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미리의 사랑
여섯 번째 사랑구경의 대상은 동미리(Parapercis snyderi)입니다.
동미리는 농어목에 양동미리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의 열대와 아열대 그리고 온대해역의 남부에 살고 있습니다. 주로 산호초 지역의 작은 자갈이 깔린 바닥에서 살며, 수컷이 자신의 세력권인 하렘을 형성합니다. 성장하면 몸길이가 약 15 cm 정도 되는데 뚜렷한 갈색 줄무늬와 오뚜기 모양의 눈동자가 매력있는 물고기입니다. 우리나라의 바다에서도 흔하지는 않으나 서남해와 제주바다에서 볼 수 있는 물고기입니다.
동미리는 수명이 2 ~ 3년으로 단명하는 물고기입니다. 부화 후 1년간은 암컷으로 살다 2년째가 되면 수컷으로 성전환하여 하렘을 형성하여 사랑을 합니다. 수컷은 자신의 하렘 안에 3 ~ 5마리의 암컷을 거느리고 사는데, 크고 강력한 수컷일수록 하렘의 크기가 크며 많은 수의 암컷을 거느리며 삽니다. 암컷들도 서열이 정해져 있는데, 하렘의 지배자인 수컷이 죽거나 없어지면 서열 1위의 암컷이 수컷으로 성전환하여 하렘을 지배합니다.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전환하면 가슴지느러미의 기부(몸에서 가슴지느러미가 시작되는 부분)에 암갈색의 점이 생기고, 등지느러미 앞의 막에 검은 점무늬가 달라 쉽게 암, 수의 구별이 가능합니다.
낮에는 자신의 세력권 안에서 먹이를 먹거나 영역을 지키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하렘을 형성하지 못한 수컷은 수시로 다른 수컷의 하렘에 침입하려하는데, 하렘의 수컷은 침입자와 일합을 겨룹니다. 동미리의 싸움은 두 수컷이 서로 머리와 꼬리를 반대로 하여 바닥에 늘어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배지느러미로 몸을 버티면서 교대로 꼬리지느러미를 좌우로 강하게 흔듭니다. 이렇게 몇 번 반복하다 대개의 경우 침입자인 수컷이 도망갑니다. 필자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꼬리지느러미를 강하게 흔들어 수류를 만들고 상대방의 몸통을 흔드는 힘의 세기가 승부의 원인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해질 무렵이 되면 사랑을 하기 위해 하렘 안에 있는 암컷에게로 이동합니다. 이때도 암컷의 서열 순서대로 수컷이 찾아가 산란행동을 합니다. 수컷이 암컷에게 접근하여 몸을 ‘S’자 형태로 구부려 암컷의 의사를 타진하고 암컷이 호응하면, 암컷이 앞서고 수컷이 조금 뒤에서 나란히 헤엄칩니다. 곧이어 위로 약 30 ~ 50 cm 정도 빠르게 올라간 후 암컷이 먼저 몸을 반전하여 알을 낳고 수컷이 곧이어 정자를 방출하여 수정시킵니다. 이런 행동을 ‘산란점프(spawning jump)’라고 합니다. 암, 수가 짝을 지어 산란하는 물고기의 대부분이 물에 뜨는 부성란을 낳는데, 수정된 알이 널리 퍼질 수 있게 하려고 이런 산란점프를 합니다. 그리고 포식자로부터 알을 지키기 위해 어두워질 때 산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제주도의 문섬에서 동미리의 하렘을 발견하고 수차례 산란행동을 관찰하였습니다. 아열대 해역의 동미리처럼 하렘을 순찰하는 행동과 구애행동은 자주 보았는데 산란점프와 방란, 방정은 관찰하지 못하였습니다. 해질 무렵에 입수하면 동미리의 사랑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니 관심 있는 diver는 한 번 시도해 보기 바랍니다.
글,사진/ 임주백
해양생물학박사
어류행동생태학 전공
(주)오션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