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백 박사의 물고기의 사랑 이야기 열한 번째황놀래기의 사랑
열한 번째 사랑구경의 대상은 황놀래기(Pseudolabrus japonicus)입니다. 황놀래기는 우리나라 남해와 제주도 연안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울릉도에서 만난 황놀래기놀래기나 용치놀래기보다 깊은 수심의 암초가 발달한 곳에 주로 살고 있습니다. 몸 크기는 25cm 정도이며, 사는 곳에 따라 몸의 색깔이 다양합니다. 그러나 체색은 크게 2가지로 나눠집니다. 선명한 황갈색과 약간 옅은 주홍색인데, 선명한 황갈색은 암컷에서 성전환한 수컷입니다. 옅은 주홍색은 암컷과 수컷입니다. 황놀래기는 용치놀래기처럼 1차수컷과 2차수컷이 있습니다. 선명한 황갈색은 2차수컷이고, 1차수컷은 암컷과 비슷한 색깔을 갖고 있습니다. 1차수컷인지 암컷인지는 겉모습으로는 알 수 없고, 해부하여 생식소를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영어이름은 ‘Bambooleaf wrasse’ 입니다. 황놀래기는 농어목, 놀래기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서부태평양의 우리나라 남해안, 남일본, 대만 등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단독생활을 하며 암초가 발달한 곳에 주로 살며 육식성입니다. 낮에 주로 활동하며 밤에는 암초 사이의 그늘에서 쉽니다.
문섬 새끼섬의 가이드라인 근처에서 체험다이버들을 위한 피딩이 진행되면서 여러중류의 어류들이 모이는데긎그중에서 황놀래기의 암컷과 수컷이 많이 보인다일본에서의 보고에 의하면 황놀래기의 산란기는 10월 중순에서 10월 하순이며, 산란시각은 오전 8시에서 10시 반 사이라고 합니다. 1차수컷이 있지만 무리산란은 보고된 바가 없으며 짝산란을 합니다. 단독생활을 하던 황놀래기는 산란기가 되면 2차수컷이 세력권을 만드는데, 암초나 큰 바위 곁에 세력권을 만듭니다. 수컷끼리는 세력권 방어행동을 하나 암컷에 대해서는 위협하거나 방어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특정 암컷에 대해서는 매우 심하게 공격적입니다. 그 암컷은 겉모습은 암컷이지만 아마 1차수컷일 것입니다. 암컷은 세력권을 형성하지 않고, 산란시간이 되면 수컷의 세력권 근처로 이동합니다.
황놀래기 한쌍황놀래기의 짝산란은 이른 시간인 오전 8시 경, 다수의 암컷이 수컷의 세력권과는 무관하게 산란장소 주위의 넓은 범위를 천천히 헤엄치며 도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러다가 암컷이 수컷의 세력권 안으로 들어가면, 수컷이 흰 배지느러미를 넓게 펴고 검은 꼬리지느러미를 팔랑거리며 50 cm 정도 비스듬하게 위로 갔다 다시 바닥으로 내려갔다 하는 구애행동을 합니다. 여러 번 구애행동을 한 수컷은 암컷 가까이 헤엄치면서 때때로 암컷의 머리 뒤쪽을 쿡쿡 찌르는 동작을 합니다. 그러다가 암, 수컷이 같이 위로 가면서 수컷이 암컷의 뒷머리를 쿡쿡 찌르는 동작을 한 직후 또는 갑자기 위로 올라가는 암컷을 수컷이 뒤따라가는 것처럼 암, 수가 위로 0.5~1.5 m 돌진하는 산란점프를 합니다. 산란점프의 정점에서 암, 수가 몸을 반대로 틀면서 방란, 방정을 하고 좌우로 떨어져 갑니다. 방출된 알과 정액으로 인해 수중에 직경 약 10 cm 정도의 하얀 공모양이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한 번의 짝산란이 끝나면 수컷은 다른 암컷과 또 산란을 반복합니다. 산란기의 오전 8시에서 8시 50분 사이에 잠수하여 약 18회의 짝산란을 관찰하였는데, 9시에서 10시 사이에는 관찰회수가 10회 미만이었다고 합니다.
암컷 황놀래기
황놀래기는 1차수컷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산란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면 이 1차수컷은 어떻게 산란할까요? 황놀래기 1차수컷은 2차수컷의 세력권 근처 바위틈에 숨어 있다가, 암, 수가 산란점프를 할 때 재빨리 따라 올라가 자신의 정액을 방출하고 도망갑니다. 아마 황놀래기의 개체수가 많지 않아 무리산란을 하기가 어려워 이런 도둑장가를 가는 것 같습니다.
황놀래기 사진들
글 사진/ 임 주백
해양생물학 박사
어류행동 생태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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