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완 렉 다이빙,
리얼리티 속으로.. '국가'로 포장된 일부 지배계급의 부를 증식/보존하기 위해 인간을 학살할 수 있는 유일의 합법적 수단인 전쟁을 늘 반대하고 살아 왔지만, 설마 나의 사적 즐거움을 위해 그 현장에 돈과 시간을 사용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마음 한 구석의 불편함과 렉 다이빙의 짜릿함, 그리고 전쟁의 피해국인 필리핀이 이제는 그 잔해물로 먹고 사는 아이러니, 양면성으로 가득한 팔라완 투어는 나의 다이빙 역사에 획을 그을만한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전투기의 폭격에 의해 침몰한 일본 군함들이 있는 팔라완 코론, 바닷속에 잠들어 버린 전쟁의 잔해물, 그 역사적 리얼리티는 소름과 두려움이었다. 동시에 다이버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특권에 어줍잖은 우월감과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수온 38도, 바라쿠다 레이크>팔라완에는 16개의 일본 군함이 침몰되어 있다. 일정 내내 실컷 렉다이빙을 하게 되므로 첫 날은 체크다이빙 겸 '바라쿠다 레이크'를 가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이다. 뾰족하게 잘려나간 암석들로 둘러싸인 호수에는 온천수가 흘러나와 수온이 38까지 오른다. 수심 20미터 이상 내려가면 수온이 급격하게 변하며 수온약층에 의해 시야가 뿌옇게 사라진다. 다이빙 시간 10분이 지나면 갑갑함을 느낄 정도. 바라쿠다 두 마리가 살고 있는데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팔라완 다이빙 샵은 장비 착용이 셀프 시스템이다. 바라쿠다 레이크까지 장비를 직접 메고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오르내리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운 뒤에 방문 하는 것이 좋다. 물 속보다 입출수 지점의 자연경관이 예술적인 곳.
<렉 다이빙, 철저한 계획의 필요성>렉 다이빙이 얼마나 철저한 계획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지 공부가 되었다. 최대수심 40m 이지만 가이드에게 무감압 다이빙을 요청하면 그에 맞는 프로파일을 세워준다.
폭격을 맞아 폭발을 하거나 어딘가 부서져 옆으로 누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배에서 생활하던 군인들의 동선이 아닌, 엔진실이나 기관실 등의 통로 사이사이를 잠수한다.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만한 좁은 길을 들어갔다 다시 우회, 내려갔다가 다시 상승, ㄱ 자로 ㄴ 자로 통과한다. 부유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발차기에 주의해야 하며 함께 다이빙 하는 일행을 위해서라도 렉다이빙에 맞는 발차기를 충분히 연습하고 가는 것이 좋다. 현지 가이드의 발차기를 보고 감탄하였고 매우 많은 공부가 되었다.
<장비, 점검 또 점검> 길이 150-170m의 함선의 내부를 들어가기 때문에 문제발생시 바로 출수하거나 대처하기에 어려운 상황에서 다이빙을 하게 된다. 일행 중 한 명은 배 안에서 렌턴이 작동을 안 했지만 다행히도 가이드가 예비 렌턴을 준비하였기 때문에 크게 당황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일행은 IRAKO 라는 팔라완 최고의 포인트라 불리는 곳에서는 잔압 게이지의 바늘이 100-200을 왔다 갔다 하며 고장을 일으켰다. 순간 당황한 일행은 급 출수 싸인을 보냈고 이 때 가장 좁은 방에 가이드를 포함하여 세 명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부유물이 많이 일어났다.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나는 처음으로 패닉다이버를 보는구나 싶었다. 다행히도 가이드가 빨리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아 안내해주었고 일행도 안정을 되찾아 안전히 출수하였다. 알고보니 1단계 고장으로 탱크가 완전히 열리지 않은 상태였던 것. 정상적으로 호흡이 되고 입수시 잔압체크에도 문제가 없었는데 다이빙 중간부터 변한 것이다.
이러한 돌발적인 사고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처음에는 당황하였으나 침착하게 대처해 장비 점검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학습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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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수하물의 불편함>팔라완에 있는 부수앙가 공항은 마닐라/세부에서 세부퍼시픽 또는 필리핀에어를 이용하여 갈 수 있다. 필리핀에어의 경우, PAL EXPRESS 라는 필리핀에어어의 자회사가 작은 프로펠러 경비행기를 제공한다. 다만, 수하물이 1인 10kg로 제한되어 있어 다이버에게 추가 지불의 부담이 크다. 공항에서 수속시 구입하는 경우 1kg당 200페소로 꽤 비싸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사두는 것이 좋다. 기내용 가방은 캐리어의 경우 철저하기 크기와 무게를 체크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배낭에 호흡기 등의 무거운 장비를 넣고 수하물을 줄이는 것을 추천한다. 리턴편 수하물은 도착 이후 부수앙가 공항에 소재한 팔익스프레스 안내 데스크에서 10kg 에 200 페소로 미리 구입할 수 있다.
나는 인간이 만든 대형 구조물(댐, 다리 탑 등)을 매우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 팔라완에 침몰되어 있는 일본 함선은 기본 120미터에서 크게는 180미터까지 다양하다. 아무리 물 속 시야가 좋다 할지라도 한 눈에 함선을 보고 파악할 수가 없기 때문에 방향이나 공간에 민감한 사람의 경우, 불안함을 느낄만한 환경에서 다이빙을 하게 된다. 물고기는 커녕 플랑크톤 조차 없는 완전한 암흑, 좌우상하 손에 닿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그저 텅빈 어마어마한 함선 안의 정체모를 공간에서 유영하는 극도의 공포감을 잊을 수가 없다. 랜턴을 비추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파괴된 철골물,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결과물들을 마주한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 1위가 되었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스쿠버 다이빙, 그 요소에 ‘공포’가 추가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가보고 싶은 포인트가 늘어남에 흥분된다.
팔라완 코론 투어 동영상 : 글,사진/김 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