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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담은- 칡소폭포 열목어와 다이빙

김 하늘담은
칡소폭포 열목어와의 다이빙
DIVING WITH LENOK


이번 2014년도 상반기 계획들 중 하나였던 강원도 홍천에 있는 칡소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열목어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걸 드디어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작년 이맘 때 쯤에 처음 칡소폭포에 갔었을 땐 매번 바다나 강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폭포라는 장소에서 처음으로 들어가는 거였던지라 설렘 반 긴장감 반을 가지고 들어갔었는데 생각보다 컸던 열목어들의 민첩함과 한편으론 붉은 홍색인 몸통과 지느러미의 아름다운 모습에 나에게는 감동 그 자체였다. 그 기대와 경험을 이어 이번 촬영도 역시 최고의 순간을 만날 수 있었다.


출발했던 날, 저녁이 돼서야 바쁜 한 주의 일정을 끝내고 아빠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니 밤이 되어 강원도 홍천 칡소폭포 앞의 캠핑장 숙소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하늘에서 보이는 광경. 아마 수천, 수만 개의 별들이 머리위에서 환영이라도 한다는 듯이 찬란하고 영롱하게 빛나며 나를 감싸오던 그 순간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
그리고 이어진 조촐한 모닥불에 요리해 먹었던 라면과 밥은 별과 마찬가지로 도시의 바쁜 일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진정한 여유와 행복을 찾지 못했던 나에게 너무나도 큰 감동을 주었다. 한마디로 힐링이었다.

빈 화덕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놓은 모습

몇 시간의 밤이 지나고 드디어 열목어와 만날 아침이 밝아왔다. 아침을 차려 먹으려고 숙소 앞 탁자에 갔는데, 다가간 순간 고기를 구울 수 있게 설치해놓은 불판 밑구멍에서 조그만 새 한 마리가 날라 가는 것이었다. 새가 어떻게 그곳에서 나오는지 영문을 몰라 불판 뚜껑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세상에나, 방금 날아간 작은 새가 그 불판 속에서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놓았던 거였다. 갓난아기의 손바닥 보다 작은 연분홍색 무늬를 가진 다섯 개의 알들이 옹기종기 붙어있었다. 너무나도 귀여운 마음에 그리고 자식을 낳아 기르기 위해 최적의 장소를 이 쓰지 않는 불판 밑으로 어미 새를 보며 깨닫게 된 자연의 감동에 사진을 찍어 두었다. 다신 보지 못할 수도 있는 정말특이한 경우일 것 같다.

아침은 모닥불에 두부를 익히고 국과 밥을 끓여 먹고, 아빠와 함께 다이빙 장비를 체크하고 준비했다.
그리고 너무나도 중요한 나의 카메라와 하우징 준비도 끝마쳤다.

배터리를 체크하고, 오링을 체크하고, 침수 테스트도 해보며 혹시나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것이 있을까 맘 졸이며 꼼꼼히 체크했다. 학수고대 해오던 작업이 될 걸 생각하면 절대 허술하게 준비해서 후에 어떤 문제라도 생길 수도 있는 걸 방지해야만 했다.
정오가 되어갈 즈음 드라이슈트를 입고 장비를 챙겨서 폭포 앞에 도착했다.

체크를 끝내고 입수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열목어 한 마리가 근처에서부터 새가 날갯짓 하듯이 파드득 거리며 수면위로 떠서 방향을 잘 잡지 못하며 나의 근처까지 오더니 그 자리에서 자기는 이제 온 힘을 다 쏟았다는 듯 힘없이 세상을 떠나버리는 것이었다.
난 참으로 신기하고 보기 드문 광경을 목격한 것 이었다.

물어보니 아마도 그 열목어는 자신의 알들, 그러니까 자식들을 낳고서는 이제 내 할 일이 끝났다는 듯이 장렬하지만 조용하게 이 세상을 떠나지 않았나 싶다.
내 앞에서 죽는 열목어의 모습에 정말 놀라기도 했지만 부모들의 자식을 향한 사랑하는 마음은 다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들며 그 모성애에 감탄하고 감동받게 되었다.

또 잠시 잊고 지냈던 무심하게만 대했었던 아빠에게 감사함을 다시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세상을 떠나버린 열목어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서 칡소폭포로 입수를 했다.
적당한 물 온도와 좋았던 시야상황과 함께 눈앞엔 어느새 몇 십 마리의 열목어들로 꽉꽉 차있었다. 짙은 홍색으로 변해 그 큰 덩치로 내 옆을 맴돌기도 했다.

열목어들은 매년 4~6월쯤에 산란을 위해서 강의 상류로 오르는데, 연어과라서 그런지 연어와 약간 닮게 긴 모양새에 몸길이가 30∼70cm 정도 되는 열목어들의 산란을 위해 힘차게 뛰어 거슬러 오르려는 모습이 역동적이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세차게 물줄기가 떨어지는 폭포 아래에서 짜릿함과 전율을 느꼈다.짧게만 느껴졌던 1시간 정도의 다이빙을 그렇게 끝마쳤다.
끝나고 나오니 칡소폭포 출입을 관리하시는 어른 분들이 오셔서 사진을 볼 수 있냐고 물어 보시 길래 얼른 보여드렸다.
사진을 보시더니 무표정이던 표정이 미소로 바뀌며 열목어가 많이 늘어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알고 보니, 열목어 서식지에 열목어가 희귀해짐에 따라서 요즘엔 환경부가 특정보호어종으로 지정해서 허가 없이 이를 채취포획가공유통할 수 없도록 해두었다고 한다.

죽은 열목어

그 후부터는 열목어의 개체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들을 수 있었다.
이 날처럼 굉장하고 감동적인 자연 그 자체의 광경을 볼 수 있고 기록할 수도 있는데단지 한순간의 욕심 때문에 열목어를 포함한 지켜주어야 할 다른 생명들을 무자비하게건드리는 건 우리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바꾸어야 할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칡소 폭포에 막혀 폭포 아래에 모여 있는 열목어들

나, 그리고 우리 모두가 노력해서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도 충분히 어울리며 행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바다이던지 강과 계곡이던지 그 어디에 있든 모든 자연은 소중하고
그 자연, 예를 들어 이날의 감동적 이었던 모성애 그리고 폭포와 함께 경이로운 광경을
보여준 열목어처럼 우리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꼭 명심해 두고 있길 바란다.

사진, 글/김 하늘
안양예고 재학
레스큐다이버
캐논 EOS 7D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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