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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섬의 사랑


임부백 박사의 물고기 이야기

복섬의 사랑

네 번째 사랑구경의 대상은 복섬입니다. 복섬은 우리나라 연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복어류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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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정권  복섬

복어는 경골어류에 속하는 물고기로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의 따뜻한 바다에 주로 서식합니다. 세계적으로 약 20속(屬), 120여 종이 알려져 있습니다. 복어의 영어이름은 배를 부풀려서 입으로 물을 내뿜는다고 하여 ‘blow-fish(부는 고기)’, 또 배를 부풀린 모습이 두꺼비를 닮았다 하여 두꺼비고기란 뜻으로 ‘toadfish’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배를 부풀린다는 동사(ふくれる)에서 유래하여 ‘후구(フグ)’라고 부릅니다. 중국에서는 ‘鈍’, 러시아에선 ‘둥근 고기’, 프랑스에선 ‘무장된 고기’란 뜻의 이름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아무튼 복섬을 포함하는 복어의 이름은 이들이 배를 부풀리는 습성이나 몸에 독을 갖고 있음을 암시하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복섬의 학명은 Takifugu niphobles 입니다. 복섬은 연안종이라 할 수 있어 여름철 얕은 포구하구연안에 몰려 다니면서 삽니다. 이들은 먹이에 대해 매우 강한 집착력을 갖고 있습니다. 먹이를 발견하여 달려들면 주위의 상황을 무시할 정도여서 낚시할 경우엔 미끼를 따라 수면까지 올라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낚시에서는 귀찮은 물고기로 취급됩니다.

복섬의 사랑
    
물고기 사랑의 형태는 아주 다양합니다. 크게 정자와 난자의 수정이 이루어지는 장소에 따라 그리고 암, 수 1마리가 짝을 지어서 하는 지, 여러 마리의 암컷과 수컷이 무리를 지어 하느냐에 따라 체내생식, 체외생식, 짝산란, 무리산란으로 나눕니다. 지난 호에서 본 상어, 가오리와 같이 생식기를 이용하여 암컷의 체내에서 수정이 이루어지는 것을‘체내생식’이라 하고,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정자를 방출하여 몸 밖에서 수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외부생식’이라 합니다. 대부분의 짝 산란은 해질 무렵에 산호초나 암초 틈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집니다.

흑점꺼끌복
가시복

그러나 무리산란은 수십, 수백 마리의 물고기가 모여서 요란하게 이루어지며 장관을 이룹니다. 물고기의 대부분은 외부생식을 하고, 무리산란을 합니다. 복섬도 외부생식을 하며 무리산란을 합니다. 복섬의 산란기는 5∼7월 사이입니다. 이 종의 산란 일시는 음력 날짜와 사리 물때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장소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초승달이나 보름달이 뜨는 날(사리) 이후 1∼5일(음력 2, 16일부터 2∼4일 사이) 사이에 떼를 지어 작은 자갈이 많은 연안으로 몰려나와 만조 2시간 전부터 산란하기 시작하여 30분쯤 후에 산란 활동이 최고에 달합니다. 수정된 알은 파도에 떠밀려 작은 자갈 아래로 들어가며, 물이 빠짐과 동시에 어미들은 연안을 떠납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음력이나 조석의 주기와 관계없이 해가 지기 직전부터 산란을 시작하여 해가 진 후 1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산란하기도 합니다. 이런 해역에선 산란 시간 중 수위의 변화가 10cm 이하이며 일몰에 따른 광량의 감소가 산란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란장으로는 절벽이 바다에 닿아있는 암초지대 또는 자갈밭, 나무가 많아 담수가 흐르는 곳, 간조시에도 적절한 습도나 수온이 유지되는 곳 등입니다. 산란을 시작하기 40∼50분 전부터 10∼100마리씩 떼지어 헤엄치기 시작하여 점차 연안으로 접근하고, 2∼4마리의 수컷이 암컷을 쫓아갑니다.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선에서 물이 빠지는 순간 암컷은 몸을 뒤척이며 알을 낳으며 거의 동시에 수컷도 지체 없이 정액을 방출합니다. 산란을 할 때에는 암컷수컷 모두 몸 표면에 서로 입으로 씹어 자극하므로 그 흔적이 남습니다. 산란 활동은 산란 개시 후 20∼30분 사이에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며 바닷물이 수컷의 정액으로 인해 희게 변할 정도입니다. 산란된 알은 작은 자갈에 약한 점착력으로 붙으나 대부분은 파도에 쓸려서 흘러 나가버립니다. 암컷 한 마리가 갖는 알의 수는 체중이 25g일 때 약 7,000개, 85g일 때 약 38,000여 개입니다.
복섬의 짝짖기
    
일본의 경우 복섬의 산란장은 관광명소로 에코관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수백 마리의 복섬이 모여들고, 방출한 정액으로 인해 바닷물이 하얗게 되는 것이 에코관광의 소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복섬의 무리산란이 연안의 곳곳에서 이루어지므로 자연학습의 장으로 에코관광의 명소로 개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복어 하면 뭐니뭐니해도 그들의 독(毒)이 생각날 만큼 매년 복어 독에 중독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고, 실제로 몇몇 종을 제외하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독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독을 몸에 지니고 있어서인지 복어류에 속하는 종들은 모두 행동이 느리며 느긋하게 유영합니다. 빨리 움직여서 적을 피하여야 할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복어의 독은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 불리는 물질로 1900년대 초에 밝혀졌습니다. 복어 독을 먹게 되면 식후 30분이 지나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빠르면 1시간 30분, 보통 몇 시간에서 8시간 사이에 사망하게 됩니다. 증상은 구토가 나고 입술이나 혀끝이 마비되며, 반사신경이 둔해지며 차차 호흡곤란, 혈압강하, 호흡정지로 진행됩니다. 이들 복어 독은 복어의 종류, 서식지, 계절그리고 몸 부위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개체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연안 갯바위낚시에서 가장 흔히 낚을 수 있는 복섬은 난소간 등의 내장기관에 맹독(猛毒)을 가지고 있으며, 껍질이나 창자에도 강한 독(强毒)을 갖고 있어 요리 자격증이 없는 이들이 요리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합니다. 또 가장 비싼 복어로 알려진 자주복도 난소와 간에 강한 독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밀복은 독이 없거나 약한 독을 갖고 있습니다.

임주백/해양생물학 박사, 어류행동생태학 , (주)제주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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