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을 향한 여행, 인도네시아 데라완
DERAWAN
2014년 6월 3일, 새로운 곳을 향한 여행을 시작했다. 함께한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 8명이었고 목적지는 인도네시아 데라완이었다. 아직
다녀온 사람이 많지 않은 낯선 곳이었고 무척이나 먼 긴 여정이었다. 처음 가보는 곳을 향한 설렘과 사진과 이야기로만 보고 듣던 곳에 대한 기대가 출발 전부터 모두의 마음을 한껏 들뜨게 했다. 익숙하게 다닌 필리핀이나 동해를 향할 때와는 사뭇 다른, 오랜만에 진짜 "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인도네시아인도네시아는 18,108개의 섬으로 구성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섬으로 구성된 나라이다. 인구는 약 2억 4천만 명으로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인구도 많은 나라이다. 전체 인구의 88%가 무슬림인데 이것은 여행자들에게 두 가지 면에서 영향을 준다. 먼저는 레스토랑에서 돼지고기 요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사원에서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진다는 것이다. 처음엔 새벽녘에 들리는 기도 소리에 잠을 설치기도 하지만 며칠 지나면 익숙해진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귀마개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인도네시아의 섬들은 적도를 중심으로 북위 5°에서 남위 10° 사이에 위치하여 평소 우리가 보지 못하던 남쪽 하늘의 별자리를 볼 수 있다. 예전 사람들에게 남쪽 방향을 알려주던 밤하늘의 남십자성을 마주하는 것은 설레는 경험이 될 것이다. 날씨는 완전한 열대성 기후를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발리, 코모도, 알로르, 롬복, 와카토비, 암본, 렘베, 라자암팟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사이트가 많지만 필리핀에 비해 거리가 멀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비싸다. 대부분의 다이빙 사이트들이 국제선으로 자카르타나 발리로 이동한 후에 다시 국내선 항공을 1~2회 이용해야 하는데 때론 국내선 항공료로만 해도 저가 항공을 이용해 필리핀에 가는 것에 맞먹기도 한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만큼 때묻지 않은 자연과 풍요로운 바다가 기다리는 곳이 인도네시아이다. 여러 번의 잔잔한 투어보다 한 번의 강렬한 투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고나 할까?
칼리만탄 동쪽 해안의 데라완 군도데라완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섬의 동쪽 해안에 위치한다. 칼리만탄 섬에서 데라완 섬까지는 배로 30~50분 정도가 소요된다. 칼리만탄 섬이라고 하면 생소한 이름이지만 보르네오 섬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이 둘은 같은 섬을 지칭하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칼리만탄 섬으로 부르고, 말레이시아에서는 보르네오 섬이라 부른다. 칼리만탄 섬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세 나라의 영토로 나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 섬에 세 나라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술라웨시 해 Sulawesi Sea에 위치한 데라완 군도는 데라완 Derawan, 상갈라키 Sangalaki, 카카반 Kakaban, 마라투아 Maratua, 빤장 Panjang, 사마마 Samama 섬을 비롯한 작은 섬들과 물속에 잠긴 암초로 구성된다. 이들 중 가장 크고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은 데라완 섬과 마라투아 섬인데 각각의 인구는 약 1,300명과 2,700명 정도이다. 데라완 섬에는 3개의 다이빙 리조트가 있다.
데라완 가는 길데라완 섬으로 가는 길은 매우 멀다. 세 번의 비행기와 차량과 보트를 이용해야 한다. 먼저 국제선 항공으로 자카르타 Jakarta까지 이동한 후 자카르타에서 발릭파판 Balikpapan으로, 발릭파판에서 베로우 Berau로 두 번의 국내선 항공을 이용해야 한다. 자카르타에서 발릭파팍까지는 약 2시간 15분 정도가 소요되며 발릭파판에서 베로우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된다. 발릭파판 공항과 베로우 공항 모두 건물을 새로 지은 깨끗한 현대식 건물이다. 한국과 자카르타는 2시간의 시차가 있고(자카르타가 2시간 늦음), 자카르타에서 발릭파판 사이에는 다시 1시간의 시차가 있다(발릭파판이 1시간 빠름). 결국 경유지인 발릭파판과 목적지인 데라완은 모두 한국과 1시간 시차가 발생한다(한국보다 1시간 늦음). 인도네시아 안에서도 시간이 바껴 시차 계산을 잘 하지 않으면 공항에서 당황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석유생산지인 발릭파판의 공항은 지방 공항답지 않은 큰 규모이지만 아직 건물을 새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내부 매장들이 아직 다 들어서지 않은 한산한 모습이다.
Berau Airport(BEJ): Kalimarau-Hero Domestic Airport
Balikpapan Airport(BPN): Sultan Aji Muhamad Sulaiman Airport 베로우 공항에서 데라완 섬까지도 녹녹하지 않은 여정이다. 먼저 차로 2시간 반 동안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린 후, 다시 30~50분 정도 보트를 이용해 데라완 섬에 들어가게 된다. 데라완으로 향할 때는 밤에, 데라완에서 나올 때는 낮에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데라완으로 향하는 밤, 배 위에 누워 마주하는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들은 긴 여정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수 놓으며 이제부터 시작될 여행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어오르게 한다. 리조트에서 공항에서부터 리조트까지의 픽업을 모두 제공하며 시간 대에 따라 이동 중에 식사를 하기도 한다.
데라완 다이빙데라완 다이빙은 기본적으로 네 개의 섬에서 이뤄진다. 상갈라키 Sangalaki, 카카반 Kakaban, 마라투아 Maratua, 데라완 Derawan이 그 주인공들인데 각각의 섬은 저마다 독특한 특색을 보인다. 상갈라키 섬은 대부분의 포인트가 최대 수심 15~17m 정도의 얕으며 높은 확률로 만타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카카반 섬에는 젤리피시 레이크가 있고 마라투아 섬은 바라쿠다 떼로 유명하다. 데라완 섬은 마크로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다이빙은 네 개의 섬을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하게 된다. 가장 가까운 상갈라키 섬은 배로 1시간, 가장 먼 마라투아 섬은 1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거리가 멀기 때문에 다이빙은 데이트립 형태로 진행되며 아침 8시에 리조트에서 출발해 총 3회 다이빙을 하고 리조트로 돌아온다. 리조트로 돌아오면 오후 4~5시 정도가 되는데 이후로는 제티에서 다이빙이나 스노클링을 즐기거나 야간 다이빙을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상갈라키, 카카반, 마라투아에서 다이빙을 하고 마지막 날 데라완 섬 대신 상갈라키 섬에서 한번 더 다이빙을 했다.
상갈라키 섬 Sangalaki Island데라완 섬에서 약 1시간 거리의 상갈라키 섬은 완만한 경사의 산호초에 둘러싸인 작은 섬이다. 최대 수심 17m로 다른 지역에 비해 수심이 낮아 체크다이빙을 위해 첫째 날 상갈라키 섬을 향했다. 플랑크톤이 풍부하여 만타가 자주 나타나는 곳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4월에 이 곳을 방문했던 지인들에게서 십여 마리의 만타와 다이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가이드가 최근 들어 만타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어 기대 반, 걱정 반인 마음이었다.
만타 런 Manta Run, 만타 퍼레이드 Manta Parade, 만타 에비뉴 Manta Avenue의 세 포인트에서 다이빙을 했으며 세 곳 모두 10~17m 수심의 넓은 모래 밭에 산호초가 곳곳에 발달한 비슷한 포인트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모두 만타가 자주 나오는 포인트들이라고 했지만 첫 다이빙이었던 만타 에비뉴에서만 2마리의 만타를 만났을 뿐이었다. 만타를 많이 만나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포인트 자체가 매우 아름다워 그 아쉬움을 달래줬다. 세 곳 중 특히 만타 에비뉴가 아름다웠는데 군데 군데 자리잡은 산호초 군락에는 각종 물고기들이 모여들어 하나의 예쁜 정원을 이루었다. 마치 여러 개의 작은 수족관들이 바다에 자리한 느낌이었다.
만타, 스노클링다이빙 중에 만타를 제대로 만나지 못한 아쉬움은 마지막 날 스노클링으로 충분히 만회되었다. 첫 다이빙을 마치고 이동을 하는데 가이드들이 부산스럽게 한 곳을 가리키며 "만타!"라고 외쳤다. 제일 먼저 마스크, 스노클과 핀을 챙겨 입수를 했더니 눈 앞에서 커다란 만타와 작은 만타가 수면을 향해 날아오르며 크로스를 했다. 별 기대 없이 카메라도 없이 몸만 들어왔는데 이럴 수가! 바로 배로 돌아가 스태프들에게 "Camera!! My Camera!!"라고 외쳐 카메라를 건네 받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런 부산함 속에 작은 한 마리가 사라지고 커다란 한 마리만 남아 여러 차례 주변을 맴돌았다. 곧 다른 멤버들도 하나 둘 물속으로 들어왔고 만타를 향한 열렬한 경주가 시작되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갈 듯 도망가지 않고 다이버들을 희롱하듯 다가왔다 멀어졌다 수면으로 올라왔다 내려갔다 하는 만타 한 마리에 모두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커다란 만타와 한참을 놀고 나니 작은 만타가 다가왔다. 이 만타는 고맙게도 모두에게 골고루 한 두 차례는 코 앞까지 다가오는 자비를 베풀어주었으며 모두가 지쳐 떨어질 때까지 오래도록 함께 놀아주었다. 다이빙을 할 때 이렇게 만타를 쫓으면 수심 변화와 공기 사용에 주의를 해야 하고 무엇보다 만타를 쫓아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한 소리를 들을 각오를 해야 하기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스노클링을 하면서는 수심에 대한 걱정도 없이 공기량에 대한 걱정도 없이 편하게 모두 만타를 따라다니며 즐겁게 스노클링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 누구의 말처럼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비되는 순간이었다.
스노클링으로 만난 만타
산호와 작은 물고기들이 아름다운 정원을 이루는 상갈라키섬의 만타 에비뉴포인트
새끼 바다거북을 만나다상갈라키 섬은 또한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섬으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바다거북이 알을 낳기 위해 상갈라키 섬의 해변으로 오른다. 상갈라키 섬에서는 바다거북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알을 수거하여 부화시킨 후 부화된 날 밤에 바다로 돌려보낸다고 한다. 다이빙 중간에 상갈라키 섬에 상륙하여 새끼 바다거북을 직접 만나 볼 수 있었다. 손바닥 반도 안 되는 작은 크기의 바다거북 새끼들은 나무 상자로 둘러진 모래 바닥에서 쿨쿨 낮잠을 자고 있었다. 몇 몇은 깨어나서 팔다리를 버둥버둥 휘저으며 돌아다니다가 이내 다시 잠들기도 했고 나무 상자를 벗어나 바다로 내달리려는 개구쟁이도 있었다. 꼬물꼬물 움직이는 새끼 바다거북의 모습은 바다 속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바다거북들과는 차원이 다른 귀여움이었다. 부디 잡아 먹히지 않고 무럭무럭 건강히 자라길!
상갈라키섬의 귀여운 아기 거북이
상갈라키 섬의 얕은 바다는 투명한 물빛과 파란 하늘, 초록 나무의 무성함이 어우러진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다. 만타와 함께한 스노클링, 귀여운 새끼 바다거북의 모습까지. 작은 섬 안에 다양한 즐거움이 가득했다.
카카반 섬 Kakaban Island젤리피시 레이크섬의 중앙에 커다란 호수가 있고 그 주변은 열대우림이 빽빽히 들어차 있다. 카카반 섬 중앙의 호수에는 독이 없는 젤리피시가 살고 있다. 바다가 호수로 변해 생긴 호수에서 천적이 없어진 젤리피시는 독이 점차 퇴화되어 지금의 독이 없는 형태로 바뀌었다고 한다.
카카반 섬에서 산길을 약 5분 정도 오르면 젤리피시 레이크에 다다른다. 입장료는 단돈 20,000IDR로 우리 돈으로 약 1,700원 정도로 무척 저렴하다. 이곳에서는 스노클링을 할 때는 핀을 사용할 수 없다. 핀에 차여 해파리가 찢어질 수도 있으니 해파리를 보호하기 위해 분명 좋은 규정이지만 핀 없이 하는 스노클링은 역시나 힘이 들었다. 다이빙 보트에 있는 구명 튜브를 가져가 수면에서 쉴 때 유용하게 사용했다. 팔라우의 젤리피시 레이크와 비슷하지만 이곳에는 총 네 종류의 젤리피시가 살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젤리피시 레이크의 연한 황토색 해파리 외에도 보름달물 해파리와 유사한 모양이지만 더 얇고 투명한 종류를 두 가지 더 볼 수 있었다. 입구에서 먼 곳으로 더 나아가면 젤리피시가 더 많이 모여있다고 하지만 핀 없이 카메라를 들고 먼 곳까지 향하기엔 힘이 부쳤다. 가까운 곳에서 뾱뾱 움직이는 귀여운 해파리들을 관찰하며 사진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바라쿠다 포인트30m 수심까지 경사가 급한 언덕지형이고 그 아래로는 절벽이 이어진다. 절벽 아래로 깊은 수심과 외해 쪽으로 바라쿠다, 트레발리, 참치 종류를 볼 수 있고 규모는 작지만 바라쿠다 무리도 만날 수 있다. 운 좋게도 크기가 3m는 족히 되어 보이는 커다란 레오파드 샤크를 만나기도 했다. 포인트 전체에 걸쳐 산호가 잘 발달되어 있다. 커다란 항아리 해면과 부채 산호와 넓게 펼쳐진 테이블 산호, 뿔산호, 연산호 등 다양한 종류의 산호를 만날 수 있고 각각의 산호의 모습이 무척이나 힘차고 건강했다.
바라쿠타 포인트의 테이블 산호
마라투아 섬 Maratua Island데라완 투어의 이유라고나 할까? 필리핀 발리카삭에서 보았던 작은 무리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엄청난 규모의 바라쿠다의 무리. 사진으로만 봐도 입이 딱 벌어지는 장관이었다. 데라완에서의 셋째 날 드디어 바라쿠다를 만나기 위해 마라투아 섬으로 향했다.
14개의 작은 섬이 U자 형태의 모양으로 늘어서 있는 마라투아는 데라완 주변의 섬 중에서도 가장 멀다. 배로 1시간 40분에서 2시간이 소요되는 먼 거리이지만 바라쿠다를 만날 기대감을 안고 마라투아 섬 출신인 가이드 Herdan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덧 배는 마라투아에 도착했다.
Big Fish Country 포인트에서 만난 바라쿠다의 벽첫 다이빙은 Big Fish Country, 일명 Channel 포인트이다. 여기서의 빅 피시는 물론 바라쿠다를 일컫는 말일 것이다. 채널의 양 옆은 상단 수심이 5~6m 정도에 이르는 산호지대이고 채널의 바깥 쪽은 바닥 수심 60m 이상의 절벽이다. 채널의 수심은 25m 정도이고 채널의 안쪽에는 나부코 Nabuca라는 이름의 작은 섬이 솟아있다. 다이빙은 채널을 향해 리프를 오른쪽으로 두고 시작하여 직벽을 따라 이동하며 외해에 바라쿠다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채널 안쪽으로 이동하였는데 채널 안쪽은 안팎으로 오가는 조류로 인해 양배추 모양의 작은 연산호들이 총총히 놓여 있었다. 채널로 들어서니 외해에서 채널 안쪽으로 흐르는 강한 조류가 느껴졌다. 그리고 이윽고 만난 커다란 무리의 바라쿠다 떼! 우리가 기다려왔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수심 25m에서부터 15m 이상의 높이로 끝도 보이지 않게 늘어서 조류를 거스르고 있는 바라쿠다 무리. 조류를 거스르며 바라쿠다를 향해 나아가기도 하고 가까이 갔다가 오히려 그 무리를 다 담을 수 없음에 다시 뒤로 물러나기도 하며 조류와 싸우고 무리의 움직이는 모습에 감탄을 하였다. 40여 분의 다이빙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만큼 멋진 순간이었다. 가까이에서 바라본 바라쿠다 한 마리 한 마리는 은빛 비늘을 반짝이는 위풍당당한 모습이었고 그 무리가 만들어내는 모습은 온 바다와 하늘의 햇빛까지 덮을 것 같았다.
스노클링으로 만난 바라쿠다 토네이도빅 피시 컨트리에서 바라쿠다와 함께 신나는 다이빙을 마치고 올라온 배 위에서 숨을 고르며 쉬는 것도 잠시. 가이드들이 보트 바로 옆에 바라쿠다 무리가 있다며 손짓을 했다. 기다릴 것도 없이 스노클링 장비를 준비하고 카메라를 들고 물속으로 뛰어드니 바라쿠다가 둥그렇게 토네이도를 만들고 있었다. 정조 때가 되어 조류가 없자 바라쿠다가 둥글게 원을 만들며 돌아 토네이도를 만든 것이었다. 일렬로 늘어서 있는 바라쿠다 떼도 멋졌지만 바라쿠다가 만든 토네이도는 더욱 멋졌다. 빈틈 없는 벽을 이룬 채 천천히 돌며 원이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하고 그 안으로 뛰어든 스노쿨러의 움직임에 따라 모양이 조금 일그러뜨리기도 하며 한 마리 한 마리가 살아 움직임과 동시에 무리 전체가 유기적으로 살아 움직였다. 떨어지는 햇살과 함께 바라쿠다 떼는 멋지고 멋진 모습을 보여줬으며 모두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다.
데라완 다이브 롯지 Derawan Dive Lodge우리가 묶었던 데라완 다이브 롯지는 크거나 화려한 리조트가 아니지만 편안하고 조용한 휴식을 취하며 함께한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는 더없이 완벽했다. 디귿자 형태의 리조트에는 10개의 방이 있는데 각각의 방은 나무로 된 방갈로 스타일이다. 방 입구는 조개로 장식을 해놓았고 방 안에는 나무 침대와 장식장, 테이블 등이 간소하지만 조화롭게 갖춰져 있었다. 샤워실은 크고 자연채광이 되어 습하지 않고 쾌적했다. 에어컨과 냉온수가 모두 문제없이 잘 나왔다.
식사는 인원이 많을 때는 뷔페 식으로 제공되었고 우리 팀만 남았을 때는 직접 상에 차려주었다. 그룹별로 테이블 세팅을 해주어 공간을 편안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센스도 보였다. 음식은 닭고기, 쇠고기, 생선, 게, 오징어 등이 다양한 양념으로 맛깔스럽게 조리되어 밥과 함께 나왔다. 음식은 전반적으로 모두의 입맛에 두루 잘 맞아 음식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필요치 않을 것으로 보였다.
고운 모래 해변에 지어진 리조트는 모래의 감촉을 느끼며 맨발로 걸어 다니기 좋았고 건물마다 입구에 발을 씻을 수 있는 물 웅덩이가 있었다. 리조트 안에는 고양이 여러 마리가 돌아다니며 손님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다.
무더운 밤에는 리조트 방 안에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있는 것도 좋지만 제티 위로 나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이 더욱 낭만 가득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었다. 다이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보고, 매일 밤하늘을 웃음으로 물들이며 데라완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타식 다이버스 Tasik Divers4명의 가이드가 있으며 모두가 유쾌하고 즐거운 다이빙을 이끈다. 가이드 1명 당 최대 4명의 다이버를 배정하여 작은 규모의 팀 다이빙을 진행하며 가이드들이 다이버들을 세심하게 챙긴다. 보트 크루들도 친절하고 세심한데 다이빙 전후로 모든 다이버들에게 물과 커피를 챙겨주며 각 다이버의 장비와 카메라를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다. 다이빙 전에 슈트까지 직접 가져다 챙겨줄 정도이다.
다이빙 보트는 큰 것과 작은 것 두 대가 있다. 큰 보트에는 10명의 다이버와 3명의 가이드, 2명의 크루가 함께 타기에 넉넉했다. 배의 중간의 선실은 휴식을 취하고 점식식사를 하는 곳이고 배 위의 넓은 공간도 올라가 잠을 자거나 태닝을 하기에 좋다. 선실 뒷편으로 장비를 보관하고 그 뒤로 탱크를 세워놓는다. 보트 뒤로 가면 화장실이 있고 가이드와 크루들이 쉬는 공간이다. 보트는 폭이 좁은 대신 긴 형태인데 공간이 잘 나뉘어 있어 오랜 시간 배에 머물러도 불편하지 않다.
마치며...데라완. 분명 먼 곳이었고 오가는데 많은 시간과 경비가 들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바다를 만났고 장엄한 광경을 마주했으며 조용한 리조트에서 함께한 사람들과 오롯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여행을 꿈꾼다면, 자연 외에는 다른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환경을 바란다면 인도네시아 데라완에 가보자. 수만 마리의 바라쿠다, 다이버들과 놀아주는 만타, 새로운 삶을 개척해나갈 새끼 바다거북까지. 분명 색다른 경험으로 기대를 충족시킬 것이다.
글,사진/ 김 현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