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만나는 새로운 물속 친구들,-뚝지와 문어를 만나다
남항진 핀스다이브리조트에서 뚝지와 문어를 만나다!
지난 2월 14일, 밸런타인 데이를 기념하여(?) 동해 다이빙을 다녀왔다. 춥지만 쨍하게 맑은 날씨와 파란 하늘이 모처럼의 바다 외출을 더욱 들뜨게 했다.
이번 목적지는 남항진의 핀스다이브 리조트. 겨울철 동해 바다는 시야가 좋고 혼인색을 띤 쥐노래기나 대왕 문어, 뚝지 등 다른 계절에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어종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23미터 부채뿔산호 포인트 풍경
높배이 포인트에서 만난 뚝지
23미터 부채뿔산호 포인트에서 만난 문어와 촬영중인 다이버들
물론 낮은 수온이라는 최대의 약점이 있지만 드라이슈트와 적절한 내피, 후드, 장갑 등으로 충분한 보온을 하면 어느 계절보다 풍성한 볼거리가 있는 다이빙을 할 수 있다. 겨울 바다에는 다이버들이 많지 않기에 더욱 여유롭고 편안한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다.
높배이포인트 풍경
최근 페이스북에 문어와 뚝지 사진이 올라왔다. 문어는 사진을 통해 익숙히 보아온 모습이지만 뚝지는 무척이나 새로웠는데 귀엽고 독특한 모습이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나 역시 뚝지의 엉뚱한 모습에 흥미가 생겼고 이번 다이빙을 통해 이 두 녀석을 꼭 보고 싶다는 희망 사항이 생겼다.
높배이 포인트에서 뚝지를 만나다높은 산이 솟은 것을 수면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여 “높배이”라는 이름이 붙은 포인트이다. 수심 24m의 바닥은 크고 작은 바위들로 뒤덮여 있고 바위 위에는 섬유세닐말미잘과 비단 멍게, 그리고 소라, 게 등의 각종 부착생물들이 각자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 바다에서는 무엇을 볼 수 있을지 구석구석을 살피고 다니는데 무언가 뒤뚱하고 재미나게 생긴 통통한 녀석이 보였다. 까맣고 동그란 눈과 벙긋거리는 입, 불룩하게 옆으로 튀어나온 배! 바로 이 녀석이 사진에서 본 뚝지였다. 재미난 생김새 때문인지 뚝지, 심퉁이, 도치라는 여러 가지 이름을 갖고 있다. 헤엄을 치기엔 도무지 어려울 것 같은 복부비만 물고기 뚝지는 물속을 유영하기보다 배에 있는 빨판으로 바위에 딱 달라붙어 있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재미나고 귀여운 모습에 한참을 살펴보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덧 상승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23m 부채뿔산호 어초 포인트에서 문어를 만나다수심 23m에 놓인 인공어초 포인트로 어초에는 빨갛고 하얀 섬유세닐말미잘이 빼곡히 붙어 있다. 또 포인트 이름처럼 부채뿔산호들이 많이 있었고, 그 위에는 갯민숭달팽이가 어김없이 곱게 내려 앉아있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새로운 생물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어초 사이를 누비는데 사진을 찍는 일행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문어를 발견한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동해 바다에서 처음 만난 문어였다. 그 동안 해외 바다에서 바위 틈바구니에 숨어있는 문어는 여러 번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어초 기둥에 몸을 완전히 드러낸 문어는 처음이었다. 동글게 만 다리와 뒤로 젖힌 커다란 머리, 뜬 것인지 감은 것인지 알 수 없는 눈,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잠을 자는 것 같기도 한 모습이 애매하게 귀여웠다. 한참을 문어 사진을 찍고 또 모델로 사진에 찍히기도 하며 문어와 함께 즐거운 다이빙을 했다.
높배이포인트의 섬유말미잘과비단멍게가 있는 풍경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피사체인 뚝지와 문어를 모두 만난 즐거운 다이빙을 마치고 리조트로 돌아오는 길, 마음은 더없이 뿌듯하고 유쾌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바다는 잔잔했고 보트는 그 위를 활기차게 내달렸다. 원하는 대상을 모두 보고 오는 다이빙이 얼마나 자주 있을까? 물론 소박한 바람이긴 했지만 그 바람이 모두 이루어진 다이빙! 그래, 가끔은 이럴 때도 있어야지. 오늘 본 귀여운 아이들아, 다음에 또 만나자! :)
남항진 핀스다이브 리조트강원도 강릉 남항진에 위치한 핀스다이브리조트는 서울에서 3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의 여유롭고 호젓한 분위기의 리조트이다. 바다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널찍한 앞마당과 너른 공터, 그 위로 보이는 파란 하늘까지 더없이 여유로운 공간에서 편안히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김현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