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수중사진3 – 장기영
파이프피쉬-장기영 올림푸스 TG830
보라카이 야간다이빙은 5m 수심의 해변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의 반응이 "5m요?"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여기 5m 수심에서 정말 다양한 수중생물체를 만날 기회를 가지게 되는데, 지금까지 CORAL CAT SHARK, WARTY FROGFISH, PAINTED FROGFISH, HAIRY FROGFISH, BOBTAIL SQUID, ORANTE GHOST PIPEFISH, CUTTLEFISH, SPONGE CRAB, COCONUT OCTOPUS 등등 다양한 수중생물들을 만났다.
그리고 코코넛을 자신의 은신처로 활용하는 COCONUT OCTOPUS가 코코넛대신 사람들이 버린 빈 깡통을 이동식 주택처럼 들고 다니는 재미난 장면이나 SPONGE CRAB이 성게를 사냥하는 장면 등 야간다이빙을 통해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많이 본 듯 하다. 야간다이빙을 통해 다양한 생물체를 만나고 흥미미진진한 생물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다양한 물고기를 볼 수 있는 어복(魚福)이 따라줘야 볼 수 있는 듯 한다. 내가 보라카이에서 몇 십 번 이상 프로그피쉬를 보는 동안에 씨월드의 모 강사는 그 흔한 프로그피쉬를 여태껏 한번도 못 봤으니...
이런 재미난 야간다이빙도 우기에는 비도 많이 내리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파도가 크게 일어나다 보니 야간다이빙을 잘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는 우기임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별로 없어서 야간다이빙을 자주 나가게 된다. 펀다이버 분들과 함께 야간다이빙을 나간 며칠 전에는 솔직히 50분의 다이빙 동안 본 게 거의 기억나질 않을 정도로 좀 지루한 다이빙이었다. 아무래도 같이 간 분들 중에 어복이 없는 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그래도 마지막에 이 PIPEFISH들을 만나게 됐는데 사진에는 한 마리 밖에 없지만 두 마리를 만나게 됐다. 아마도 야간 데이트를 하고 있는 중이었던 듯. 낮에 만나는 파이프피쉬는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고 해서 사진찍기에 참 힘든 기억이 있는데, 밤에 만난 이 PIPEFISH들은 크게 움직이지도 않고 자신을 이쁘게 찍어달라는 냥 나를 쳐다보고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마음껏 찍어줬다^^다음 번에도 이처럼 예쁜 물고기들을 만날 날을 기약하며 이 날 다이빙은 여기서 끝이 났다.
보라카이 야간다이빙이 참 재미있는데 우기에는 기상상황을 고려해야 하다 보니 야간다이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건기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때까진 이렇게 우기 기간에 야간다이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건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글/ 장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