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욱의 메디컬 다이빙스토리올바르지 못한 다이빙스토리 I
수중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급상승의 충동을 강하게 느껴본 경험이 있는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기억 말이다. 이번 호와 다음 호까지 두 차례에 걸쳐 필자가 다이빙 중에 경험했던 위험한 순간을 기술해보며 왜 그러한 일들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원인들을 분석해보고 해결방법과 예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시간과 장소를 2012년 5월3일 제주도 서귀포 문섬 앞 45m에 투하되어 있는 난파선 포인트로 돌려보자.
그때의 필자는 한참 다이빙의 매력에 심취해 매달 한두 번씩 사나흘 정도 제주도에 내려갈 무렵이다. 5월 초순인데도 불구하고 제주도 날씨는 한 여름 날씨였다. 따듯하다 못해 무더웠으니 말이다. 목요일 저녁 비행기로 내려가 평소 가깝게 지내던 현지 다이버들과 어울려 1차를 넘어서 2차까지 적잖은 양의 술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까지 숙취가 남아있을 정도였다. 눈부신 햇살을 맞으며 어선을 타고 서귀포 문섬 앞의 관광용 잠수함 바지선으로 이동하였다. 평소와 달리 이때는 관광용 잠수함 상단 위에서 잠수함을 타고 하강해서 수심 45m 지점에 위치한 난파선에서 짧은 시간 사진을 촬영하고 돌아오는 계획이었다.
두꺼운 내피와 드라이슈트를 입고 최근까지 동해에서 다이빙을 했기에 드라이슈트에 좀 더 적응하기 위해 일부러 가져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3mm 웻슈트도 함께 가져갔지만 3mm 슈트는 사용불가 했기에 드라이슈트로 다이빙을 하게 되었다. 두꺼운 내피를 입고 슈트를 입은 상태에서 장비를 착용하려니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전날 과음한 탓에 숙취로 인한 증상까지 더해져 몸이 힘든 상태였다. 신체 컨디션은 좋지 못하였고 처음 경험해 보는 다이빙 계획에 대한 부담감도 조금은 있었다. 하강이 시작되고 몸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니 조금의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시야는 불량한데다가 잠수함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에 긴장감은 커져갔다. 15m 정도에서 선체로부터 떨어져 자유하강을 시작하였다. 버디가 5m 이상 앞서 내려가고 있었다. 평소처럼 호흡도 편안하지 못하였고 잠수함에서 떨어져 나오면서부터 경미한 어지럼증까지 동반되었던 터라 두려움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차리려 애를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수심 30m를 넘기면서는 아주 불쾌한 기분이 더해지기 시작했으며 빨리 이 곳으로부터 탈출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버디에게 신호를 보냈지만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였고, 난파선 상단이 정확하게 보이던 36m 지점부터는 호흡기를 뱉어버리고 싶을 만큼의 통제불능 상태였다. 수직자세로 곧추서서는 긴박하게 발차기를 하며 안정정지 없이 수면까지 급상승을 하고 말았다.
수면에 올라와 숨을 가쁘게 몰아 쉬며 안정을 취하고 있자니 잠수함 바지선에서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지만 잠시 동안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였다. 얼마 후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고 얕은 수심으로 이동하여 새끼 섬으로 올라온 후 몸에 걸쳐있는 모든 것을 벗어놓고 섬 뒤편 그늘에 벌러덩 누워있어야만 했다. 한참 누워있으면서 죽을 뻔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를 질책하며 가슴을 쓸어 내렸던 다이빙 스토리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