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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필리핀 팔라완 그리고 사방 여행


설렘~

필리핀 팔라완 그리고 사방 여행

다이빙이라는 레져가 주는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설렘이다. 새로운 곳을 찾아 가는 설렘은 물론 같은 곳을 다시 가더라도 이전과 같지 않은 새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팔라완은 새로운 곳을 간다는 설렘이 있었고 사방을 계획할 때는 그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느낄 것이라는 기대감에 설레었다.


마닐라 공항에 도착하자, 후덥지근한 날씨와 함께 필리핀 특유의 향이 느껴졌다. 필리핀에 살 때는 그 향이 참 싫었는데 오랜만에 맡으니 예전의 추억들이 떠오르며 기분이 좋았다. 문제는 공항에 도착한 이후 시작되는 힘든 여정이었다. 다이버가 아니면 이런 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마닐라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터미널로 이동해 세시간을 대기해야 했고, 목적지에 근처에 도착해서는 비포장 도로를 한 시간 동안 달렸다. 이렇게 최종 목적지까지 총 11시간이 걸리는 험난한 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 하나도 불평하지 않고 그 시간을 견뎠다. 힘들지만 새로움을 찾아가는 설렘 때문이었을 것이다. 겨우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면서 다음날 있을 다이빙을 계획하였다.


첫 다이빙은 전에 내린 비 때문에 시야가 좋지 않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 실망감도 잠시, 줄을 따라 내려가면서 배의 형체가 희미하게 보이는 순간 가슴이 뜨거워졌다. “너는 왜 여기에 있니?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거니?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니?” 내 머리 속에는 이 배가 겪었을 전쟁의 상황이 펼쳐졌다. “어떠한 상황이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죽었을까? 그들은 왜 이곳에 왔을까?”


다이빙이 끝나고 출수할 때마다 배의 전체를 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 바로 다른 포인트로 이동하여 브리핑을 들으며 그 상황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처음 해보는 난파선 다이빙은 이제까지의 다이빙과의 차원이 달랐다. 겉만 훑어보는 것이 아니라 난파선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난파선 다이빙을 배우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또한 바라쿠다 레이크는 자연의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우리 숙소에서부터는 거리가 꽤 되었지만 수영을 하고 탱크를 들고 이동을 하는 것 또한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계단을 넘어서는 순간 높은 절벽으로 둘러 쌓인 깨끗한 호수가 보였다. 물속에서 자라나는 식물들, 처음으로 제대로 느껴보는 큰 온도 차의 수온약층과 그 안에 살아가는 생물들은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리조트의 저녁은 너무 조용해서 큰소리로 얘기를 나누지 못할 정도의 깊은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수영장 앞에서 모여 필리핀 전통 음식인 레촌을 먹으며 다이빙 얘기를 하고 그곳에서 만난 한국 다이버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정적이 흐르기 시작하면 너무나 고요했다. 밤하늘에는 별이 가득하지만 고개를 조금 돌리면 아무 것도 없는 어둠이 시작되고 또 조금 눈을 내리면 반대편 리조트의 불빛이 보였다. 앞에 바다가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파도소리는 들리지 않고 새소리, 풀벌레 소리, 도마뱀 소리만 들렸다. 도시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여유, 예전에는 다이빙을 가면 낮에는 어떻게든 다이빙을 한번이라도 더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였고 저녁에는 피곤에 절어 잠자기에 바빴는데 이번 다이빙 여행에서는 처음으로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핸드폰은 거의 사용이 불가능 했다. 첫날에는 답답했지만 둘째 날이 되니 여유가 생기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다. 팔라완은 나에게 마음의 여유를 선물해 주고 있었다.


다이빙 샵 대표인 Gunter와 필리핀 다이빙과 이곳에 정착하게 된 계기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든 삶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독일에서의 모든걸 포기하고 필리핀에 와서 가정을 이루고 팔라완에서 염소를 키우고 농사를 지으면서 사는 Gunter 씨는 독일에서는 가질 수 없는 많은 것을 즐기고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의 리조트는 외국인이 대부분이지만 친절한 서비스와 한국인을 배려한 맛있는 음식들 제공해주어 음식 때문에 불편한 점은 전혀 없었고 식사는 오히려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팔라완에서의 마지막 날, 멤버들과 함께 마닐라로 돌아와 Burgos Circle에 있는 친구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BIG BAD WOLF라는 이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인데 필리핀식의 퓨전 음식점이다. 테이블보다 소파 자리가 많아서 친구들과 편하게 앉아서 식사를 하고 맥주 마시기에 좋은 곳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잠시 High Street에 가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여유를 만끽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팀을 먼저 보내고 예전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을 만나 그곳을 거닐며 추억에 잠겼다. 친구들은 가족 사업을 물려받아 점차 안정화시키고 있었는데 일부러 나를 만나기 위해 마닐라까지 와주어 너무 고마웠다. 발전하고 있는 마닐라와 친구들을 보면서 내 삶 또한 멈추지 말고 계속 발전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호텔에서 쉬고 있는데 아닐라오의 Club J 리조트 대표인 이승현 강사와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맥주 한잔을 하며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한 담소를 나누다 헤어졌다.


다음날 다음 목적지인 푸에르토 갈레라에 위치한 사방 비치로 발걸음을 옮겼다. 배가 사방비치에 도착하자 <다이브 아카데미 송도>의 대표 김경수 강사와 김수은 강사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김경수 강사는 나와 같은 중학교 출신인데 쌍둥이 동생인 김동수 마스터도 함께 만나 기쁨을 더했다.

앞부분에서 말했던 두 번째 설렘이 이런 것일까? 몇 번이고 갔던 사방이지만 전혀 새로운 곳처럼 느껴졌다. 가게들은 거의 비슷했고 낮에는 조용했다. 사람들은 슬리퍼와 편안한 옷차림을 하고 그곳의 분위기에 취해있었다. 익숙한 풍경이지만 난 이곳에 처음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방에서 첫 다이빙을 하는데 바로 이전에 팔라완에서 난파선 다이빙을 해서인지 물고기를 보자 다시 오픈 워터로 돌아간 느낌마저 들었다.


그곳에서 김경수 강사의 소개로 Tech Asia의 강사들을 만나 새로운 다이빙 시장 개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마지막 날 마닐라 공항으로 이동하여 비행기를 타기 직전 지난 일주일 간의 여정이 벌써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곧 다시 가겠지만 그와 같은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한동안 다이빙 장비를 수입하면서 다이빙에 대한 피로감으로 흥미를 잃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으로 다시 한번 다이빙에 대한 설렘이 내 모든 생각을 지배하게 됐다. 난파선 다이빙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새로운 지출을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했지만 나는 다이빙에 대한 새로운 열정으로 불타올랐다.

같은 곳을 가도 같은 것을 보지 않고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스포츠는 다이빙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각각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취미, 국적은 다르지만 한데 모여 단 하나의 주제로 밤새도록 얘기할 수 있는 취미, 그것은 다이빙이었다. 참 멋진 직업과 취미를 가지고 있음에 감사를 드렸다.

설렘… 그건 그 누구도 가지지 못하는 다이버 만의 특권일 것이다.


덧글. 필리핀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마닐라에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한다.

Global City – Global City는 필리핀의 신도시로 High Street, Fort Strip, Burgos Circle, Serendra, Market Market으로 나뉘어 있다. 주변에 클럽과 식당, 바가 많아서 필리핀 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필리핀 상류층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필리핀에서 제일 번화한 곳이다.
Rockwell – 이곳은 Lopez 일가가 만든 지역으로 주위에 콘도가 많다. 하지만 중앙에 파워플랜트라는 몰이 있어서 쇼핑과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Metro Walk- 내가 필리핀에 살 때 자주 갔던 곳이다. 중앙에는 필리핀 식당과 공연을 하는 곳이 있고 주위에는 메가몰, 샹그릴라 몰, 포디움 등 여러 쇼핑몰이 있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필리핀 사람들의 Night Life를 알 수 있는 곳이다.


김동현
Bighand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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