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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보석, 코주멜 다이빙
Scuba Diving at COZUMEl

시야 100m, 쇼킹할 정도로 투명하다 못해 눈이 시리도록 새파란 물색을 배경으로 노랑, 보라, 주황 등 형형색색의 스폰지와 자이언트 물고기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다. 아무데나 카메라를 들이대고 셔터를 눌러도 화려하게 디자인된 수중 벽지를 보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하는 것이 코주멜(Cozumel)의 매력이다. 5개월 전 기술 부족으로 아름다워야 할 사진들을 시커멓게 도배해 놓고 아쉬움만 남긴 채 떠났던 곳인지라 이번에는 꼭 성공하리라는 기대감을 잔뜩 안고 필자는 비행기에 올랐다.


멕시코 코주멜 섬
코주멜(Cozumel)은 멕시코 동쪽의 유카탄 반도에 위치한 캐리비언의 고급 휴양지 칸쿤(Cancun)에서 남쪽으로 90km 그리고 육지에서는 10km 떨어진 다이빙으로 유명한 섬이다. 길이 48km, 너비 16km의 평평한 지형이며, 인구는 7만 7천명이다. 코주멜에서 시작한 산호초 지대는 남쪽으로는 벨리즈, 콰테말라, 혼두라스까지 934km 길이에 달해 호주 GBR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호 구역이다. 드리프트 다이빙으로 유명한 코주멜은 항상 조류가 있어 청명한 물색을 선사하며 18년 전부터 어획이 금지된 자연공원으로 보호를 받아 쉽게 대형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다. 12월~5월은 건기이고, 나머지 기간은 우기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8월~11월에는 허리케인을 만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칸쿤이 고급스런 호텔과 리조트를 뽐내며 화려한 술 문화와 밤 문화로 시끌벅쩍 한데 비해, 코주멜은 소박한 녹색 정글 지대로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원하는 매니아들로 가득 차있다.


코주멜로 가려면
뉴욕에서 코주멜까지 직항 편은 없다. 아틀란타나 마이애미를 거쳐가면 7시간 이상 걸리고, 뉴욕에서 직항으로 4시간 거리에 있는 칸쿤까지 가서 멕시코 국내선으로 갈아타서 코주멜에 도착할 수도 있다. 칸쿤에 도착해서 90km 떨어진 플라야 델 카르맨(Playa del Carmen)까지 셔틀 버스로 이동을 한 뒤, 매 시간 있는 스피드 보트($13.50)를 35분 타고 가는 방법도 있으나 큰 가격 차이가 없어 필자는 아틀란타를 거쳐서 국제선으로 코주멜로 갔다. 한국에서 오는 분들은 미국의 델라스나 휴스톤 등에서 코주멜까지 직항이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면 되지만 기왕에 시노떼 다이빙까지 하려면 칸쿤을 거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코주멜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면 보통 12인승 셔틀 버스를 이용하여 호텔까지 이동한다. 일반 택시는 공항 영업이 통제되는 지라 셔틀버스는 목적지인 호텔까지 가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일 것이다(요금 $11.40).

붉은 히비스쿠스와 선스케이프리조트

크루즈 선박의 기항지
공항을 떠나 남서쪽 해안을 따라 10여 분을 달리니 크루즈 터미널이 나왔다. 코주멜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출발하는 대형 크루즈 선박의 서쪽 캐리비언 노선에 있다. 아침에 크루즈 선박이 도착하여 수천 명의 사람들을 토해 놓으면 어떤 이는 다이빙이나 워터 스포츠를 하러 가고, 또 어떤 이는 터미널 앞에 즐비한 쇼핑몰에서 각종 명품이나 로컬 크래프트 물품들을 구입하느라 장시간을 보낸다. 시골처럼 한적한 이 섬에 크루즈 배가 도착하는 날에는 온 동네가 시끌벅적 하다가 오후에 이들이 떠나가고 나면 다시 조용한 섬으로 되돌아온다. 크루즈 회사는 고객 전용의 워터 파크를 해변가에 소유하고 있었다. 크루즈 고객들의 하루 물놀이를 위해 폐쇄된 공간에 대형 고무튜브로 만든 미끄럼틀, 수상 스포츠 놀이기구, 식당, 야외 바비큐 시설을 해놓고 손님들을 반기고 있었다. 터미널을 지나 다시 남쪽으로 10여 분을 더 내려가니 우리가 8일간 머물 선스케이프 리조트(Sunscape Resort)가 나왔다. 체크인 한 뒤 늦은 점심을 먹고 해변에 위치한 다이빙 숍 다이브 팔란카(Dive Palancar)를 찾아갔다.



첫날부터 야간 다이빙
한시라도 빨리 물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에 야간 다이빙을 예약했다. 어둑해질 무렵 입수한 곳은 리조트에서 배로 10분 거리인 Cedral Paso로 군집된 코랄 사이로 군데군데 모래 사장이 있었다. 최대 수심 18m로 비교적 얕았고 조류가 약간 있었다. 깜깜한 밤이라 서로 멀어지지 않으려고 랜턴 빛에 의지하며 조류를 따라 흘러가고 있는데 갑자기 40~50cm 정도 되는 둥그스름한 그레이 엔젤피씨 한 쌍이 팔랑거리며 내 앞에 나타나 포즈를 취해 줬다.

야간에 만난 그레이엔젤 피쉬

조류를 피해 산호초 바위 밑에 몸을 숨기며 휴식하던 1.5m쯤 되는 대형 바다거북은 바위 속에 머리를 처박고 돌아 누워 있다가 우리가 귀찮은지 그 큰 등치로 우리를 밀치며 어둠 속으로 날아가 버렸다. 다른 바위 밑에서는 랍스터와 게가 집게 발을 곤두세우며 우릴 경계하고 있었고, 바위 위로는 옐로우 스내퍼 떼가 조류가 약한 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바다거북
랍스터와 게

야간 다이빙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가니 9시경이었다. 비행기 여행과 야간 다이빙에 피곤하기도 했지만 다음 날 일찍 다이빙을 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가장 간단하고 빨리 먹을 수 있는 풀사이드 그릴 레스토랑을 찾았다. 맛난 그루퍼 버터 구이에 와인을 한잔하며 17세 소년소녀의 불 쇼도 구경하니 천국에 있는 기분이었다.

산호의 20%를 파괴하는 주범은 수중사진가?
다음 날 배를 타자 낯설지 않은 문구가 눈에 띄었다. “수중사진을 찍는다고 당신에게 그 어떤 권리도 주어지지 않는다. 수중사진가를 주시하라. 산호의 20%를 파괴하는 주범이다.”라는 경고였다.

돌진해오는 랍스터
항아리 해면과 관해면드리 바다의 색을 더해주고 있다

8명을 태운 배는 섬의 남서쪽에 있는 Palancar Garden으로 향했다. 물 속에 입수하자 커다란 잭피쉬 20여 마리가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5~10m 깊이로 물속에 파인 터널과 캐이브 사이를 들락거리며 은은히 들어오는 햇빛 사이로 수줍은 듯 고개를 내미는 화려한 색의 해면과 산호들을 보고 있자니 좁고 깊은 협곡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신비감 마저 느끼게 해준다. 협곡을 빠져 나와 약한 조류에 몸을 맡기니 눈 앞에 펼쳐진 샛노란 해면과 짙은 파랑의 Cherub 피쉬 떼들이 대조를 이루며 눈을 즐겁게 해준다.
두 번째는 간밤에 다녀온 Cedral Paso로 다시 갔다. 파란 물 속으로 뛰어드니 한쪽에 퀸 트리거 피쉬와 노란색의 Whitespotted filefish, 또 다른 쪽에는 1.5m는 될법한 바라쿠다가 유유히 놀고 있었다. 앞서 가던 다이버들이 뭔가를 손으로 가리키길래 봤더니 랍스터 한 마리가 놀랍게도 내 카메라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바위 밑에서는 코주멜에서만 볼 수 있다는 토드 피쉬가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있었다. 저런 순진한 얼굴이지만 몸은 쇼킹하게도 샛노란 지느러미를 가진 괴물처럼 생긴 몸집이었다.


점심 후 입수한 곳은 조류가 꽤 쎈 Casablanca였다. 시야가 100m나 뻥 뚫린 평원처럼 평평한 지역에 조류를 따라 빠르게 흘러가며 눈 앞에 등장하는 피사체를 셔터로 눌러야 했다. 조류를 거슬러 갈 수 없었기에 각 피사체 당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찬스는 단 한 번뿐이었다. 간밤의 야간 다이빙에서 나를 매료시켰던 그레이 엔젤피쉬가 대낮 광선에 팔랑거리며 춤추고 지나갔다.

술과 함께 하루를 보내기도
하루는 불행하게도 바람이 세게 불어 항구에서 배가 뜨는 것을 금지시켜 버렸다. 파도는 그리 높은 것이 아니었건만 대부분의 배가 작은 레크리에이션 용이므로 시속 20마일의 바람에도 안전을 위하여 정책적으로 운항을 금지시켜버린 것이다. 다이버가 물에 못 들어가니 막상 할 일이 없다는 무력감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리조트가 all inclusive라서 삼시 세끼에 음료와 술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부담 없이 술을 풀 수 있었던 것이다. 식당 4개, bar 3개가 있어 입맛에 따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피나콜라다, 모히또, 마가리타, 다이키리 등으로 무료함을 달랬다. 저녁에는 바람이 잦아 들며 예쁜 노을과 바에 놓여 있는 와인 잔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노을 사진도 찍었다.



다시 하루에 4번씩 다이빙
Santa Rosa Wall은 수심 10~30m에 쎈 조류가 특징이나 깍아지른 듯한 절벽 밑에 터널과 캐이브가 숭숭 뚫려 있어 조류를 막아주기도 한다. 일단 입수하자 마자 바위 밑으로 숨으니 바로 앞에서 너스 상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터널과 캐이브에서 10여분을 놀다 밖으로 나오니 평평한 모래지역이 나오며 대형 그루퍼가 눈에 보였다. 열심히 고프로로 동영상을 찍는 다이버를 배경으로 찰칵 한 장, 맘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점심을 먹은 뒤에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빗물에 몸이 젖는 게 싫으면 빨리 물밑으로 내려 가라는 가이드의 농담을 뒤로 하고 입수한 곳은 또 다시 Palancar Garden, 잭피쉬 30여 마리가 수면 가까이 떠 있었다. 캐이브와 터널을 따라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 밖으로 나오니 큰 바다거북이 반겨주었고, 또 다른 터널로 진입하니 상어 한 마리가 있었다.





Cedral Paso에서는 그간 8번의 다이빙 중 절반인 4번을 했기에 지형을 다 외울 것 같았다. 그러나 80살 가까이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 다이버가 같이 있는 지라 좀 얕고, 조류가 약한 이 곳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의외로 여태까지 본 그루퍼 중 가장 색깔이 예쁜 것을 만났다. 40~50cm 정도로 그다지 커지는 않았지만 선명히 대조되는 블랙&화이트 무늬에 입안은 새빨갛다.

협곡이 있는 다이빙
Palanca Horseshoe는 수심 9~30m에 말발굽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좁고 깊은 협곡 안으로 어깨를 좁혀 들어가면 고르고니언 씨팬들이 뻗어 있는데 다이버들에겐 중성부력이 특별히 요구되는 곳이기도 하다. 일단 30m 가까이 내려가서 위를 향해 전진하다 이 구멍 저 구멍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데 어느새 40분이 지나갔다.


말미잘 속의 공생새우

Santa Rosa Shallows는 15m 정도 얕은 수심의 구릉지대 사이로 상쾌한 조류에 몸을 맞기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호기심이 많은 whitespotted filefish 두 마리가 랜턴 빛을 따라 그 주위를 맴돌며 노랑색 레이스 같은 지느러미로 한참을 춤추다가 갔다. 코주멜에서는 30~40cm 이상의 퀸엔젤피쉬를 자주 목격할 수 있었는데 파란 물을 배경으로 유유히 노니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주 호사스러운 대접을 sca는 최대 수심 20m의 모래와 바위가 적당히 섞인 완만한 경사 지역으로 바위 구멍 밑에는 랍스터 5마리가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었고, 그레이 엔젤피쉬 보다 조금 작지만 색이 진한 사촌인 프렌치엔젤피쉬, 그루퍼, 패롯피쉬 등이 많이 있었다. 경사진 모래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무언가 열심히 후비는 상어를 보고 쫓아갔더니 귀찮은 듯 떠나가 버리고 다시 돌아와 바위 밑을 쳐다보니 또 다른 상어가 얼굴을 빼꼼 내다 본다. .

무리지어 다니는 블루탱

스페셜 트립 다이빙
하루는 1인당 15불의 스페셜 트립 비용을 내고 남쪽 등대가 있는 Sacramento로 갔다. 최대 수심 33m와 그 밑의 월. 예상치 못한 조류가 흐르기에 어드밴스드 다이버 이상만 로컬 가이드와 함께 동행해서 갈 수 있는 곳이다. 재수가 좋으면 헴머헤드 상어도 볼 수 있다 했으나 그런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많은 풀들과 연보라 색 줄기가 빛나는 캐리비언 씨팬들로 무성했으며, 커다란 점박이 이글레이가 춤을 추며 날아갔으나 불행하게도 감압에 걸리지 않으려고 위에 떠 있을 때라 접근할 수가 없었다.
내가 가장 좋아한 San Francisco는 파란 맑은 물에 유난히 색이 진한 작은 해면들과 항아리 산호들로 가득한 Wall이었다. 30m 이상 내려가지 말라는 주의를 받고 입수했는데 Wall 밑으로는 수백 마리의 검푸른 캡틴피쉬가 떼로 몰려다녔고, Wall 위의 모래가 있는 평지에는 큰 물고기와 거북들이 놀고 있었다.

그래이트 바라쿠다

Sacramento는 평평한 모래지역에 군데군데 구릉들이 있으며 그 밑에 여러 가지 작은 생물들이 모여있었다. 아네모네 위의 새우, 스파이더 크랩, 이끼로 온 몸이 덮인 늙은 게, 스콜피언 피쉬, 모레이 일, 토드피쉬까지 다양했다. 특히 대충 셔터를 눌러버린 토드피쉬는 밖에 나와서 보니 그 옆에 크리스마스 트리, 스파이더크랩, 클리닝 새우까지 끼어있는 4종 선물세트였다.

에필로그
마지막 다이빙은 수심은 얕지만 조류가 쎈Sacramento를 선택했다. 해면과 작은 치어들이 현란했고 갑자기 나타난 백여 마리 검푸른 캡틴 피쉬가 눈을 즐겁게 해줬다. 바위 밑 구멍 앞에 Queen Conch 껍데기가 있으면 그 뒤에는 문어가 숨어있다. 조류가 심한 곳이라 뒤 따라 오는 일행들이 안보이자 가이드가 바위 밑에 몸을 피해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라 지시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수분간 사진만 찍다 보니 엑스트라 감압시간이 걸렸지만 이것이 마지막 다이빙인지라 상관 않고 끝까지 버티다가 도합 10분이나 감압한 뒤 아쉬움을 뒤로 한 체 맨 끝으로 유유히 배에 올라왔다. 총 18번의 다이빙을 했지만 코주멜의 유명 사이트는 반도 못 가봐서 아쉬움이 남는다.


코주멜의 가장 큰 매력은 짧은 거리에서 다양한 색깔의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남서쪽의 Palancar 쪽은 커다란 석회암 지형으로 물에 잘 녹는 성질 때문에 형성된 깊은 계곡과 동굴들로 컴컴한 미로를 굽이굽이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었고, 중서쪽 리조트 근처는 Wall 다이빙으로 컬러풀한 스폰지와 항아리 산호들이 화려한 조화를 이루었으며, 크고 작은 물고기 떼가 어울려 아무데나 셔터를 눌러도 작품사진들이 나올 것 같았다. 어떤 곳을 가면 평평한 지형이고, 어떤 곳에는 수심 얕은 모래와 작은 구릉이 있어 랍스터와 게가 우글우글 하다. 비교적 잔잔한 곳도 있으나 남북으로 항상 흐르는 조류는 심할 때는 감히 저항할 수 없어 그냥 몸을 맡기고 날아다니는 곡예 다이빙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야말로 입맛대로 골라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코주멜이다.

라미정숙 피에르
뉴저지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