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백 박사의 물고기의 사랑이야기-열네번째 나폴레옹피쉬의 사랑 열네 번째 사랑구경의 대상은 나폴레옹피쉬(Cheilinus undulatus)입니다. 나폴레옹피쉬는 농어목 놀래기과에 속하는 어류 중에서 가장 큰 종에 속하는데, 몸길이가 2.29 m, 몸무게가 190.5 kg에 달하는 것이 잡힌 기록이 있습니다. 나폴레옹피쉬는 놀래기과 어류 중에서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산호초에 서식하는 경골어류 중에서도 가장 큰 물고기 중의 하나입니다.
영어로는 보통
Napoleonfish, Humphead wrasse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메가네모치노우오(メガネモチノウオ)라고 부릅니다. 성숙한 수컷의 머리가 튀어나온 것이 특징으로 ‘Humphead’ 란 이름이 생겼고, 이것이 나폴레옹의 모자같다고 하여 나폴레옹피쉬란 영어이름이 유래되었습니다. 나폴레옹피쉬는 홍해에서 열대와 아열대의 인도양, 태평양에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류큐열도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 아주 고급요리의 재료로 유명한데, 특히 중국에서는 축하연에 빠져서는 안되는 요리로 인식되어 비싼 값에 거래됩니다. 그래서 최근에 어획강도가 강해지고, 그 결과로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되어 어획과 거래가 금지되었습니다. 최근의 보고에 의하면, 보호의 결과로 팔라우에서 나폴레옹피쉬의 개체수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성 전환한 숫컷은 머리가 튀어 나와있고 파란색과 녹색을 띈다 (사진: 김현덕)
나폴레옹피쉬의 산란무리 형성과 산란에 대한 관찰보고는 거의 없으나, 말레이시아의 라양라양 환초에서 한 무리의 나폴레옹피쉬가 산란한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그 나폴레옹피쉬의 무리는 작은 환초의 서쪽 끝으로 이동하여 고조(high tide)의 2시간 후 산란하였습니다. 또한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 리프에서 나폴레옹피쉬의 산란과 사회행동을 비디오로 촬영하였습니다. 뉴칼레도니아에서 12월부터 3월과 4월에 걸쳐 나폴레옹피쉬의 산란무리 형성이 이루어진다는 관찰보고가 있었습니다. 암컷이 먼저 성숙하여 산란을 거친 후 수컷으로 성전환하는 자성선숙형이라는 보고도 있고(수컷은 모두 2차수컷), 1차수컷과 2차수컷이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암컷은 5살 정도면 성숙하는데 이 때의 몸길이는 35 ~ 50 cm 정도입니다. 9살이 되면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전환이 일어나고, 수컷으로 성전환한 후 매우 빠르게 성장합니다. 성전환하지 않고 암컷으로 남아 있는 것은 수컷에 비해 성장이 느립니다. 나폴레옹피쉬는 대략 150 cm까지 자라고, 수명은 대체로 25년 정도입니다. 그러나 체장 100 cm 정도의 30살 짜리 암컷이 관찰된 사실도 있습니다. 나폴레옹피쉬는 낮에 활동하고 밤에는 산호초의 크레바스 같은 은신처에서 잠을 잡니다.
암컷은 수컷보다 덩치가 작고 올리브색을 띈다(사진: 김 현덕)
대부분의 나폴레옹피쉬는 자신의 세력권을 가지고 있으며, 그 안에서 주로 활동합니다. 그러나 산란무리 형성은 자신이 주로 활동하는 세력권이 아닌 산호초 바깥 지역의 밀물과 썰물이 밀려들어오고 나가는 조류의 흐름이 센 곳에서 이루어집니다. 팔라우에서 관찰된 나폴레옹피쉬의 산란무리 형성과 산란행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산란지에는 나폴레옹피쉬의 암컷과 수컷이 5개의 작은 무리를 형성합니다. 각각의 작은 무리는 1 ~ 2 마리의 수컷과 다수의 암컷으로 이루어집니다. 나폴레옹피쉬는 산란하는 동안 각각의 작은 무리에서 머무르는 것이 보통이나 다른 무리로 자유롭게 이동하기도 합니다. 각각의 작은 무리에서는 1 마리의 큰 수컷이 산란을 주도하고, 작은 수컷은 6 ~ 9 m 정도 떨어져 가만히 있으면서 자신의 정자를 뿌릴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주도적인 수컷은 여러 번 정자를 방출하는데, 평균 산란행동시간은 46 ± 15 분이었고 가장 오래 걸린 산란행동시간은 87분이었습니다. 산란지역에서 암컷과 수컷의 비는 6:1에서 10:1 정도였습니다. 가장 일찍 관찰된 산란행동은 오전 9시 15분이었는데, 이 날의 일출은 오전 6시였고 고조는 오전 7시 13분이었습니다. 가장 늦게 관찰된 산란행동은 오후 5시로 일몰 1시간 전이었습니다.
팔라우의 블루코너에서 다이버의 뒷편에서 놀고 있는 숫컷 나폴레옹 피쉬
수컷의 산란행동은 평소의 유영행동과 뚜렷이 구분됩니다. 뒷지느러미를 쫙 펴서 뒤를 향해 뻗고, 가슴지느러미는 밑으로 늘어뜨려 지느러미 2개의 끝부분이 몸 아래에서 가위처럼 교차됩니다. 머리는 약간 위로 향하며 등지느러미는 몸에 붙여 접힌 상태로 있습니다. 뺨은 약간 파란 빛을 띠며 머리의 무늬는 옅어집니다. 이런 자세를 유지한 채 수컷은 바닥에서 몇 m 위를 (그러나 수면 가까이는 아닌) 가위처럼 교차한 가슴지느러미가 암컷에게 잘 보이도록 하면서 헤엄칩니다. 암컷이 접근하면 산호초의 위로 높이 올라가서 암컷과 함께 방란, 방정을 합니다. 몸이 큰 수컷이 다른 수컷보다 더 높이 헤엄치는 경향이 있으며, 작은 수컷이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 공격적인 태도로 그 수컷을 쫓아냅니다. 암컷이 산란할 준비가 되면 바닥에서 약간 위로 올라가서 수층에 머무르며 수컷을 기다립니다. 수컷이 선택한 암컷 쪽으로 헤엄쳐 가면 암컷과 수컷이 수면 쪽으로 산란점프를 하고, 정점에 도달하면 바닥 쪽으로 몸을 둥글게 구부리면서 방란, 방정을 합니다. 한차례의 방란, 방정이 끝나면 암컷과 수컷은 헤어집니다. 수컷은 다시 다른 암컷을 찾아가 산란행동을 되풀이하고, 암컷은 바닥으로 내려간 후 헤엄쳐서 산란지를 벗어납니다. 한번 방란한 암컷이 그날 다시 방란하는 것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나폴레옹피쉬와 블루핀
나폴레옹피쉬에 대한 관찰보고가 적어 아직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현재 멸종위기종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국제적인 연구가 진행 중인데, 다이버들의 관찰보고도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 나폴레옹피쉬를 만났을 때 주의깊게 관찰하여 나폴레옹피쉬 보호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임주백
해양생물학 박사
어류행동생태학 전공
(주) 제주오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