개골 골절의 경우 단순 X-ray 및 컴퓨터 단층촬영(CT)을 시행할 수 있으며 뇌 실질의 손상에 대해 점검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단층촬영(CT) 또는 자기공명촬영술(MRI) 시행이 필요하며, 뇌진탕, 뇌좌상, 뇌출혈 여부를 감별할 수 있다.
동해안이나 제주도와 같이 국내 다이빙 중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병원으로의 접근성이 용이하겠지만 해외에서 다이빙 중에 이러한 사고에 봉착한다면 해외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으므로 몇 가지 알아두어야 할 포인트를 숙지해두도록 하자.
먼저 두부나, 안면에 찢어진 상처가 있는 경우 간혹 출혈의 양이 많아 다친 본인은 물론 주변사람도 당황할 수가 있다. 이때는 침착하게 출혈부위를 찾아 깨끗한 수건과 같은 천으로 누르고 손가락으로 압박하면서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하자. 출혈부위를 손가락으로 잘 압박하면 효과적으로 지혈이 가능하며 일단 지혈이 되었다면 응급상황은 해결된 것이다.
두 번째로 두부외상 후 의식이 소실되었다면 이는 심각한 이상 징후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의식이 곧 회복되었고, 의식수준이 이전과 동일하며 구토증상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이는 비교적 안심할 수 있는 상태이다. 부상 후 24시간동안 두통이나, 구토 등의 별다른 몸의 이상이 없다면 이는 더더욱 좋은 징후이며 안심할 수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부상 후 의식수준이 정상적이지 못한 경우, 지속적으로 분출성구토를 반복하는 경우, 코피 또는 맑은 액체가 지속적으로 코로 나오는 경우,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지속되는 경우 등일 때는 장소를 불문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후송해야 할 것이다.
여러분 모두 이러한 사고를 경험하거나 또는 가해자가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희망찬 2013년을 안전하고 즐거운 다이빙으로 아름답게 추억하고 싶다면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보트 위에서 장비를 착용 후에는 누구든 행동하기에 앞서 주변상황을 계속해서 인식하고 있음이 중요하며, 설사 동시에 입수를 못하고 늦게 따로 입수하는 상황일지라도 반드시 보트아래 수면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박건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