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중 박사의 해양생물이야기-바다생물의 위기
바다의 생물들뿐 만 아니라 현생의 모든 생물들은 태초의 시기부터 여러 번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며 진화하였고,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것들이다. 우리 인간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해양에서는 너무나도 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즉, 자연계를 구성하고 있는 먹이 사슬의 균형이 외부요인에 의하여 와해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문명 발달 이전의 시기 때부터 수렵과 채집활동을 통하여 생활에 필요한 고기, 가죽을 얻어 왔으며, 문명이 발달된 후에는 기름과 약재 등과 같은 생활 필수품과 그것을 만들기 위한 원료를 얻고자 불가피하게 생물들을 포획하였다. 자연계 먹이사슬의 하부단계의 어떤 한 종이 멸종된다면, 상위 단계에 영향을 미쳐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지게 만든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자연계의 재앙이 자주 보고되고 있기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하여 멸종위기 바다생물에 대하여 이야기할 필요를 느낀다.
해양생물의 멸종은 “ing”
인류의 마지막 보고라고 불리는 극지…
극지에 서식하는 바다 생물도 인류의 남획으로 인하여 멸종위기를 맞이 한 적이 있다. 북극 원주민인 이누이트(Innuit)들은 고기와 가죽을 구하기 위하여 사냥에 나서서, 많은 바다코끼리가 희생되었다. 그러나 남극권의 바다 생물들은 훨씬 더 가혹한 시련을 겪게 되었다. 이유는 노르웨이, 러시아, 미국을 포함하여 북극과 인접한 주변 8개국이 영유권을 가지고 있는 북극과는 달리 남극은 주인 없는 땅으로 인식되어 어느 나라든 발을 들이기만 하면 그곳의 해양동물들을 마구잡이 식으로 포획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동물이 남극권의 바다코끼리이다. 무게가 무려 3톤에 육박하는 수컷을 잡으면 많은 양의 기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아마도 많이 살육 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극의 코끼리해표(사진/극지연구소 제공)
남극의 펭귄 수난사도 만만치 않다. 펭귄 기름을 이용하기 위하여 마구 잡아들였을 뿐 아니라 남극에 진출한 탐험 대원, 선원의 식량으로 사용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남극환경보호의정서”에 의하여 코끼리해표, 펭귄 등 남극의 모든 동, 식물은 보호받고 있다.
새끼를 품고 있는 턱끈펭귄(촬영/남극 킹조지섬 펭귄마을)
물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사건들은 멀리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필자는 수년간 독도의 해조류를 조사해 왔는데, 연구를 위해 독도와 관련된 고문헌 등을 찾아보면 서도 뒤편의 가재바위(물개바위)에는 ‘독도 강치’가 다수 서식하고 있었으나 1975년 이후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치가 자취를 감추게 된 이유는 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른 환경변화의 영향 일수도 있겠지만 1년에 1마리의 자손을 낳는 번식 능력을 감안할 때, 남획이 주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고기 맛이 좋다고 알려져 남획되어 멸종위기에 내몰린 나폴레옹피쉬(촬영/팔라우)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한 시파단과 필리핀을 비롯하여 열대 바다를 자유로이 유영하는 바다거북의 개체 수는 이전에 비하여 크게 감소 하였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바다거북을 신성하게 여겨 그물에 걸리거나 해안가로 떠밀려 오면 다시 바다로 돌려 보내지만, 일부 중남미 국가에서는 특별한 날 바다거북으로 요리한 음식을 대접하는 문화가 남아있어 많은 수의 바다거북이 포획 및 밀렵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모든 바다거북은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지만 여전히 개체 수는 줄어들고 있다.
수중을 유영하는 바다거북(촬영/시파단)
수중 사진가에게 좋은 피사체로 알려진 해마 또한 마찬가지이다. 수컷의 육아낭에서 알을 부화시켜 자손을 번식시키는 해마는 중국 등지에서는 호흡기질환, 발기부전 및 난치병에 효능이 있다고 여겨져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예전에는 어로 행위를 하다가 부산물로 잡혀서 홀대 받던 해마를 현재는 집중적으로 포획하는 실정이 되었다. 이처럼 해마가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자 2004년부터 사이테스(CITES) 동물군에 포함되어 보호 받고 있으나, 해마를 채집하는 불법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해면에 꼬리를 감고 있는 해마(필리핀 아닐라오)
유영중인 고래상어(필리핀 팔라완)
이뿐만 아니라 식용과 장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대왕조개와 지구상에서 가장 큰 몸집을 가지고 있는 고래상어도 멸종위기에 놓여있는 해양생물 중의 하나이다. 더욱이 고래상어의 경우에는 성격이 온순하고 움직임까지 둔하여 자기방어 능력이 부족하여 남획된다면 멸종을 맞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장식용으로 패각이 사용되고 있는 대왕조개(인도네시아 코모도)
이미 멸종된 바다동물인류에 의하여 이미 멸종된 바다 생물도 있다. 캐나다의 뉴펀들랜드, 그린란드, 스칸디나비아반도가 포함된 북대서양에 서식하였던 ‘큰바다쇠오리’는 펭귄과 같이 날지 못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에게는 좋은 사냥감이 되었다. 그러나 짧은 날개 덕분에 헤엄을 쳐서 고기를 잡거나 포식자를 피하는 능력은 뛰어났다. 해양 생태계에서 자신의 목숨은 지킬 수 있었던 ‘큰바다쇠오리’는 인간 이라는 피할 수 없는 적을 맞이하여 1844년 공식적으로 멸종되어 지금은 박제로만 존재하고 있다.
우리연안에서 자취를 감춘 귀신고래필자는 이전에 “고래이야기”를 적으면서 한국계 귀신고래(천연기념물 제126호)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한 적이 있다. 한국계 귀신고래는 러시아 오호츠크해에서 우리나라 동해를 지나 남중국해에서 새끼를 낳고 다시 북상하는 이동경로를 가지고 있다. 고래잡이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 세계 열강들이 국내바다에서 무차별 포획한 결과 개체수가 급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한국계 귀신고래의 이동경로상에서 반복적으로 잡히다 보니 바닷길까지 잃어버린 상황이 되어 국내 연안에서는 한국계 귀신고래를 찾아볼 수가 없다. 한국계 귀신고래뿐만 아니라 귀신고래는 가족 중 한 마리에게 문제가 생기면 주위를 떠나지 않는 행동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포획하기 쉬운 새끼부터 어미까지 모두 잡아들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국제포경위원회(IWC)는 귀신고래가 멸종 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1948년 귀신고래에 대해서 전면적인 포경을 금해왔지만, 이미 개체 수는 줄어든 이후였다.
한국의 보호대상 해양생물해양생물의 위기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해양 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많은 이유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해양 생물을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의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되어 있는 종으로는 최근 지정된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포함하고 있는 포유류 15종, 해조 및 해초류 7종, 무척추동물 24종, 파충류 4종, 어류 2종으로 총 52종이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해조류 중 유일한 보호대상해양 생물인 삼나무말(강원도 거진)
보호해양생물의 목록은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에서 “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검색하면 받아 볼 수 있다.
글을 마치며
필자는 인간의 문명이 발달하면서 고기, 가죽, 기름 약재 등 생활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바다거북을 포함한 상당수의 바다동물을 멸종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인 프란츠 M. 부게티츠(Franz M. Wuketits, 1955~)는 저서 『멸종, 사라진 것들(Ausgerottet-ausgestorben[출처]
멸종-사라진 것들, 종과 민족 그리고 언어|작성자진둥이』에서 그는 모든 것의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인간이라고 이야기 하며, 수백만년의 세월에 걸쳐서 생성되어온 생물체들의 고유한 형태를 파괴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필자뿐 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모든 다이버들 또한 문명의 발달 때문에 살아왔다. 그러나 해양 생물들의 다음 과제는 인류의 공격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주어진 기간은 너무나도 짧고 턱없이 부족하다. 인간 스스로가 남획을 절제하여 멸종이 일어나지 않게 하여야 한다. 파충류 이후 가장 강력한 포식자인 인간이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균형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필자와 글을 읽는 독자들을 포함한 인간 또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동물의 한 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 포함된 “독도 강치”, “큰바다쇠오리”와 “한국계 귀신고래”의 사진은 구할 수가 없어 글만 남기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