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욱의 메디컬 다이빙스토리올바르지 못한 다이빙스토리 II
지난 3월호에서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 문섬 앞 45m 난파선으로 하강 중에 생겼던 급상승 스토리를 자세하게 기술한 바 있다. 이번 호에는 지난 다이빙 스토리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하나 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첫 번째 잘못된 목표수심이다. 수심 45m를 일반 공기를 사용하여 촬영하고 돌아오는 계획부터가 올바르지 못하였다. 다이빙을 교육시키는 단체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수심 30m를 넘지 않는 수심에서 무감압 한계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한도 내에서 다이빙 계획을 세우도록 권장하고 있다. 어떤 단체는 오픈워터 매뉴얼에서 40m를 한계수심으로 교육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 공기를 사용하였을 때 무감압 한계시간은 30m/20분, 32% 나이트록스일 경우에는 30m/30분이다. 수심 45m에서 절대기압은 5.5ATA로 일반 공기의 산소부분압 0.21을 곱하면 1.115로 산소부분압을 기준으로 봤을 때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에서의 MOD(최대운용수심) 1.4를 초과하지는 않지만 질소마취의 위험성과 최대수심을 고려해 보았을 때 올바르지 못한 다이빙 계획이었다. 나머지 문제점들은 다음 호에 이어서 기술할 예정이니 궁금한 분은 다음을 기약하며 한 번 더 생각해볼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궁금하면 500원!!! ㅋㅋ
두 번째 다이빙 전날 과도한 음주가 나쁜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음주와 다이빙의 연관성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관관계가 뚜렷하다. 정확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지만 통상 다이빙 전날에는 가급적 음주를 금하며 만약에 얼마 정도의 음주를 했더라면 취침 전에 충분한 수분섭취와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짐으로 체내에 들어온 알코올을 모두 배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가볍게 소주 한두 잔 맥주 한두 병 섭취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겠다. 체내에 들어온 알코올은 대부분 간에서 대사되어 아세트알드히드(acetaldehyde)라는 대사물이 생기게 되고 이것 때문에 숙취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알코올이 몸에 들어오면 인지능력 감소, 판단력 저하 유발은 물론 말초혈관 확장으로 체온소실은 물론 대사과정에서 심한 탈수증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혈액의 점성(viscocity)증가로 감압병 노출에도 취약해지게 된다.
세 번째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낯선 환경에서의 다이빙이다. 시야가 좋고 따뜻하며 전에도 수 차례 들어가 본 곳에서의 다이빙은 정말 부담 없이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이나 춥고 시야도 나쁘며 처음 경험하는 환경에서의 다이빙이라면 심적 부담이 크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이번 다이빙 스토리를 살펴봐도 필자는 처음 경험했던 다이빙 환경이었고, 특히나 잠수함 프로펠러 소리는 굉장한 긴장감을 가져다 주었다.
네 번째 이야기 해 볼 것은 하강할 때 얕은 수심에서부터 느꼈던 현기증과 어지럼증이다. 숙취 때문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스스로가 납득하기 어려웠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귀를 대별하면 내이/중이/외이 셋으로 나누게 된다. 그 중 바깥으로 보이는 귓구멍 입구부터 고막까지의 부분을 외이라고 부른다. 정상적인 귀라면 고막 바깥 까지만 액체가 유입될 수 있다. 재미난 점은 우리의 귀는 양측에서 대칭적인 자극이 주어지면 우리는 아무런 자각증상을 느끼지 않지만 어떤 이유에서 비대칭적으로 자극이 주어지면 현기증/어지럼증을 동반한 현훈(vertigo)이 유발될 수 있다. 실제 다이빙 중 하강시 양쪽 외이도로 물이 들어오는 시간이 크게 차이를 보이는 경우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론상으로 충분히 근거가 있기 때문에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원인은 질소마취다. 과거의 메디컬 다이빙스토리에서 소개했던 주제이지만 다행스럽게(?) 그때까지 필자는 질소마취에 대한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정보를 알려드리지 못했던 점을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드린다. 아무튼 과거에는 대부분의 다이버가 질소마취가 왔을 때 마치 구름 위에 기분 좋게 붕 떠 있는 듯한 euphoria(행복감/도취감)를 가지게 되는 줄 알았으나 추후에 몇몇 경험 많은 다이버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던져보니 오히려 아주 불쾌하며 평소에 먹어본 적도 없는 많은 양의 술을 섭취한 다음날 오심/두통/구역을 동반한 엄청난 숙취에 시달리는 듯한 경험이었다고 이야기 하는 다이버가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잠수함에서 분리되면서부터 발생한 현훈(vertigo)과 수심이 30m 이상으로 깊어지며 질소마취현상까지 더해져 버린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올바르지 못한 슈트의 선택을 지적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환경과 수온을 고려한 슈트의 선택의 중요성을 말하려 한다. 이렇듯 가능성 있는 여러 가지 원인들을 생각해 보았다. 다이빙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 다이빙이다. 이외에 수많은 중요점이 있겠지만 안전이 선행되지 않고서야 무의미하다고 생각된다. '선택도 스스로……, 책임도 스스로……' 이런 문구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