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반과 함께 하는 제주도의 봄 다이빙
제주 다이빙은 12월을 기점으로 동면기에 들어간다. 낮아지는 수온과 만만치 않은 바람과 강한 조류, 겨울용 장비 등 여러 가지 번잡한 준비로 인해 자연스레 다이버들을 외국으로 보내버린다. 필자 또한 겨울 다이빙은 애로사항이 많아서 자주 하지를 않았다. 하지만 올 초 그냥 무심하게 보아왔던 모자반 숲에서 다이빙을 한번 하고 난 후, 모자반 다이빙에 반해버렸다. 제주도의 겨울에 시작하여 봄철에 그 절정을 맞는 모자반과 모자반 다이빙에 대해 애기해보려 한다.
수면을 향해 곧게 뻗어 있는 모자반군락이 마치 숲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모자반(Sargassum)모자반은 모자반 속(Sargassum) 해
조류전체를 아우르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특정 종(Sargassum fulvellum)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몸은 외견상 뿌리줄기잎의 구분이 뚜렷하지만, 뿌리는 헛뿌리이며 1개의 중심 가지를 내어 1-3m 이상 크게 자란다. 줄기는 삼각기둥 모양이고 비틀린다. 잎은 줄기에서 기부 쪽으로 향하여 나며 휘어지고, 주걱 모양 또는 타원형을 하고 잎 중앙부까지 뼈대가 생긴다. 상부의 잎은 창처럼 뾰족한 모양이고, 가장자리에 톱니 모양의 돌기가 나며, 온몸에는 줄기부터 기포가 생긴다. 짙은 황갈색을 하고 한국의 전 해안에서 볼 수 있다.
무성한 모자반 군락때문에 태양도 가려진다
식용으로는 참모자반이 대표적이며, 그 외 우리가 다이빙하면서 보는 모자반은 대부분이 괭생이모자반이다. 모자반 속은 난해성 식물로서 여러해살이며 한국의 연안에서 해중림(海中林)을 이루는 대표적인 종류이다. 한국에서는 약 24종류를 볼 수가 있다. 특히 모자반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씨놀 성분은 당뇨병의 대표적인 증세인 만성염증의 억제효과와 세포보호 효과도 가지고 있다.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일대에는 50여 종이 생육하고 있다. 모자반이 무성한 곳은 각종 연안동물들이 먹이를 얻거나 산란하기에 적합하여, 환경보존과 어업자원 확보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한국에서도 모자반 속의 많은 종류가 식용되기도 하며, 알긴산 등 해조 공업의 원료로 이용되거나 비료로도 쓰인다.
모자반의 생태모자반은 6월초부터 서서히 자라기 시작해서 수온이 14~15℃가 되는 3월 말에서 4월 중순까지 10m 이상 대형화되기 시작하면서 제주해안을 잠식해 버린다. 그러다가 수온이 상승하는 5월 초쯤을 기점으로 바닥에서 떨어져 수면부유생활을 하다가 점차 녹아 없어진다. 이때 모자반이 녹으면서 발생하는 대량의 식물성 플랑크톤과 이를 잡아먹는 동물성 플랑크톤이 발생해서 시야를 급격히 떨어뜨린다.
모자반 숲 한가운데에서 자라고 있는 미역
또한 모자반은 잎에 붙은 히드라를 잡아먹기 위한 갯민숭달팽이들과 새우, 해마, 베도라치 등의 서식처가 되며, 봄철 짝짓기를 위한 줄도화돔 무리들의 은신처가 되기도 한다. 마크로 촬영자들은 모자반 숲을 잘 살펴보면 뜻밖의 다양한 해양생물들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주도 토속음식 (몸)국제주에서는 예로부터 경조사 시에는 토속음식인 (몸)국을 자주 먹는데 몸국에 사용되는 "몸"은 모자반의 제주방언이다. 모자반은 지방질, 칼슘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바닷가 바위틈에서 많이 자라며 연한 것을 채취하여 식용으로 이용한다.
된장에 무쳐 먹거나 신 김치에 버무려서 먹기도 하였지만,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집안의 경조사 때 푹 삶은 돼지고기 국물에 모자반을 넣어 (몸)국을 만들어 먹었다. 또한 몸국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콜라겐은 피부를 탱탱하게 할 뿐 아니라 주름개선효과에도 뛰어나다고 하니, 제주를 방문하시는 여성 다이버 분들은 필히 한 번씩 드셔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모자반 숲을 표현하는 광각촬영요즘 저렴한 수중 하우징과 카메라의 보급 덕분에 많은 다이버들이 수중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다. 모자반 촬영의 묘미는 얕은 수심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수심 10m 이내에서 자연광을 이용하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모자반은 절정기에는 대형화 되고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스트로보를 가지고 이를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굳이 스트로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감도를 조정해서 표현을 할 수도 있지만, 필자 경험상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필자는 모자반 촬영 시 화이트밸런스와 매직필터를 사용해서 촬영을 하고 수중 플래시 사용은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다. 이 부분만으로도 필자가 원하는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모자반 숲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고 있는 호박돔
단지 주의 사항은 모자반 다이빙을 하다 보면 장비에 모자반이 걸리는 일이 발생해서 다이버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점만 주의한다면 바다의 숲을 누비고 다니는 기분을 최대한 느낄 수가 있다.
감압에 대한 부담감 감소와 여유 있는 촬영시간, 이 부분 또한 모자반 다이빙이 필자에게 주는 또 다른 선물인 것 같다. 같은 바다의 같은 장소이지만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모자반 다이빙을 다이버라면 꼭 한번 해보길 추천하며 짧은 글을 마무리한다.
강동완
제주수중사진연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