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홀-124M-
여성 다이버의 텍다이빙 도전기
텍 다이빙의 시작은 매 년 비슷한 시기에 주어지는 1년 만의 휴가에서 비롯 되었다.
김은정 /보홀사진.
직업적인 특성으로 나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까지 휴가를 사용할 수 있어서 그때마다 유명 다이빙 사이트를 찾아 다니며 다이빙 여행을 즐기곤 한다. 올 해도 마찬가지였는데 벌써 3년 째 필리핀 보홀의 디퍼 다이브 리조트를 찾고 있다. 내가 매년 디퍼를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첫째는 그동안 맺은 리조트와 손님 이상의 순수하고 돈독한 인간 관계 때문이다. 특히나 내가 사랑(?)하는 정신적 멘토인 그녀, 미모 언니가 있으니까. ^^ 그리고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보홀에서 다이빙 리조트를 운영해온 관록에서 나오는 깔끔한 다이빙 오퍼레이션과 새로 지은 깨끗하고 산뜻한 숙박 시설이 올 해도 변함 없이 디퍼를 찾게 한 이유이다.
그리고 이번 휴가에는 또 다른 발랄한 목표가 있었다.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의 한계를 뛰어 넘는 테크니컬 다이빙을 배워 보려는 당찬 의지가 꽁꽁 숨겨져 있었다. 더블 탱크를 등에 메고 데코 탱크를 주렁주렁 매달고 아무도 가보지 못 한 저 심연을 탐험하고 개척하는 것이 남성 다이버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나도 일조하고 싶었다.
디퍼 다이브 리조트에 도착한 첫 날 나는 장태한 강사님께 텍 다이빙을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장강사님은 흔쾌히 오케이! 텍 다이빙의 첫 번째 단계인 텍 40 코스부터 시작을 하게 되었다
PADI 텍 40 코스의 사전 조건
PADI 텍 40 코스에 입문을 하려면 여러 가지 사전 조건들이 있는데 먼저 어드밴스드 오픈워터 다이버, EAN 다이버, 딥 다이버 스페셜티(PADI 또는 인정되는 타 교육단체)가 있어야 하고 최소 30로그의 다이빙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이중 최소 10번은 나이트록스를 사용한 18m 보다 깊은 수심의 다이빙이어야 한다. 또한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 나는 사전 조건을 모두 만족한 터라 바로 텍 40 코스에 입문할 수 있었다.
기다리던 텍 40 코스의 교육 시작 첫 날!처음 착용해 보는 더블 탱크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해마처럼 바로 선 자세에, 부력조절이 잘 되지 않아 계속해서 핀 킥을 하는 등 오픈 워터 다이버 때와 같은 기분을 느끼며 하루를 마감했다. 첫 날은 엉망이었지만 다행히 그 이후로 매일 매일이 발전이 있었다.
텍 40 코스의 1, 2, 3장 교육은 더블 탱크의 무게감과 교육 내용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빼곤 레크리에이션 다이빙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4장 교육은 40m까지 하강한 후 10분 동안 감압을 하는 진짜 감압 다이빙이었다. 레크레이션 다이빙에서 가끔씩 하는 찍고 다이빙과는 확실히 다른 무언가 새로운 것이 느껴졌다.
이어지는 텍 45 코스텍 45 코스의 1, 2, 3장 교육은 텍 40 코스보다 교육 내용이 조금 추가된 것 외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지막 4장의 감압 다이빙을 위해 찾은 팡글라오 섬의 칼리파얀 하이드 포인트(Kalipayan hide point)에서의 다이빙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이 포인트는 모래로 된 슬로프 지역인데 45m까지 내려가 보니 어!!! 이게 웬 일?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산호초 군락이 마치 예쁘게 가꿔 놓은 정원처럼 펼쳐져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방문을 기다려 왔던 것처럼! 텍 다이버가 아니라면 절대 볼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올라오는데 어찌나 심장이 뛰던지! 텍 다이버가 된 것이 너무나 뿌듯했다.
텍 50 코스 교육 시작!!!레크리에이션 다이버 교육 과정과 비교하자면 레스큐 다이버 과정의 느낌이라고 할까? 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지고 데코 탱크도 2개로 늘어나 기체 교환이 좀 힘들었지만 앞으로 내가 보게 될 새로운 세상에 비하면 이 정도쯤이야 뭐!
텍 50 코스는 3장 교육부터 감압 다이빙을 시작했다. 3장에 들어간 포인트는 발리카삭(Balicasag) 섬의 카테드랄(Cathedral) 포인트였다. 직벽을 타고 50m를 하강하여 아래를 내려다 보니 한없이 펼쳐진 심연이 아늑한 침대와 같은 포근함을 주었다. 그리고 나의 눈으로 보이는 곳까지가 수중 시야였다. 6년 넘게 다이빙을 하며 유명한 해외 사이트를 많이 다녀 보았지만 이런 청명함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어슴프레 깊어지는 심연의 적막한 느낌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벅차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레임이었다.
4장은 발리카삭의 마린 쌩츄어리(Marine sanctuary) 포인트에서 다이빙을 했다. 카테드랄 포인트만큼의 시야는 나오지는 않았지만 깊은 수심에서 만난 잭 피시(Big eye trevally) 떼는 얕은 수심에서 보는 느낌과는 사뭇 다른, 평생 잊지 못 할 마음의 문신으로 남았다.
공기를 사용하는 텍 다이빙 코스를 마치고 헬륨을 가미한 텍 트라이믹스 코스를 바로 시작하였다.
텍 트라이믹스 65 코스!이 코스부터는 수중 기술 연습보다 트라이믹스 기체를 이용한 감압 다이빙이 주라고 하였지만 1장에서 마스크 없이 트림 자세를 유지하며 4개의 디코 탱크를 탈부착 해야 하는 기술은 정말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65m의 심연은 모든 힘든 것을 잊게 하고 나를 더 깊은 곳으로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텍 트라이믹스 코스에서는 점점 더 깊은 프러시안 블루의 색감이 현실로 다가왔다.
70m, 80m, 90m!!! 깊어 지는 수심에 비례하여 나의 성취감도 급 상승하였다. 깊게 내려 간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이 아니라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이었다. 그것은 내 자신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오는 안일과 나태에서의 탈출을 나는 텍 다이빙 교육에서 찾았다.
교육 일정이 마무리 되고 POST TRIMIX 130m를 계획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하강 속도 지연으로 인해 124m에서 멈추어야 했지만 나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벌써 부터 2014년의 휴가가 기대된다.
사진/ 김 은정
마치며끝으로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고 있던 나를 새로운 다이빙의 세계인 테크니컬 다이빙으로 이끌어 주신 디퍼 다이브의 장태한 강사님에게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다시금 나를 나의 안식처로 무사히 돌려 보내주신 "바다" 에게도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글/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