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찾아간
5일간의 제주도 다이빙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짐을 챙겨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지난 가을 마지막으로 제주를 다녀온 후 오랜만에 광복절 징검다리 연휴를 맞이하여 다시 제주도로 가기로 했다. 청주공항도 들뜬 마음으로 각자의 여정을 시작하는 인파로 북적거렸다. 얼마 전 가족들과 여러 날 휴가를 즐겼던 터라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혼자만의 가뿐한 여정의 시작되었다. 예정된 시간에 이륙한 비행기는 잠시 후 제주공항에 착륙했고 늘 그래왔듯이 짐을 찾아 공항을 나와서 택시에 올랐다. 여느 때와 다른 것이라면 택시의 목적지가 저 남쪽 서귀포 항 주변이 아니라 비행기가 착륙한 활주로에서 직선거리로 400m 남짓 아주 가까운 사수항의 제주바다하늘 다이브센터라는 것이다. 맘 같아서는 비행기에서 직접 수화물을 챙겨서 활주를 가로질러 걸어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게 못내 아쉬웠다, ㅋ
참고로 사수동의 한자 이름 ‘사수(沙水)’를 풀이하면 ‘물이 있는 모래’로 현무암 지형인 제주 해안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를 의미하는 말로 한글로는 모래물이나 현지인들에게는 “몰래물”로 불려진다.
주로 제주도 남서쪽에서만 다이빙을 해오던 필자로선 동쪽의 우도를 포함한 성산포 인근과 이곳 북쪽은 생소한 곳이었다. 사수항에서 보트를 타고 북쪽으로 5분 거리의 바닥수심 25~28m에 1m 안팎의 거대한 가지수지맨드라미 군락지가 있다. 사수항 정북쪽에서 시작하여 서남방향으로 100m 이상 길을 이루고 있는데 정북쪽의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과 이로부터 서남쪽으로 50m 떨어진 로드(road)란 포인트가 있다. 때마침 시야가 3m 정도로 탁해서 아쉬움이 컸지만 얇은 웻슈트와 단출한 장비로 따듯한 제주바다에 입수 하강하자니 고요함과 안락함을 온 몸으로 느꼈다. 부유물이 많고 바닥에 흐르는 조류 때문에 열심히 촬영은 했지만 멋진 사진을 얻기란 역부족이었고 그냥 즐기는 마음으로 단출한 다이빙을 몇 차례 진행하였다.
이곳 포인트들은 아직 탐사가 진행 중이어서 전체적인 수중지도는 완전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귀포 문섬 한개창 45~50m 부근의 드넓게 군락을 이루는 가지수지맨드라미 보다는 크기와 규모가 작지만 수심이 30m 이내로 비교적 수심이 얕아서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둘째 날 이른 아침 사수에서 한 차례 더 다이빙을 끝내고는 해양식물을 전공하신 고박사라 불리는 지인의 차량을 얻어 타고 산방산과 형제섬의 고향 화순항으로 이동했다. 쌍굴과 아치 부근에서 2회의 보트 다이빙을 진행했는데다행히 제주 쪽 보다 시야가 좋았다. 이들 포인트는 작년 가을에 수중사진 촬영대회를 진행했던 장소로 지난 촬영대회 때의 복잡하고 어수선함은 없었고, 호젓하고 여유로운 다이빙 그 자체였다. “아쿠아 스쿠바”(aqua-scuba)라는 다이브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다이빙 전용 고급보트를 이용하였던 관계로 입출수가 매우 용이하였으며, 입수할 때 보트 뒤에 묶여있는 하강줄을 따라 내려가면 바닥 수심이 30m인 쌍굴과 아치 포인트로 바로 접근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도 편하게 다이빙을 진행하며 사진도 찍고 또 함께 들어간 작가분 사진에 모델을 서주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두 차례 다이빙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오는 보트 위에서 아름다운 주변경관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으며 여정의 발자취를 기록하였고, 저녁에는 함께 다이빙한 일행들과 다시 제주 시내로 넘어가 즐거운 저녁식사와 간단한 술자리를 가지고 다시 늦은 저녁 시간에 서귀포로 이동하는 복잡한 동선을 그려야만 했다.
제주에 도착한지 3일째부터 서귀포에서 다이빙을 진행하였다. 서귀포항 바로 앞에 위치한 “아라다이브”에 짐을 풀고 숲섬 자리여와 서귀포 칼 호텔 바로 앞에 위치한 길이 30m 정도의 양쪽으로 뚫려있는 동굴지형을 보트다이빙으로 둘러보았다. 칼 호텔 앞 동굴은 입구에서 수직으로 8m 하강하면 아래에서 위를 봤을 때 구형 모양의 입구를 확인할 수 있으며, 직선으로 20m 남짓 이동하면 길다란 삼각형 모양의 출구로 연결되는 형상이었다. 또한 숲섬 자리여의 얕은 수심에서는 부산대학교 다이빙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다이빙을 진행하였는데 특별한 피사체를 발견 못하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가 학생들 단체 사진만 한 장 찍어주었다. 조류도 있고 6명이 동시에 호흡을 참는 타이밍을 연습 없이 찍으려니 쉽지 않았다. ^^ 이렇게 서귀포에서의 첫 다이빙은 끝이 났으며 저녁에는 오랜만에 서귀포 지인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며 지난 이야기를 추억하는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오전에는 우리나라 다이빙의 성지라고 불리는 문섬 새끼섬으로 뱃머리를 향했고 때마침 토요일이라 새끼섬에 가까워 질수록 보이는 수많은 다이버 그리고 층층이 쌓여가고 있는 탱크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깥 날씨도 매우 화창하였고 내심 탁 트인 시야를 기대하며 기분 좋게 입도하였다. 허나 막상 수중으로 하강하니 시야는 별로.ㅋ 오랜만에 고향에 온듯한 마음으로 익숙한 지형들을 살피며 다녔는데 작년 가을에도 못 봤던 시멘트로 만들어진 피라미드 모양의 인공어초들이 수심 10m 내외에 자리잡고 있었다. 오후에는 한개창으로 이동해 수중생태계와 함께 숨쉬며 차분한 다이빙을 가졌다. 마지막 다이빙(?)을 끝내고 숍으로 돌아와 장비를 정리하고는 해질 무렵 서귀포항에서 동북쪽방향 섶섬이 바라다 보이는 자구리 담수욕장 주변을 산책하였는데 전에는 미쳐 알지 못했던 주변 경관을 세심히 볼 수 있었다.
떠나는 날 아침 왠지모를 허전함과 아쉬움에 이른 시간 서둘러 새끼섬에 다시 한번 입도하여 얇은 수심에서 마무리 다이빙을 잠시 즐기고 상승!!! 이제 막 섬에 들어오는 수많은 다이버들과 제주바다와 아쉬운 이별을 고하고 문섬을 등지고 돌아와야만 했다. 휴식과 장비정리 후 늦은 저녁비행기에 몸을 싣고 왔던 길을 거슬러 ......
박건욱
SSI 강사
GUE Tech1 Diver
가정의학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