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수중사진 3 최성순폭염과 미녀
니콘 D90, 파티마하우징, 10.5mm 렌즈, SB-105x2. f16, 1/200s, ISO200
팔라우의 하늘과 구름, 태양을 배경으로 스노클링을 즐기는 여성 다이버. 모델/배경화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17년간 일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길을 찾던 중이었다. 특별히 고정적인 일거리가 없었던 터라 모 업체로부터 카탈로그에 들어갈 이미지 사진을 촬영해달라는 요청에 기꺼이 모델들과 함께 팔라우로 떠났다.
울롱채널, 씨에스 터널, 블루홀, 블루코너, 저먼채널에 샹들리에 캐이브와 이로마루 다이빙 그리고 해파리 호수 스노클링까지 모두 마치고, 마지막으로 걸메아우스(Ngermeous) 섬에서 점심을 먹는 것으로 일정이 모두 끝나게 되어 있었다.
걸메아우스는 평소에 일반 관광객들이 체험 다이빙을 하거나, 스노클링을 하는 곳이었다. 간혹 그곳에서 가이드들이 손님들의 볼거리를 위해 식사 후 남은 잔반으로 상어피딩을 하기도 했는데 이날 나는 남은 공기통으로 스노클러들의 상어피딩 장면을 촬영하기로 했다. 그리고 함께 다이빙했던 배경화 강사가 스노클링으로 모델이 되어 주기로 했다.
모래 슬로프로 시야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상어피딩 장면을 몇 컷 촬영하고 입수지점으로 돌아갈 때였다. 수면 근처에 작은 물고기들과 이들을 노리는 동갈치들이 있었고, 배경화 강사가 접근하는 모습을 촬영하고자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흐린 시야는 원했던 구도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포기하려는 찰라 수면을 통해 올려다 본 파란 하늘과 구름 그리고 작렬하는 태양이 비키니를 입은 모델과 너무 잘 어울렸다. 물은 흐렸지만 얕은 수심에서 물 밖을 볼 때는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었던 기억이다.
최성순
ScubaNet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