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다이버들이 맨 처음 구매하는 장비가 마스크라면 그 다음으로는 핀이다. 마스크가 보기 위한 것이라면 핀은 수중이나 수면에서 이동하기 위한 것인 만큼 그 중요성에서 못하지 않다.
핀(fin)은 물고기의 지느러미를 뜻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리발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육상에서 핀을 신고 있으면 마치 오리나 펭귄처럼 웃긴 자세로 움직이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핀은 그런 우스꽝스러운 모습과는 달리 공학적으로 매우 정교한 장비이다. 제조업체들에서는 최소의 노력으로도 가장 효율적인 추진력을 제공할 수 있는 핀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핀의 재질과 디자인을 개발해왔다. 그 덕분에 시중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타입의 핀들이 출시되어 있는데 초보자들의 입장에서는 그 중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여기서는 핀의 다양한 특징들을 알아 보고, 출시된 핀들이 제각각 어떤 목적을 위해서 디자인된 것인지 살펴보면서 핀을 선택하는데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
1. 핀의 일반적인 구조와 명칭
2. 핀 선택의 기본: 착용감과 효율성핀을 사용하는 것은 다이버로 하여금 산소 및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드는데 이는 다이버가 사용하는 공기량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따라서 노련한 다이버들과 비교했을 때 공기소모량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초보 다이버들에게는 에너지 효율성이 좋은 핀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마스크와 마찬가지로 핀을 구매할 때도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착용감과 편안함이다. 자신의 발 사이즈에 잘 맞아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에도 적합해야 한다.
시중에는 다양한 종류의 핀들이 있기 때문에 다이버의 경험, 발차기 스타일 그리고 발차기 능력, 다리의 파워, 다이빙 타입 등의 수준을 고려해야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핀이 무엇인지 결정해야 한다. 다이빙 핀은 수영용 핀처럼 너무 짧아도 안 되고, 프리다이빙용 핀처럼 너무 길어도 안 된다. 일반적으로 다리가 튼튼할수록 더 길고, 딱딱한 핀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바다에서 가볍게 떠다니는 다이빙에 적합한 핀은 동굴이나 난파선 같은 테크니컬 다이빙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제조업체들은 기술적인 발전을 통해 핀 제조에 수많은 과학들을 접목시켰는데 다리에서 핀으로 전달되는 에너지의 양을 최대화시키기 위해서 최고급 핀들은 블레이드와 발집 등에 전통적인 고무에 더해서 탄소섬유, 폴리머 등을 접합시켜 부위별로 다른 재질로 만들기도 했다. 측면이 딱딱하고, 가운데가 유연한 서로 다른 재질로 만든 핀들은 일반적으로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추진력을 제공해준다.
따라서 초보 다이버들의 경우에는 적은 힘으로도 많은 추진력을 제공해주는 효율성이 높은 핀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어느 정도 경력이 쌓였을 때는 자신의 다이빙 스타일에 맞는 핀을 다시 구매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최근에는 패션의 완성을 위해서 핀을 구매하는 다이버들도 있는데 굳이 하나의 핀으로 모든 상황에 맞춰 사용하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특징이 다른 몇 개의 핀을 구비하고 목적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3. 핀의 특징에 따른 구분
1) 풀풋과 오픈힐
다양한 종류의 핀들이 있지만 발집의 스타일에 따라서는 풀풋과 오픈힐이라는 2가지로 구분된다. 풀풋은 부드러운 고무재질의 발집이 뒤꿈치까지 발 전체를 완전히 감싸는 스타일이며, 오픈힐은 뒤꿈치가 열려 있어서 스트랩을 이용해서 발뒤꿈치에 고정시키는 타입이다.
풀풋 핀은 보통 오픈힐보다 저렴하며, 착용하기가 편하고, 부피가 작아서 휴대하기에도 좋다. 하지만 보온성이 없어서 수온이 낮은 물에서 사용할 수 없으며, 장비를 착용하고 걸어가야 하는 비치 다이빙이나 뜨거운 데크 등에서는 맨발이라 발을 보호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풀풋 핀은 수영장과 열대바다의 리버보드나 보트 다이빙 등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오픈힐 핀은 부츠와 함께 사용하도록 디자인된 것으로 발집이 풀풋 핀에 비해서 더 크며 딱딱한 재질로 만들어졌기에 부츠 없이 이들 핀을 착용하는 것은 불편하다. 부츠가 다이버의 발을 따뜻하게 보온해주고, 입출수시에 발바닥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비치 다이빙과 찬물 다이빙 환경에서 주로 사용한다. 스트랩은 조절이 가능하여 적용 가능한 발 사이즈의 폭이 넓은 편이라 드라이슈트의 부츠나 락부츠 같은 것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핀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부츠의 착용으로 발등이 너무 높아지는 경우에는 발집에 잘 들어가지 않는 수도 있으므로 이때는 발집이 더 큰 사이즈를 선택해야 한다.
풀풋핀의 사용의 팁
풀풋 핀은 발에 완벽하게 맞지 않으면 장시간 사용시에 마찰과 물집을 일으킬 수 있다. 풀풋 핀을 선택할 때는 항상 직접 신어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발가락에 갑갑함이 느껴지는 경우라면 수중에서 쥐를 일으킬 수도 있다. 여성들의 경우 사이즈가 없어서 풀풋 핀에 네오프렌 양말이나 부츠를 신고 착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맨발에 착용하는 것이 맞다.
발등 너무 위로 발집이 올라오는 것은 마찰을 일으키거나 갑갑함을 느끼게 한다. 핀이 편안하고, 잘 맞으면 착용한 상태에서 발끝으로 서본다. 이때 핀이 발꿈치에 걸려 있다면 수중에서 벗겨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냥 신어봤을 때 풀풋핀 이 완벽히 맞지 않는다면 구매를 포기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2) 블레이드 타입에 따른 구분: 스플릿과 패들 블레이드
전통적인 핀들은 블레이드가 노(패들)처럼 길고 넓적하지만 90년대 후반에 등장한 스플릿 핀은 블레이드의 한 가운데가 세로로 길게 갈라진 것으로 한때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스플릿 핀은 전통적인 패들 핀에 비해 40% 이상 효율성을 증가시켜 준다. 블레이드의 한 가운데가 갈라져서 물의 저항이 감소되므로 핀 킥에 들어가는 힘을 줄여준다. 핀이 비행기의 날개와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게 해서 더 많은 추진력을 만들어준다. 스플릿 핀의 블레이드는 전통적인 핀에 비해 더욱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육상에서는 쳐지는 느낌이지만 수중에서는 이로 인해 아래로 향하는 스트로크에서 소용돌이 현상으로 다이버들이 앞으로 전진하게 해준다.
핀킥에 들어가는 힘이 크지 않아도 되므로 관절이 약한 다이버들이나 근육이 쉬 피로해지거나 쥐가 잘나는 다이버들이 스플릿 핀을 선호한다. 특히 핀킥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핀이다. 플러터 킥에 좋지만 프로그킥에는 맞지 않으며, 조류가 거의 없거나 약한 환경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만 강한 조류에서는 제 역할을 못한다. 스플릿 핀은 스노클링 핀으로서도 좋은데 에너지를 아껴서 궁극적으로 더 오래,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스플릿 핀이 패들 핀에 비해서 효과적인 반면에 강하지는 않기 때문에 학생들을 쫓아가거나, 레스큐를 하는 등 파워가 필요할 때가 있는 강사들은 전통적인 패들핀을 선호한다.
3) 긴 핀과 짧은 핀핀이 길면 추진력이 강하지만 충분히 크고 길게 킥을 해주어야 하며, 허벅지의 힘이 약하거나, 핀에 익숙하지 못하면 사용하기에 불편할 수가 있다. 짧은 핀은 추진력은 약하지만 짧게 자주 킥을 해주면 충분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보통 스노클링을 목적으로 디자인 된 핀들이 매우 짧아서 초보자들도 킥을 하기에 쉽고, 수면에서 첨벙거리기에도 쉽다. 또한 얕은 물에 서서 밸런스를 잡기에도 좋다. 그러나 핀이 짧으면 스쿠버 다이빙을 위해서는 충분한 추진력을 제공하지 못한다.
프리다이버들의 경우에는 매우 길고, 딱딱하며, 가벼운 특별히 프리다이빙을 위해 디자인된 핀을 사용하는데 익숙해지면 플러터킥과 프로그킥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긴 블레이드 때문에 추진력이 매우 뛰어나다.
4) 뻣뻣한 핀과 유연한 핀블레이드가 매우 뻣뻣한 핀도 있고, 매우 유연한 핀도 있는데 핀의 유연성은 선택할 때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뻣뻣한 핀은 유연한 핀에 비해서 프로그 킥을 하기에 좋으며, 헬리곱터 턴이나 백워드 킥 같은 고급 킥 기술에 잘 맞다. 뻣뻣한 핀은 플러터 킥에서 킥 사이클당 추진하는 거리가 비슷하게 디자인된 유연한 핀에 비해서 더 멀다. 강한 추진력을 원하는 경우에 뻣뻣한 핀을 이용하는 것이 좋지만 전체 다이빙을 플러터킥으로 진행하는 것은 체력 소모가 매우 심하다. 따라서 경험자들은 뻣뻣한 핀을 사용해도 평소에는 프로그 킥을 사용하다가 파워가 필요한 경우에만 플러터 킥을 사용한다.
유연한 핀은 노력에 비해 효율적인 추진력을 얻게 해주는데 유연한 재질의 고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플라스틱과 고무를 붙여서 만들기도 한다.
4. 블레이드의 구조수류 구멍: 블레이드에 구멍을 뚫어서 물이 통과되도록 하여 저항을 줄여준다. 스쿠버프로의 젯트핀에 적용된 디자인으로 회복 킥에서의 노력을 줄여주고, 킥의 효율성을 개선시키는 기능을 한다.
수류 채널: 플라스틱 수지로 된 핀의 블레이드 사이에 고무로 된 부분을 만들어서 핀의 블레이드를 따라서 물이 흘러갈 수 있는 채널을 만든 것이다. 물이 핀의 측면으로 흘러가지 않고 온전히 뒤쪽으로 밀려가도록 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블레이드의 각도: 다이버의 킥이 위 아래로 향할 때 언제든지 최적의 추진력을 낼 수 있도록 블레이드가 발집에 대해 가장 효율적인 각도로 휘어져야 한다는 관점(OPB)에서 전통적인 패들 핀에 비해 블레이드를 아래로 꺽어 놓은 모델도 있다.
5. 스프링 스트랩과 스탠다드 스트랩
오픈힐 핀에서 스트랩은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기본 스트랩은 유연한 고무 재질로 만들어졌지만 일부 제조업체들은 기본 스트랩에 퀵버클을 붙여서 쉽게 착용하고, 벗을 수 있게 해준다.
근래에 널리 사용되는 스프링 스트랩은 타이트하게 감겨진 튼튼한 금속 스프링으로 신축성이 뛰어나 당겨서 다이버의 발 뒤꿈치로 넘기면 쉽게 착용하게 된다. 스프링 스트랩은 매우 편하며, 신고 벗기가 매우 쉽다. 스프링 스트랩이 기본으로 장착된 핀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핀들에 별도로 구매하여 부착할 수 있다.
6. 핀의 칼라
스쿠버용 핀의 색상은 단순히 미적인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다. 밝은 색상의 핀은 다이빙하는 중에 쉽게 찾을 수 있고, 누구인지 알아보는데도 이용된다. 시야가 흐린 곳에서 다이빙하는 다이버들은 블랙이나 흐린 색상보다 형광 노랑 같이 눈에 잘 띠는 밝은 색상의 핀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핀을 구매할 때는 독특함 또는 수중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밝은 색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다이버들은 핀을 선택할 때 전체적인 장비 색상과 매치가 되는 것을 선택한다. 이런 패션 관점도 요즘에는 중요하다.
7. 테크니컬 다이버들의 선택
더블탱크와 스테이지 탱크 등으로 부피가 커진 테크니컬 다이버들은 단순하면서도 힘이 좋은 핀을 선호한다. 또한 동굴이나 난파선 내부 등에서 활동할 때 부유물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며, 걸리거나 끼는 일이 없어야 한다. 얇고 긴 블레이드, 갈라진 핀, 복잡한 버클 등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테크니컬 다이버들은 짧고, 넓고, 딱딱한 블레이드의 무거운 핀에 스프링 스트랩을 갖춘 오픈힐 타입을 선택한다.
이런 종류의 핀을 보통 터틀핀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핀들보다 매우 두껍고 무겁다. 프로그킥을 주로 사용하는 테크니컬 다이빙에 잘 맞으며, 헬리콥터 턴이나 백워드킥 등의 고급 추진 기술에도 적합하다. 단순한 디자인이 매우 효과적이어서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에서는 터틀핀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