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Colors
Layouts
Wide Boxed
탑 마레스 광고

정상근 교수의 콤팩트 수중사진 교실 1: 스쿠버 다이빙과 수중사진


넓은 바다 속을 유람하는 스쿠버 다이버들이 많이 늘었다. 마니아층도 늘어났지만, 체험 다이버들이나 휴가를 이용해 가끔씩 스쿠버를 즐기는 다이버들도 부쩍 늘었다. 그런데 다이빙 활동의 평균 수명은 얼마나 될까? 처음 다이빙을 배운 후 과연 몇 년 동안이나 다이빙을 계속하게 될까? 주위 사람들을 보자면 보통 처음 1년은 새로운 마음으로, 이후 2년은 자발적으로, 다음 2년은 주변 상황에 이끌려 다이빙한다. 그러다 한 5년 정도 지나면 열의도 시들해 지고, 다이빙을 위한 절차나 준비가 귀찮아진다. 1~2순위에서 3순위 밖으로 스쿠버 다이빙이 밀리고 결국 어떤 일이 생기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 물론 언젠가 다시 다이빙할 생각으로 장비를 잘 보관해 두지만 창고에서 먼지만 쌓여 가게 된다.

그렇다면 다이빙을 시작한지 20년이 넘도록 내가 아직까지 열정적으로 다이빙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다를 사랑해서, 물 체질이라? 역마살이 껴서? 사람이 좋아서? 다 이유가 되기는 하지만 그 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다이빙을 계속하는 것은 아직 물속에서 내가 할 일이 있어서, 즉 다이빙을 하는 목적이 그 때 그 때 분명했기 때문이다. 항상 다이빙이 좋았지만 다이빙에 입문한 초기에는 100회 다이빙을 달성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이었다. 그 이후에는 강사가 되어 교육을 하고 좀 더 나은 다이빙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그러다 같이 다이빙하는 회원들의 사진을 찍어주면서 점점 나만의 수중사진 세계로 빠져들었다. 좋은 수중사진을 촬영하고 나만의 작품세계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아직도 나를 무거운 다이빙 장비와 카메라를 챙겨 바다로 가게 만든다. 결국 다이빙 교육과 수중사진이 내가 다이빙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으며, 요즘은 수중사진을 찍기 위하여 바다를 찾는 빈도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몇 년 전에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와 하우징을 마련했다. 교육생을 데리고 다니면서 커다란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를 가지고 다이빙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파티마엔지니어링에서 출시한 캐논 G9용 하우징에 자그마한 스트로브를 장착하니 국내바다에서 촬영하기 적합한 셋업이 되었다. BC D링에 걸거나 손목에 걸고 다니다 교육생의 기념사진이나 비디오를 촬영하고, 수중에서 만난 해양생물을 촬영하여 디브리핑에 활용하였다. 교육과 수중사진이 동시에 가능해진 것이다. 휴대의 편리성 때문에 사용한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 중에는 작품성이 높은 것도 있어 지난 개인전에 활용하기도 했다. 두 마리의 토끼가 아니라 세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해외에서 만나는 다이버들은 부담스럽지 않은 자그마한 수중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일행들과 기념사진을 찍거나, 수중에서 만난 생물을 기록하곤 한다. 특히 일본 다이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두 명 중 한 명은 손목에 카메라를 걸고 유영한다. 그들은 수중사진을 그리 어려워하지 않고 다이빙하는 순간순간을 카메라에 기록하지만, 잡지에 소개되는 멋진 작품을 촬영하고자 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육상에서 휴대폰이나 콤팩트 카메라로 촬영하듯 수중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즐거운 상황을 영상에 담는다. 그리고는 선상에서 카메라를 돌려보며 다이빙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곤 한다. 또한 로그북을 쓰는 그들 곁에는 항상 카메라가 있어, 수중에서의 기억을 되새기게 해 준다.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와 하우징 세트를 마련하는 비용은 적지는 않다. 그러나 다이빙 장비나 투어비와 비교하면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다. 적지 않은 비용으로 즐기는 다이빙에서 수중사진을 추가하면 즐거움과 효율성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다. 수중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으며, 내가 본 수중생물을 기록하여 로그북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으며, 같이 다이빙을 한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여행을 다녀 온 후 사진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 번 여행을 되새겨본 경험이 있으리라.

전문적인 수중사진은 어렵다. 그러나 콤팩트 디지털 사진은 그리 어렵지 않다. 카메라의 기초를 모르는 사람도 똑딱이 카메라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잘 찍는다. 우리가 여행을 갈 때면 어떤 종류이든지 카메라 한 대는 꼭 챙긴다. 수중에서 자신의 몸을 어느 정도 가눌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중급 다이버라면 수중여행을 할 때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를 챙겨보면 어떨까? 그러면 다이빙이 훨씬 풍요롭고 재미있을 것이며, 나아가 다이빙을 하는 새로운 동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스쿠버 세트보다 다이브 컴퓨터 구입을 먼저 권한다는 강사의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의 하우징 구입을 먼저 권하고 싶다. 시작은 어렵지 않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에 맞는 하우징만 마련하면 된다.

정상근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교수

BSAC Instructor Trainer, U/W Photography instructor

http://redinblue.org


  • 이전글 조진생 박사의 DSLR 수중사진 교실 1: 화이트 밸러스의 이해
  • 다음글 조진생 박사의 DSLR 수중사진 교실 2: 풀 프레임과 크롭 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