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수중사진 2 최지섭
동해의 갑오징어
CANON 400D, SB-105x2, 15mm 어안, 파티마하우징 f8, 1/200s, ISO200
갑오징어, 체장 약 30cm
장마? 일기예보에는 폭염이 계속된다고 하나 이날 포항의 아침은 잔뜩 찌푸린 하늘이었다. 오전에 수온 14℃에서 90분 넘는 다이빙을 마치고 출수하니 30℃ 가까운 더위가 기다렸다. 급격한 온도의 차이로 몸이 나른했다. 그래도 점심 먹고 카메라와 스트로보 배터리를 교체하고, 한 시간 가량의 수면휴식시간을 가진 뒤에 다시 입수했다.
두 번째 다이빙은 수심 12m, 수온 14℃, 시야 1m... 조류도 무척이나 강하여 80여 분의 다이빙이 그리 편안한 다이빙은 아니었다. 그런데 두 번째 다이빙을 마칠 즈음에 예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이 녀석을 만났다. 동해에서 벌써 두 번째 만나는 피사체이다.
수심은 4m,, 흐린 날씨 때문에 수중에는 빛이 없이 어둡지만 그래도 이 녀석과의 만남이 이날 다이빙을 행복하게 마무리 지어주었다.
첫 번째 셔터를 누르고 앵글을 바꾸어 두 번째 셔터를 누르는 순간, 헐! 한쪽 스트로보가 터지지 않는다. ㅠㅠ
가만히 않아 이 녀석을 주시하며 곁눈으로 스트로보를 확인했다. 붉은 불이 들어왔다. 음~ 지금부터 한두 컷 누르면 스트로보가 더 이상 발광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래서 첫 번째 사진을 확인하고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ISO를 다시 확인하고 설정했다.
세 번째 셔터를 눌렀다. 앞 모습은 생각대로 담았다. 이번에는 옆 모습이다. 다시 스트로보를 확인하며 곁눈으로 피사체를 확인했다. 다시 붉은 불이 들어오고 네 번째 셔터를 눌렀다. 이번에도 원하는 사진을 담았다. 뭐라 표현하기 힘든 희열이 전해졌다. 다시 몸이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쉽지 않은 환경에서 다이빙을 하다 만나는 이런 행운(?)이 나를 바다로 계속 향하게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번 주말 기말고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내일도 카메라를 들고 바다로 간다.
행.복.을.찾.아.서.
최지섭
IDIC 트레이너
영일스쿠버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