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버넷 수중사진 초급 세미나 후기
초급 집중 과정
사진? 귀찮게 왜 그 무거운 것을 들고 다니면서 기록을 남겨야만 해?
한창 DSLR이 유행하면서 너도 나도 사진작가가 되던 시절 필자는 그 열풍에 빗겨나가 있었던 사람이었다. 사진에 찍히는 것이 익숙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그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찍는 것에도 취미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수중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이빙을 시작하게 되고, 우연한 계기로 내가 가지고 있던 디지털 카메라가 하우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물 밖에서도 귀찮다고 사진을 찍지 않던 내가 물속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하게 되었다.
사랑하면 보이고, 그러면 그 보이는 것들이 전과 같지 않으리니..
바다 속에는 참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형형색색의 산호, 귀여운 니모들, 우아하게 날아다니는 만타 등등.. 다이빙 횟수가 하나씩 늘어가고 다녀온 포인트들이 다양해질수록 나는 바다에 빠져들었고, 어떻게 하면 물속에서 내가 받게 되는 감동의 찰나를 기록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진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었고, 조리개 값, ISO, 셔터스피드 같은 단어들은 듣기만 해도 내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기에 일단은 그저 그 순간들을 기록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내 앞의 벽을 깨닫고 수중사진을 배워보기로 결심하다.디지털 카메라가 좋은 점은 사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더라도 Auto모드로 LCD창을 확인하며 막 찍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주변에 다이빙을 즐겨하는 다이버들 중에 사진을 찍는 사람이 없었기에 나는 내 작품(?)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2년에 다녀온 코모도 리브어보드에서 만나게 된 형들을 통해 사진의 세계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틀림없이 같은 포인트에 들어가서,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찍고 나왔는데 그 결과물은 어찌나 다른지.. 나는 드디어 아무런 지식 없이 막 찍는 방법으로는 발전도 없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수중사진을 꼭 배우겠다고 다짐하였다. 그것은 나에게 큰 벽이었지만 무척 넘고 싶은 벽이었다. 저길 넘는다면 나에게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임을 보았기 때문에.
스쿠버넷 수중사진 초급 세미나와의 만남막상 수중사진을 배워보기로 했지만 주말에 이뤄지는 스쿠버넷 수중사진 세미나를 들을 기회를 가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게 2013년이 지나가고 2014년을 맞이하며 나는 '올해엔 꼭 수중사진에 대해 배워보겠다.'라는 계획을 세웠고, 딱 그 타이밍에 정상근 교수님의 스쿠버넷 수중사진 초급 세미나가 열렸고 나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그 세미나에 등록하였다. 이번이 내가 그 벽을 넘을 수 있는 실마리를 가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사진에 대해 전혀 모르던 시절, 나는 사진을 찍었으나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빛'에 대해 전혀 고려를 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 세미나에서 나는 드디어! '왜 사진에 빛이 중요한 것인지.', '빛(광량)을 조절함으로써 어떤 느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교수님의 친절한 설명을 토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어려워하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세가지 - 1) 조리개 값, 2) ISO, 3) 셔터스피드는 그저 우리가 빛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사용되는 도구들일뿐이며, 내 앞에 있는 피사체의 모습을 빛을 이용하여 어떻게 담을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것 하나뿐이었고 나는 더 이상 머리를 아파하며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좋은 수중사진을 찍는 방법아침부터 시작하여 늦은 저녁까지 진행되었던 세미나는 오전에 이론 교육 및 간단한 실습을 진행하고, 수영장으로 이동해 여러 피사체들을 놓고 직접 실습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영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서로 한 장씩 보며 그 사진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마무리하는, '이론-실습-평가'의 효과적인 학습 사이클로 이루어져 있었고, 교수님의 열정적인 강의는 우리 수강생들이 수업에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육상보다 많은 제한이 있는 수중에서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배우며 직접 수영장에서 실습할 수 있었던 시간들은 내가 수중사진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도록 하였고, 밤늦게까지 진행된 피드백 시간을 통해 앞으로 내 앞의 벽을 어떻게 본격적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 계획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다. 난 다음 투어 전까지 일단 스토로브를 살 생각이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니까...
앞으로의 사진들을 기대하며..아무리 물고기 잡는 법에 대한 좋은 이론을 알고 있어도 실제 물고기를 잡아보지 않으면 결코 그 사람은 좋은 낚시꾼이 될 수가 없듯, 좋은 수중사진가가 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은 수중사진을 찍는 것 밖에 없다. 나는 이 세미나를 통해 수중사진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하게 된 것일 뿐 앞으로 더 배워나가야 할 것들이 많은 초보 수중사진가이다. 그러나 초보들에게는 훌륭한 선생님이 필요한 법, 평소 나와 같이 수중사진에 관심이 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스쿠버넷 초급 수중사진 세미나를 추천하고 싶다.
박승혁
현대자동차 / PADI 레스큐 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