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여행에서 만난 동굴 다이빙과 수중동물들
지난 여름 휴가를 이용해 멕시코와 브라질 등 평소 가고 싶었던 중남미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중남미를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멕시코 유타칸 반도에 있는 시노테 안젤리타(Cenote Angelita)를 가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작년에 사진 작가이자 프로다이버인 아나톨리 벨로스친(Anatoly Beloshchin)이 촬영한 안젤리타의 수중사
중남미 여행에서 만난 동굴 다이빙과 수중동물들진이 실린 신문기사를 보고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일찍 꿈을 실현하게 되었다.
Grand Cenote
angelita
동굴다이빙은 처음이라 많이 긴장을 했는데 뚤룸(Tulum) 지역에는 초보 다이버들도 편하게 동굴다이빙을 경험할 수 있는 가이드 다이빙 프로그램이 잘 되어있어서 크게 어렵지 않았다. 전문적인 동굴 다이버가 아닌 보통의 오픈워터 다이버들도 동굴 다이버인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안전하게 다이빙을 할 수 있는데 보통 입구의 빛이 보이는 곳까지만 다이빙하는 것을 캐번 다이빙이라고 하고, 입구의 빛이 보이지 않는 곳보다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을 캐이브 다이빙이라고 한다.
아마존강을 탐험하는 보트위에서
안개같은 황화수소층
시노테 안젤리타에서 하늘을 보며
시노테 안젤리타의 물속으로 뛰어들어 처음 30m 가량은 원형 실내 풀을 내려가는 것과 같이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이내 사진에서 보았던 진귀한 풍경이 펼쳐졌다. 동굴 위에서 떨어진 나뭇가지들이 바닥에 쌓여있고 그 주위로 구름 같은 황화수소 층이 보였다. 흡사 구름 위의 산봉우리만 보이는 그런 형상이었다. 위에서 앙상한 나뭇가지 더미를 한 바퀴 둘러본 뒤 황화수소 층 속으로 더 내려갔다.
안젤리타의 황화수소 층에서는 계란 썩는 듯한 유황 냄새도 나고,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것처럼 시야가 굴절돼 보였다. 황화수소 층을 통과해 그 아래의 바닷물 층에 도달하고 나니 상부에서 내려오는 빛이 구름 같은 황화수소 층에 모두 차단되어 칠흑같이 어두웠다. 플래시로 주위를 비춰보니 나뭇가지도 많았고, 영화에 나오는 밤중의 공동묘지같이 으스스했다.
이렇게 약 35분간의 다이빙을 마치고 서서히 수면으로 부상해 갔다. 내 인생 첫 동굴다이빙을 안젤리타에서 하게 되어 뜻 깊었고, 정말 평생 잊을 수 없는 멋진 경험을 하여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아쉬운 것은 좋은 화질의 사진을 못 남겼다는 점, 내 스트로브 없는 수중 똑딱이의 한계에 대해 절실히 느꼈다.
아쿠말의 바다거북 구경유타칸 반도에서의 또 다른 야심찬 계획은 바다거북과 고래상어를 보는 것이었다. 우선 뚤룸에서 칸쿤으로 가는 길에 있는 아쿠말(Akumal)의 비치에서 바다거북을 볼 수 있다고 들어 무작정 해변으로 찾아갔다. 정말 해변에서 스노클링 만으로 여기 저기서 바다거북을 볼 수 있었다. 바닥의 해초를 뜯어먹는 모습이 참으로 귀여워 보였다. 덤으로 스팅레이(Sting Ray)까지…… 아쿠말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있었는데 여행 일정이 빡빡하여 스쿠버 다이빙을 하지 못한 것이 참 아쉬웠다.
칸쿤 고래상어 투어휴양지로 유명한 칸쿤(Cancun)에 가서는 고래상어 투어를 할 생각에 많이 설레었다. 칸쿤에서는 5월부터 9월 사이 카리브해로 플랑크톤을 찾아온 고래상어 무리를 쉽게 볼 수 있다고 하여 마야유적지인 치첸이사(Chichen Itza) 투어를 과감히 포기하고 고래상어 투어를 선택하였다.
칸쿤의 고래상어플랑크톤을 먹기위해 입을 벌린 고래상어배를 타고 1시간 가량 나가자 너무나도 쉽게 고래상어 무리를 만날 수 있었다. 고래상어 투어를 진행하는 배들이 무척 많았는데 이들이 함께 그물 대형으로 거리를 두고 고래상어의 서식지 방향으로 가다가 한 배가 발견하면 무전으로 알려서 배들이 집결하는 시스템이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플랑크톤을 흡입하며 돌아다니는 고래상어 무리를 보고 바로 뛰어들고 싶었으나 안전상의 문제와 고래상어 보호 차원에서 2명씩 조를 짜서 가이드와 함께 고래상어를 보러 물속에 들어갔다. 사실 고래상어의 거대한 입에 빨려 들어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고래상어가 알아서 요리조리 잘 피해 다녔다. 고래상어는 진행 방향에 사람이 있으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진로를 획 틀어버렸다. 덩치에 비해 정말로 작은 그 눈을 마주친 순간 ‘밥 먹는데 귀찮게…’라고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아 좀 미안했다. 3차례 고래상어와 수영을 마치고 아쉽지만 작별을 고하고 육지로 돌아왔다.
브라질 아마존의 분홍돌고래 보토남이 여러 곳을 돌아보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브라질을 여행하며 아마존 강의 신기한 분홍 돌고래 보토(Boto)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존 강의 물이 탁해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서 돌고래가 근처에 왔을 때만 촬영이 가능하여 보토의 전신을 사진에 담기가 좀 어려웠다. 분홍돌고래는 오직 아마존에만 있는 녀석이고, 또 강에 사는 민물 돌고래여서 희소성이 엄청나다. 피라냐들이 돌아다니는 아마존의 물 속에 들어가는 것이 좀 무섭긴 했지만 분홍돌고래와 함께 유영하는 특별한 경험 위해서 그 정도의 모험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김형찬
어드밴스드 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