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BSAC 스쿠버 다이빙 강사 도전기
Instructor Training Course

우선 이렇게 스쿠버다이빙 강사 도전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힘들었지만 다시 공부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교육기간은 공식적으로 총 10일간이었으나 2월 2일에 시작해 재수기간까지 포함해서 2월 28일까지 한 달 만에 대장정이 끝이 났습니다. 50이 넘은 나이에 도전하여 버티어냈던 4주간의 수험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아직도 BSAC 스쿠버 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얼떨떨하기도 합니다. 저처럼 늦은 나이에도 끝없이 도전할 수 있고, 여러분들 누구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용기를 드리고자 이 글을 씁니다. 수많은 다이버들에게 재교육의 중요성과 도전의 의미, 그리고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도전동기
저는 신랑과 함께 다이빙을 시작해서 18년 째이며, 다이빙 회수는 740회입니다. 1997년 12월 말 필리핀 아닐라오에서 일본인 강사에게 오픈워터 교육을 이수했습니다. 당시 필리핀 마닐라 주재원으로 있던 신랑의 일본인 친구가 우리 부부에게 스쿠버다이빙을 같이 배워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는데 크게 두려워하거나 고민하지 않고 수락했습니다.


그전까지 물에서 한 놀이라곤 남들도 다 하는 수영, 스노클링 정도였죠. 피지와 하와이에서 스노클링 밖에 해본 적이 없는 우리에게는 바다 속에 직접 들어가서 볼 수 있다는 자체가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낯선 스포츠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에 마닐라에서 교육받고, 아닐라오에서 첫 다이빙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다이빙이 벌써 18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후 그저 그렇게 보통의 다이버들 처럼 편안한 다이빙을 했습니다. 어딜 가나 현지의 친절하고 멋진 가이드 분들이 있어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너무 잘 해 주기에 어느 정도 타성이 생겨 모든 것을 믿고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리조트를 가나 알아야 하는 것은 몇 시에 기상하는지? 몇 시에 첫 다이빙하는지? 하루에 몇 회 하는지? 다이빙 포인트은 어디로? 다이빙시간은? 식사는 맛있을까? 뭐 이런 것만 알면 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따라다니기만 했습니다.

다이빙에 대한 확실한 지식도 없었지만 누굴 안내하거나, 가르치겠다는 생각이나 강사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도 없었습니다. 그런데카메라를 들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요요 다이빙을 하게 되었습니다. 4번째 몰디브 다이빙 투어를 갔을 때, 매달 가는 해외 투어인데 갑자기 깊은 수심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몇 해 전 다이빙 후에 나타나는 발진의 기억, 나이트록스 다이빙, 수심, 휴식시간......이런 것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겁 없이 무모하고 막가파식 다이빙을 한다고 질책(?)하는 신랑의 말을 콧등으로 흘려 듣던 제가 지금 하는 다이빙에 대해 좀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으며 한편으로는 두려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정확히 배워두면 좋을 듯 하여 강사에 도전하게 된 것입니다. 조금은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4주가 지났는데도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이 과제를 하는 기분입니다.


강사도전에 마음을 굳히니 마침 BSAC Instructor Trainer인 서울시립대 정상근교수님이 시간이 되신다고 하시고 또 신랑이 적극적으로 뒷바라지 해주겠다고 권하기도 하여 쇠뿔도 당김에 뺀다고 1월 27일 신청하고 2월 2일부터 교육을 시작하였습니다. 항상 내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에 핑계만 대며 쉽게 다가가지 못 한 나의 비겁함이 나를 부끄럽게 하기도 했고, “그래! 이때다. 신랑이 밀어준다는 데 뭘 망설여? 해보는 거야!” 하며 씩씩하게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교육과정
교육신청 후 집에 도착한 어마어마한 큰 택배상자. 한 30Kg 정도 되는 택배 상자 안에 BSAC 인스트럭터 매뉴얼 바인더 2개, 스포츠 다이빙 책자, 클럽 인스트럭터 훈련 평가서, 라이프세이버 교육생 노트, 스쿠버 다이빙 ABC, 오션 다이버 학습지, 스포츠 다이버 학습지, 다이빙 기술의 발전, 다이브리더 학습지, 다이빙 가방, 망 가방, BSAC 로고가 있는 모자, 흰색 폴로티셔츠, 수영모, 레쉬가드...... 보는 순간 이게 다 뭐지? 감이 안 잡힌 던 그 느낌, 순간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뭔가 잘못 되가는 듯한 이 느낌은 뭐지 하면서도 결국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첫째 날, 각종 신청서 작성하며 BSAC 소개와 교육 안내도 받고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주변분 들에게 분당으로 유학 왔다고 자랑까지 했습니다.
둘째 날, 본인 소개 시간이 있었는데, 서로 아는 사이에 본인 소개라니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되는 마스크와 핀에 대해 자료를 찾아 시각자료를 만들고 발표하는 시간엔, 평소엔 그렇게 수다를 잘 떨던 제가 부담감에 말더듬이가 되기도 했습니다. 횡설수설이었죠. 오후에 수영장으로 가서 레규레이터 찾기, 마스크 물빼기 등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밤 늦게 업체를 방문해서 레귤레이터 리페어 교육도 받았습니다.


셋째 날, Life saver 과정으로 오전에 이론교육, 오후에 CPR 실습 등 쉴 새 없는 심폐소생술의 집중 훈련 여파로 팔 다리가 쑤시기 시작하며 허리도 아팠습니다. 그 중간 중간에 오션 다이버 이론시험, 스포츠 다이버 시험과 다이브 리더 시험까지 뇌가 포화상태가 될 쯤. 다음 날 또 다시 수영장에서 400m 수영, 제한수역(수영장) 강습 연습 및 심화교육을 하였습니다.


아침 9시에 시작하여 밤 11시에 끝나는 게 당연한 교육과정에 점점 지쳐가기 시작하였고, 다음 날 프리젠테이션 때문에 부담이 되어 잠도 잘 오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정상근 교수님이 전 교육과정을 매뉴얼대로 빠짐없이 차근차근 진행하시면서도 틈틈이 매듭도 가르쳐 주실 때는 정말 감사하는 마음은 들었으나, 솔직히 정말 잠깐 낮잠이라도 자고 싶은데 진짜 스파르타식으로 계속 진행하시니 교육생들이 급기야 “수업시간을 8시간으로 고정해 달라!”며 쿠테타 아닌 쿠테타를 일으켰습니다. 정교수님은 저희에게 오히려 “교수 책임수업시간을 보장하라!!“ 하셨습니다. 나중에 스쿠버넷의 김현덕 기자를 만나 들어보니 대학생 강사 교육생들은 매일 새벽에 구보까지 한다는 말에 우리는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5일간의 기본교육기간이 끝나고 해양실습은 필리핀 모알보알의 MB Ocean Blue Resort에서 진행하였습니다.광주 조선대학교 김옥주 교수님 소속의 두 분의 교육생과 총 네 명이 같이 교육을 받았습니다. 장소를 옮겨서 좀 느슨해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는데 BSAC KOREA 박종섭 본부장님이 평가관으로 참석하셔서 정교수님과 함께 교육 강도를 더욱 더 강화시키셨습니다.
날마다 학과 프리젠테이션 주제를 주시는데수업이 끝나도 다음 날 프리젠테이션 준비 때문에 새벽에 잠깐 2-4시간 정도 자는 게 전부인 교육생들은 혼이 반쯤 빠져나간 듯 그저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첫 프리젠테이션 평가에서 40점을 받고 자존심이 상해서 더욱 더 학과 프리젠테이션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많이 할애 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그나마 80점을 받고서야 기분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강의실에서 혼이 나간 사람처럼 있다가 바다에서 보트다이빙을 통한 교육엔 언제 그랬느냐면서 모두 다 다시 적극적인 교육을 받은 것을 보면서 역시 다이버들은 다 물뽕환자들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바다에서 레스큐 훈련시 교육 동기생이 해변에서 저를 끌고 올라와 CPR을 실습할 때, 그 마을 아이들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우리를 에워싸고 정말 두렵고 안타깝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일어나니깐 아이들이 모두들 놀라면서 다행인 표정으로 크게 웃어 주었을 때 역시 제 연기가 일품이었구나 했습니다.


해양교육 중에 교육생들이 SMB 강습과 나침반 강습 할 때, 언제 어느 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줄 모르는 상황에서 교육생들의 상황대처 능력을 보기 위하여 박종섭 본부장님이 강습생에게 미션을 부여했습니다. 그 강습생이 갑자기 가슴을 치면서 답답하다 그러질 않나, 다리가 쥐가 났다고 도와 달라고 하질 않나, 또 대형에서 슬그머니 멀어지면서 저를 정말 당황하게 하였지만, 안전한 통제를 위하여 안간힘을 썼습니다.


5일 기간 중 오픈워터 리더쉽, 오픈워터 프레젠테이션, 학과 프레젠테이션 시험과 2번의 이론시험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시험은 60문제, 교육 마지막 날에 40문제.


그렇게 모든 교육이 끝나고 리조트에서 BSAC 프랭카드를 들고 교육수료 기념촬영을 하며 이제는 끝났다, 속으로 통과야 통과하며 쾌재를 불렸습니다. 그런데 헤어질 때쯤 저희가 이론시험을 못 봐서 4명 모두 낙제라는 겁니다. 저의 학부형인 신랑은 그만하라고, 그만하면 됐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작을 했는데, 칼을 빼 들었으니 무엇이든 자르지 않고는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산으로 돌아와 재충전하고 이론공부를 다시 해서 2월 28일에 재시험을 보고 다 같이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강사과정에서 느낀 점
BSAC 강사교육 책자에 있는 영국 황실의 찰스 황태자의 사진과 서문을 보면서 BSAC가 이렇게 오래되고 유서 깊은 단체구나 하는 것을 느끼며 나 또한 이 단체의 일원이 되면 영광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수강 중에 정상근 교수님과 박종섭 본부장님의 열정적인 강의 내용과 유익하고 유용한 지식을 획득하면서 정말 강사교육 신청을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들었습니다. 강사 과정을 같이 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특히 이 영광을 저의 신랑 겸 학부형인 김현범님께 돌립니다. 정상근 교수님, 박종섭 본부장님의 인내와 정성으로 제가 BSAC 강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필정향
대화명 시티걸
BSAC Club Instru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