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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 100m를 가다 Part 1: 100m에 대한 다이버들의 네 가지 질문과 대답




"본 기자는 지난 12월 8일에서 13일까지 필리핀 아닐라오 SM 스쿠버 리조트에서 TDI 본부의 성재원 사무국장이 주관한 ERD(익스텐디드 레인지 다이빙), Trimix, Advanced Trimix 과정에 참가하여 교육을 받고 100m 다이빙을 무사히 마쳤다."

한 줄 문장으로 요약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감동과 성취감, 새로운 바다를 향한 도전의 이야기는 몇 장의 글로 풀어내도 모자랄 것 같다. 100m 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후 연말을 맞아 각종 모임으로 많은 다이버들을 만났다. 대부분이 페이스북을 통해 기자의 100m 다이빙 소식을 알고 있었고 대화 중에 한번은 꼭 100m 다이빙이 화제에 오를 만큼 많은 다이버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런 상황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다이버들이 묻는 질문은 네 가지로 정형화 되어있음을 알게 됐다.

왜 갔어?
뭘 봤어?
재미있었어?
안 무서웠어?


테크니컬 다이빙을 해봤거나 100m 다이빙을 해본 다이버들은 감압 계획과 기체 블렌딩 등 조금 더 자세한 질문을 했지만 그 외에는 이 네 가지를 벗어나지 않았다. 질문에 대해 성실히 대답하려 노력했지만 상대의 관심에 따라 답변은 안부의 수준에서 멈추기도 하였고 더 깊은 대화로 진행되기도 하였다. 어쨌든 많은 다이버들이 100m 다이빙에 대해 진짜로 궁금해 하는 것은 이들 네 가지 물음인 것 같다. 어드밴스드 트라이믹스 과정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스쿠버넷 매거진 2월호 "김기자, 100m를 가다 Part2"로 미루고 Part1에서는 지금까지 수 차례 받은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자세히 적어본다.



질문1. 왜 갔어?

"왜?"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정말 무언가 해보고 싶은 열망에는 오히려 선뜻 답을 하기 어렵지 않은가? 돌이켜 생각해보면 2012년 SDI 장학생 강사 6기로 강사과정을 하는 중에 "TDI 트라이믹스 101 축제" 동영상을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을 했고 언젠가 꼭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이 시작이다. 이렇게 멋있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다이빙이 너무 좋고 더 다양한 다이빙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에서 나왔다.

이제 다이빙을 시작한지 만 3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하지만 앞으로 5년, 10년을 더 다이빙을 하더라도 그 이후에 할 수 있는 다이빙이 무궁무진할 것 같다. 이것은 내가 다이빙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같은 포인트에서 비슷한 시기에 다시 다이빙을 하더라도 이전과 같을 수는 없고 세계 각지에는 아직 가보지 못한 멋진 포인트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또 누구와 함께 다이빙을 하는지, 사진을 찍는지 그렇지 않은지, 펀다이빙인지 취재인지 목적에 따라서도 경험하는 것은 확연히 달라진다.

40m 수심 내에서, 무감압 다이빙 한계 내에서 즐길 수 있는 다이빙도 다양하지만 테크니컬 다이빙으로 눈을 돌리면 가볼 수 있는 바다는 더욱 넓고 깊고 다양해진다. 사이드마운트나 더블탱크, 재호흡기를 사용할 수 있고 동굴이나 난파선과 같은 오버헤드 환경에서도 다이빙을 할 수 있으며 40m 보다 더 깊은 수심에서 감압 다이빙을 할 수도 있다. 교육과 경험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다이빙의 한계를 넓혀가는 만큼 갈 수 있는 바다가 다양해지는 것이다. 할 수 있는 한 더 많은 바다를 가보고 싶고 더 다양한 다이빙을 해보고 싶다. 이것이 이번 교육에 참가한 이유이고, 이제 내가 갈 수 있는 바다의 깊이는 100m가 됐다.

TDI 트라이믹스 101 축제
국내외에서 테크니컬 다이빙을 선도적으로 보급해온 TDI Korea에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10월 1일 10시 1분에 개최했던 수심 101m로 다이빙하는 트라이믹스 다이빙 축제이다. 2011년 행사는 오경철 트레이너와 윤병철 트레이너의 진행으로 필리핀 사방 파라다이스 리조트에서 열렸다.


질문2. 뭘 봤어?
왜 갔냐는 질문에 이어지는 것은 무얼 봤냐는 것이다. 100m를 간다고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무엇을 보기 위해 100m에 간 것도 아니었다. 다양하고 풍성한 생명체를 보기 원한다면 수심 10m 이내의 밝고 따뜻한 바다에 갈 일이고 특별한 생물을 보고 싶다면 그것이 나오는 바다를 찾을 일이다. 투명하거나 무시무시한 이빨을 가졌거나 먹이를 유인하기 위한 발광체가 있는 등 독특한 생김새의 심해어를 보기에 100m는 너무 얕으니 그런 것을 기대할 수도 없다. 한가지 특이했던 볼거리는 수컷 복어가 구애를 위해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모래 바닥에 새겨진 원형의 정교한 기하학적 무늬(Mysterious Circle)를 본 것이었고 그 외에 특별한 볼 것은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대답이다. 과정 중에 50~60m 수심에서 정말 잘 보존된 수려한 대형 부채산호를 보긴 했지만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곳에는 단지 인디고 블루의 바다가 있었다. 검정에 가까운 파랑을 뜻하는 인디고 블루. 얕은 열대 바다의 밝은 파란 빛과는 확연히 다르고 국내 바다에서 보는 짙은 파랑과도 다른 색이었다. 더욱 깊이 있는 진중한 파랑이었고 그 어두운 검푸른 빛은 신비로운 기운을 품고 있었다. 다른 어떤 바다에서도 보지 못했던 진하고 아름다운 색이었다. 그 물빛만으로도 볼거리에 대한 만족은 충분했다.

심해어
[명사] <동물> 수심 200m 이상의 깊은 바다에 사는 어류를 통틀어 이르는 말. 연약하고 탄성이 있는 뼈와 근육, 단순한 몸빛, 발광기, 퇴화한 눈이 특징이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인디고 블루 [indigo blue]
검정에 가까운 어두운 파랑/K값: #37415a/대표색좌표값: 2.5PB 2/4
출처: 색채용어사전

Mysterious Circles을 만드는 복어 동영상


질문3. 재미있었어?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재미. 어떤 다이빙이던 산업 다이빙이나 연구 목적의 다이빙 등 일로 하는 것이 아닌 이상 모두 재미있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재미있었다. 그 재미는 눈으로 무엇을 보거나 몸으로 무중력을 느끼는 감각적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배움과 성취, 팀워크 등에서 오는 복합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2013년에 했던 약 200회의 다이빙 중 가장 특별하고 의미 있던, 최고의 다이빙으로 꼽는다.

첫 번째 재미는 왜 갔냐는 질문에 대답이 되기도 하는, 내가 갈 수 있는 수심이 깊어졌다는 것에 있다. 단지 100m라는 기록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100m에 가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이론적인 내용을 배웠고 필요한 스킬을 연습했고 스스로 기체 블렌딩을 했으며 다이빙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연습하는 과정을 통해 이전에는 할 수 없던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두 번째 재미는 처음 가보는 수심의 새로운 다이빙이 주는 설렘이었다. 처음이라는 것은 항상 신선하기 마련이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40m, 45m, 55m, 60m, 70m, 85m, 그리고 100m. 그렇게 매일 조금 더 깊은 바다로 나아갔다. 계획한 수심을 향해 빠르게 하강하면서 느끼는 스릴과 두근두근한 설렘, 심장이 쫄깃한 기분. 오픈워터 첫 다이빙 때도 이렇게 설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세 번째는 성취감이었다. 기록을 위한 레저가 아닌 다이빙에서 다이빙 자체를 통해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낀 경험은 별로 없는 듯 하다. 하지만 100m 과정에서는 평소의 다이빙과 달리 하나의 목표에 집중을 하여 그것을 위한 연습을 하고 팀워크를 다진다. 그렇게 준비한 다이빙을 팀원들과 함께 즐겁고 안전하게 끝마쳤을 때의 뿌듯함은 지금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네 번째 재미는 함께한 팀원들에게 있다. 테크니컬 다이빙은 팀 다이빙이다. 이미 잘 알던 사람들도 있고 처음 만난 사람들도 있었다. 6일의 시간 동안 함께 다이빙을 하며 서로를 더욱 알게 됐고 서로에게 서로를 맞춰나갔다. 앞서 말한 배움과 설렘, 성취감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그 즐거움이 배가 되게 했다.
다이빙이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것도 물론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앞으로 평생 할 다이빙에 익숙함과 편안함의 반대 면에는 늘 새로운 배움과 가슴 떨리는 설렘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함께할 좋은 다이버들이 곁에 있기를, 나도 그런 좋은 다이버가 되기를 바라 본다.



질문4. 안 무서웠어?
과정을 하기 전에도 한 후에도 정말 많은 받은 질문이다. 무섭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하지만 반복해서 질문을 받다 보니 사람들이 말하는 그 "무서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상상해보면 팀을 잃고 혼자가 되거나 기체가 고갈되거나 하는 등의 상황 등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내 두 눈으로 팀원들을 보지만 팀원들은 나를 열 개의 눈으로 지켜본다. 그렇다면 질소마취가 오던 어떤 위험한 상황이 되던 누군가는 나를 지켜보지 않을까? 또 반복적으로 RMV를 측정하였고 GAP 프로그램으로 필요한 기체량을 계산하고 그것보다 많은 기체를 가져간다는 것을 여러 차례 확인하였다. 계획한 감압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계획에 대한 백업으로 바텀 타이머와는 별도의 다이빙 컴퓨터를 가져갔으며 100m 이전의 여러 감압 다이빙을 통해 다이빙 컴퓨터가 충분히 신뢰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무섭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마지막은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것이다.



내가 할 다이빙에 대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것이 위험 상황이고 그럴 때 나를 도와줄 것은 함께한 팀원들 밖에 없다. 함께하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못했다면 분명 무섭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다이빙은 항상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나의 경우 이번 과정의 가장 보수적인 요소는 함께한 사람들이었다. 아직 짧지만 굵게 진행되고 있는 나의 다이빙 인생에서 강사교육부터 인트로 텍, 감압절차 등 가장 많은 교육을 해주었던 성재원 트레이너가 과정을 주관했고 함께한 팀원 중에는 평소 친하게 지내고 여러 차례 같이 다이빙을 해본 사람들이 있었다. 또 과정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도 반복되는 다이빙과 함께 생활하는 시간을 통해 충분히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는 두렵거나 걱정하는 마음이 아니라 신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과정을 시작하게 했고 과정 내내 즐거움을 주었다.

이상으로 익스텐디드 레인지 다이빙, 트라이믹스, 어드밴스드 트라이믹스 교육을 받은 후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에 대한 답을 마치고 다음 호에는 각 과정과 다이빙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겠다. Part1 끝!!








글: 김현덕, 사진: 성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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