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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의 경계에선 멍게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의 경계에선
멍게


필자는 다이빙을 하다가 바닷속 암반에 멍게가 많이 붙어있으면 마치 물속에 붉은색의 동백꽃이 핀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아왔다.


해산물을 채취하는 어민들에게는 이런 장소가 바로 ‘노다지’일 것이다. 이처럼 자연 암반에 붙어 살아가는 멍게는 일반인들에게 자연산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하여 어촌의 소득에 보템이 되기도 한다. 경남 통영의 어민들은 봄볕에 눈이 시리고 봄바람에 벚꽃이 날릴 때면 겨우내 바닷물에 잠겨있던 양식멍게의 줄을 끌어올리며 “바다에 꽃이 핀다”고 표현한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멍게는 아마도 한번쯤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인기 있는 해산물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동물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멍게는 먹을 거리가 아니라 동물의 진화를 연구하는 중요한 재료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멍게는 동물 중 일곱 번째로 각국의 연구진에 의하여 전체 유전자 지도가 그려진 동물이다.

"통영 어시장의 멍게, 프랑스에서는 Violet(비올렛)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린다."

동물진화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가지는 멍게
동물분류학에서 척삭동물문에는 사람을 포함하는 척추동물, 미삭동물, 두삭동물로 구성되어있다.
우선, 척삭(Chorda dorsalis, Notochorda, 脊索)이란 체형의 길이 방향으로 있는 유연한 막대 모양의 지지기관을 칭하는 것이다. 인간을 포함하고 있는 척추동물은 척삭이 발달해서 척추 뼈로 이루어진 척추가 된다. 멍게가 포함된 미삭동물은 어린 시기에 가지고 있던 척삭이 척추로 발전되지 못하고 퇴화되어 성체가 된다. 반면 두삭동물은 어린 시기의 척삭이 발달되어 척추와 같은 것으로 변하지 못한 채로 성체가 되어도 척삭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미삭동물인 멍게의 배아(어린 유생시기)와 척추동물인 인간의 배아가 동일한 척삭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동물 진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멍게를 연구하여 척추동물의 진화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멍게의 종류 – 단체와 군체
입수공과 출수공 주변이 형과 청색을 띠는 투명한 군체멍게(좌, 인도네시아 코모도)와 홍합을 덮고 있는 군체멍게(우, 울산 방어진)
멍게는 세계적으로 1,500여종, 우리나라에는 70여종이 알려져 있다. 대부분 얕은 바다에 서식하지만, 2,000m보다 깊은 심해에 서식하는 종류도 120종이 알려져 있다. 이들은 종에 따라 개체의 몸이 커서 단독으로 살아가는 단체(單體)멍게와 작은 개체들이 집합해 있는 군체(群體)멍게로 나뉜다. 단체멍게는 우리에게 친숙한 식용멍게인 우렁쉥이이다. 군체멍게는 개체수를 무성 생식방법에 의해 늘리며 몸의 일부를 연결하여 무리를 이룬다. 국내에도 서식하고 있지만 필리핀을 포함한 따뜻한 동남아의 바닷속에서 쉽게 관찰 할 수 있다.

따뜻한 동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체 멍게( 필리핀 아닐라오) 군체 멍게(우, 인도네시아 발리)

단체멍게나 군체멍게나 모두 몸의 한쪽 끝은 기질에 부착되어 있으며, 반대편에 입수공과 출수공을 가지고 있다. 육안으로 봤을 때 입수공은 입구가 ‘+’모양을 하고 있으며, 출수공은 ‘-‘모양을 하고 있다. 출수공은 입수공 보다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는 출수공에서 나온 배설물이 입수공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멍게는 바닷물을 빨아들여 함께 들어온 플랑크톤은 먹고 물만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멍게는 몸 안에 정소와 난소를 다 지니고 있으며, 무성생식과 유성생식 두 가지 방법을 다 동원하여 번식한다. 무성생식은 어미의 몸에서 새끼가 솟아나와 서로 붙어 군체를 이루는 것이며, 유성생식은 알과 정자를 바닷물에 뿜어 수정을 하는 것이다.

다양한 곳에 부착하여 생육하는 군체 멍게(좌, 인도네시아 발리)
군체멍게-필리핀 모알보알


식용으로서의 멍게
멍게는 독특한 향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는 극명하게 호불호(好不好)가 갈리는 음식재료의 하나이기도 하다. 멍게 특유의 맛은 불포화 알코올 때문이며, 근육 속 글리코겐의 함량이 다른 동물에 비해 많은 편이다. 멍게는 겨울을 지나 수온이 높아지면 글리코겐의 함량이 높아져 맛 또한 좋아진다. 멍게 체내의 글리코겐은 인체가 포도당을 급히 필요로 할 때 저장하고 있는 포도당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다당류라 빠른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또한 멍게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프랑스 칠레 등에서도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의 동북지방은 멍게의 주요산지로 유명하다.


멍게와 우렁쉥이
멍게의 정식 명칭은 ‘우렁쉥이’ 이다. 멍게는 경상도 사투리였지만 표준어인 우렁쉥이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되자 표준어로 받아들여진 말이다. 이는 ‘방언이던 단어가 표준어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된 것은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 이 경우, 원래의 표준어는 그대로 표준어로 남겨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우리말 표준어 사정원칙 때문이다.
멍게는 딱딱하고 두꺼운 껍질에 싸여 있어 ‘칼집 초(硝)’자를 써서 해초류(海硝類)로 분류된다. 멍게를 두고 영어권에서는 ‘피낭’ 이란 뜻의 ‘Tunicate' 또는 ‘바다의 물총’ 이란 뜻의 ‘Sea squirt’라 부르고 있다.

입수공과 출수공이 푸른빛을 띄는 투명한 군체멍게-인도네시아 코모도
홍합을 덮고 있는 군체멍게-울산 방어진


강원도 동해 연안의 깊은 수심에 서식하는 붉은 멍게(양양 동호리)

필자는 특별한 기회로 경남 통영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해역에서 이루어지는 우렁쉥이 양식장에서도 다이빙을 한 경험이 있으며, 다이빙을 통하여 국내 연안의 암반에 서식하고 있는 ‘우렁쉥이’와 동해안의 깊은 수심에 서식하는 ‘붉은멍게(일명 비단멍게)’를 많이 보아왔다.

강원도 동해 연안의 깊은 수심에서 서식하는 붉은 멍게- 양양 동호리

또한 다이빙 잡지에 나오는 국내 바다에서 촬영한 수중 사진을 보면 인공어초나 자연암반에 붙어있는 멍게나 붉은 멍게를 피사체로 이용한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양식멍게가 로프에 매달려 자라고 있는 모습

다이빙과 수중 사진을 보면서 ‘참으로 건강한 바다속’이란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다이버들 또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양식 우렁쉥이는 양식과정에서 별도로 먹이를 주거나 하는 것이 아니므로 다이빙을 하면서 암반에서 만날 수 있는 우렁쉥이나 맛의 차이는 없을 듯하다.

인공어초에 붙어있는 붉은색의 비단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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