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의 남애리를 둘러보다 강원도로 거주지를 옮긴지도 벌써 4년이 되어간다. 삶을 영위 해야 하기에 터전도 고려해야 하지만 일탈을 가능케 하는 조건도 늘 염두에 두다 보니 강릉 남항진에서 2년 여를 보내고 또 다시 조금 더 북단으로 올라와서 양양 남애리 근처 원포리에 정착을 하게 되었다. ^^
이사를 마치고 이런저런 준비를 하면서부터 매일 새벽에 동해의 일출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새 터전으로 이주한지 3 개월이 지나서야 조금 한적한 평일을 골라 남애리 근처의 바다를 살펴 보게 되니 이 또한 새로운 곳을 찾아보는 설렘이 더해주는 다이빙이다.
2 월에는 강원도에 24 년 만에 내린다는 폭설에 15 일간을 눈 세상 속에서 살아야 했지만 이 또한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고통 ^^ 쯤으로 받아들였던 추억이다.
남애항에서 출발하는 다이빙 포인트는 여느 동해안과 같이 5 분에서 10 분 이내이다.대부분 자연짬과 모래지역에 분포한 갖가지 어초들로 이루어졌겠지만 그 형태와 환경이 궁금했다.
어초 포인트사각어초로 이루어진 수심 23m의 포인트이다. 어초가 투하된 지 오래된 듯 일부는 허물어져 있었지만 빨간 부채산호와 말미잘들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낮으막한 평짬 위에
어초들이 올려져 있었으며, 어초 구역을 벗어나면 모래지역이 나타나서 1 회의 다이빙으로 30 여분을 즐기기에는 충분한 규모로 보였다
아직은 수온이 8℃ 정도로 쥐노래미의 산란철과 도루묵이 산란을 마친 직후라 생동감 넘치는 어류들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눈송이 갯밍숭이를 비롯 육점날개들의 몸짓을 관찰할 수 있는 등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정취를 보여주고 있었다.
어초는 다양한 수심대에 위치해 있어서 다이버의 등급별로 혹은 보고 싶은 형태나 수심대를
선택해서 다이빙 계획을 순차적으로 정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연짬 포인트남애리에서 주문진 방향으로 자연짬을 찾아서 둘러봤는데 이곳은 수심대가 대체적으로 깊은 곳에 위치한 곳이 많았다. 물론 20~27m까지 분포한 자연짬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추후에 시간이 된다면 전해 들었던 그 포인트들의 상상도와 퍼즐 맞추기를 해볼 작정이다.
이번에 들어갔던 곳은 수심 35~40m 정도 되는 자연짬이다.주변의 자연암반들에는 붉고 하얀 말미잘들이 바위 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들어차 있었고, 간간이 보이는 모래바닥과 암반들에는 커다란 섬유세닐 말미잘들이 차가운 수온에 어울리게 활짝 피어있는 모습들이다
자연짬을 연상시킨 폐 그물이 사진들은 자연 암반을 향해 하강하던 중에 마치 선바위처럼 수면을 향해 솟아오른 바위 형상에 시선이 끌려 접근해봤더니어마어마하게 덩치가 큰 폐 그물 덩어리였다 어떻게 버려졌으며 왜 떠내려가거나 가라앉지 못하고 그물의 끝이 수면을 향해 곧게 서있는지 궁금할 지경이었으며 바닥 35 m에서 약 15 m 정도의 높이로 서있던 그 우람한 폐기물 덩어리는 인양한다는 것도 쉽사리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의 부피를 차지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는지 벌써 그 폐 그물에는 온갖 수중생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마치 더러움을 감싸 안아 새 샘명을 불어넣고 있기라도 하듯 흡사 멋들어진 자연짬을 연상케 했다.
강제어초다음은 강제어초를 찾았다. 수심은 바닥이 32m 정도에 상단은 22m로 꽤나 높으며 거대한 철 구조물이었다. 어초에는 세월을 말해주듯 검붉은 녹이 피어있었고, 철제 기둥을 따라 두 주멱을 붙여놓은 만큼의 큰 멍게들이 탐스럽게 붙어서 풍성함을 더해줬으며, 군데군데 말미잘들이 조화롭게 자라고 있었다. 어초 깊숙한 이곳 저곳에는 작은 무리의 불볼락과 망상어 무리들이 여유롭게 떠 있었다.
요즘은 이렇게 풍성한 멍게군락지를 본다는 것이 행운이요, 귀한 장면처럼 만나게 되니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마구잡이 남획으로부터 미래를 담보할 수 없으며 그것은 바다를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어로 종사자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건만 머구리 선박이 머물다간 자리는 그야말로 초토화 되기 일쑤며 수중에는 치어까지 거두어 들이는 삼중망들이 즐비하다.
앞에서 보았던 페 그물 덩어리도 천재지변이 아니라면 대부분 무책임한 투기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생각하니 이곳 남애리의 바다 또한 여느 국내 수중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환경이었다.
결국 그런 폐기물들은 여러 수중생물들에게도 위협이 되어 해마다 증가하는 유령어업( 방치된 어구들에 의해 죽어가는)은 늘어만 갈 것이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귀하게 주어지는 시간인지라 아직 이곳의 숨겨진 이곳 저곳을 돌아볼 곳이
많다는 것도 희망으로 남아있기는 하다. 대략 5회의 다이빙 중에 아름답고 풍요로운 수중환경을 보았고, 이제 시야가 좀 흐려지겠지만 5월이 되면 수많은 불볼락들을 수중에서 만나게 될 것이니 이 또한 계절이 주는 변화를 목전에서 만나게 되는 것도 다이버에겐 수중여행의 즐거움으로 남을 것이다.
여건이 되어줄 때 인근에 위치한 인구나 동산, 주문진 그리고 고성 쪽의 바닷속도 들여다보면서 지역별로 느껴지는 감흥과 환경을 느껴볼 예정이다.
아무리 많은 횟수의 수중여행을 한다 한들 높은 하늘에서 바라본다면 그야말로 티끌만큼의 면적이 아니겠는가?^^ 하여 바다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건이 되어 줄 때마다 좀 더 많은 곳을 싸돌아 다녀보는 것이 지친 영혼을 달래줄 수 있는 유일한 낙이요 보람이다 ^^
올 한 해도 여러분들의 안전다이빙, 즐거운 추억여행을 기원합니다!
박정권
수중사진가
양양에서 신풍해장국 운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