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서 다이빙하기Dive into East Sea.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라 다양한 환경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기에는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 동해는 접근성과 시야 그리고 아름다운 해양환경으로 다이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온대바다로 수온의 변화가 5℃~20℃까지 심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보온성을 가진 드라이슈트와 세미드라이슈트의 도움으로 점차 동해바다를 찾는 다이버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국내 다이빙 산업의 성장에 큰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해외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는 다이버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다시 다이빙을 할 때도 열대 바다를 찾게 되지만 일년에 한두 번 다니는 해외투어로는 다이빙에 대한 갈증을 채울 수 없기에 주말을 이용해 다녀올 수 있는 동해바다를 찾게 된다. 그런데 해외에서 처음 다이빙을 시작한 다이버들이 동해바다 다이빙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열대바다에 비해 차가운 수온과 흐린 시야가 이들의 의지를 꺾어 놓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해 바다의 환경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하고, 대비를 한 상태에서 도전을 하게 된다면 분명 열대바다와는 또 다른 환상적인 다이빙을 경험하며 동해바다에 매료될 것이다.
부채뿔산호와 섬유세닐말미잘이 있는 동해 생태계동해바다의 해양생태계는 10m 이내의 얕은 수심에서는 잘피류와 파래, 모자반, 미역과 다시마 등의 해조류들이 군락을 이루고, 20m 수심으로 내려가면 부채뿔산호와 히드라산호붙이 등의 산호충류들이 군집을 이루고 구멍쇠미역 등의 해조류들이 번성한다. 30m 내외로 더 깊이 내려가면 섬유세닐말미잘과 비단멍게 등의 부착생물들이 군집을 이룬다.
수심에 따라 이렇게 우점하는 부착생물들이 달라지면서 경치가 바뀌게 되고, 여기에 인상어와 자리좀 등이 얕은 수심에서 무리를 이루고 조금 깊어지면 불볼락, 탁자볼락, 조피볼락 등의 볼락들이 무리를 짖고, 동해의 제왕 대왕문어들이 가끔 멋진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가끔씩 번성하는 보름달물해파리, 노무라잎깃해파리, 무희나선꼬리해파리 등도 동해바다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손님들이다. 계절적으로 겨울철에는 정착성 어종인 쥐노래미와 심퉁이가 산란기를 맞아 암초나 어초를 지키고 있고, 깊은 수심에서 올라와서 산란을 하는 도루묵과 까나리 등도 만날 수 있다. 정말 운이 좋은 경우에는 개복치나 돌고래, 바다사자 등을 만나기도 한다.
테크니컬 다이빙까지동해바다는 레크리에이션 다이버는 물론 테크니컬 다이버들에게도 좋은 훈련장이 된다. 오픈워터 다이빙 교육을 위한 수심이 얕은 비치 포인트와 가까운 바위섬 포인트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수심 20m 내외에 화려한 부착생물들이 번성한 암반, 인공어초, 난파선 등이 있다. 테크니컬 다이버들에게는 수심 30m 이상의 깊은 곳에 있는 암반과 인공어초 그리고 아직 사람들의 손길이 닫지 않은 난파선 등이 숨어 있다.
난파선 다이빙
재호흡기 테크니컬 다이버
딥다이빙
테크니컬 다이빙
게다가 수심 40m를 넘어서는 깊은 수심은 다이버들이 거의 찾은 적이 없는 처녀지들이 대부분이다. 국내의 테크니컬 다이빙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곳을 들어가도 새로운 포인트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동해 다이빙은 레크리에이션 다이버는 물론 테크니컬 다이버들에게도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수온이 낮고, 시야가 열대바다보다 못하지만 동해바다에서 다이버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은 어쩌면 열대바다에 못지 않게 많을 것이다.
보름달물해파리가 번성하여 바다를 뒤덮고 있는 신기한 현상도 만날 수 있다 사진/ 박 정권
동해에 영향을 미치는 해류동해에서 다이빙을 하고자 한다면 해류에 대해서도 좀 알아야 한다. 해류는 수온과 투명도 등 비슷한 성질을 가진 물덩어리(수괴)가 움직이는 것이다 동해(East Sea)는 한국, 일본, 러시아로 둘러싸여 있는 반 폐쇄성 해역으로 동중국해에서 남해로 올라온 고온고염에 투명한 대마난류(쿠로시오 해류의 지류)가 대한해협을 통해 동해로 유입된다. 대마난류가 갈라져서 우리나라 동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흐르는 흐름을 동한난류(East Korea Warm Current)라고 하는데 북위 37°~38° 부근까지 투명하고 따뜻한 바닷물을 공급한다. 이 동한난류는 봄, 여름에 비해서 가을철에 위력이 강하여 가장 북쪽으로 흐른다. 가을철 동해안에 수온이 따뜻하고, 시야가 20m 가까이 좋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동해에 영향을 미치는 해류의 흐름(해양 연구원 제공)
울산 앞바다의 용승을 보여주는 해수면의 온도분포(해양 연구원 자료제공)
한편 러시아의 남쪽 해안을 따라서 남서쪽으로 흐르는 차가운 해류가 리만한류이며, 이 연장선에서 북한의 동쪽 연안을 따라 남쪽으로 흐르는 해류가 북한한류(North Korea Cold Current)이다. 이 해류를 구성하는 물은 수온이 5℃로 차갑고, 상대적으로 염분이 적으며, 산소가 풍부하다. 해류의 폭이 좁고, 주로 여름에 강하게 남하한다. 이로 인해 속초와 묵호 연안 해역은 동한난류의 약화와 여름철 북한한류의 발달로 연안에 냉수대가 발달할 수 있다.
동한난류와 북한한류는 북위 38° 부근에서 만나서 극전선을 이루고 동쪽으로 사행하면서 울릉도 인근해약을 지나 쓰가루 해협(Tsugaru Strait)와 소야해협(Soya Strait)을 통해 북서태평양으로 빠져나간다. 봄과 겨울철은 동한난류의 이안으로 극전선대의 수온은 10℃ 내외를 나타내며, 여름철과 가을철의 극전선대의 수온은 20℃로 10℃ 이상의 큰 수온 차이를 보인다. 특히 봄과 겨울철에 동한난류가 여름과 가을에 비해 약하게 나타나며, 봄과 겨울철 표충수온이 4~20℃의 범위인데 비해 여름철과 가을철의 표층수온은 10~28℃ 범위로 나타난다.
또한 울릉도 근처로는 시계방향으로 도는 울릉난수 소용돌이(Ulleung Warm Eddy)가 뚜렷하게 관측된다. 울릉난수 소용돌이는 계절에 관계없이 극전선의 경계에서 울릉도를 중심으로 항시 존재하며 위치는 계절에 따라 위 아래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울릉도와 독도가 제주도와 비슷한 해양생태계를 가지고 사계절 수온이 따뜻하고 시야가 좋은 것은 이 때문이다.
동해안의 수온과 시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중에서 해류가 상당히 중요하지만 실제 우리가 다이빙하는 연안의 경우는 해류 이외에는 지역적인 집중호우로 인한 혼탁한 민물의 유입이나 봄철 수온의 상승으로 인한 플랑크톤의 번성과 해조류 녹음 등으로 시야가 나빠지기도 한다. 특히 남풍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용승현상도 동해안의 수온 하강에 영향을 미친다.
동해안 다이빙에 필요한 장비동해안 다이빙이 열대 다이빙과 가장 큰 차이가 나는 것이 수온과 시야이다. 먼저 수온과 관련해서는 동해 다이빙에서는 계절에 상관없이 드라이슈트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가장 수온이 높은 가을철에 20℃ 이상으로 수온이 올라가기는 하지만 그것도 표층 온도일 뿐이고, 수심 20m 정도만 내려가도 수온은 15℃ 아래로 떨어진다. 물론 이정도 수온이라면 웻슈트를 입고 다이빙을 할 수 있다는 다이버들도 있겠지만 잠깐 정도는 몰라도 연속 다이빙을 하기에는 무리가 된다. 세미드라이슈트나 밀착력이 좋은 프리다이빙용 슈트라고 해도 아주 짧은 시기만 가능하며 전천후 다이빙을 위해서는 드라이슈트가 필수라고 생각해야 한다. 최소 3m의 보온성있는 후드와 장갑도 꼭 필요한 아이템이다.
동해안에서는 시야가 보통 10m 내외는 나오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5m 이하로 시야가 흐려질 때도 있다. 20~30m 정도의 시야에 익숙한 열대 다이버들에게는 수온 다음으로 힘든 것이 흐린 시야일 것이다. 따라서 수심이 깊어지면 빛이 흐려져서 매우 어두운 환경에서 다이빙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야간 다이빙에 사용하는 것 같은 밝은 랜턴을 휴대하는 것이 좋다. 랜턴은 동해안의 화려한 해양생태계에 잃어버린 색깔을 찾아줄 뿐만 아니라 버디와 신호를 할 때에도 유용하다.
그 외 동해안 다이빙에서는 안전 장비로써 SMB와 커팅도구가 꼭 필요하다. 대부분이 보트 다이빙으로 진행되는데 흐린 시야에 조류가 있는 경우에 상승라인을 찾지 못해 흘러버리면 SMB가 없으면 보트에서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망 등의 그물이 많고, 낚시줄 등에 걸릴 우려도 있으므로 커팅도구 또한 필수이다.
내피
Santi FLEX190: 동해안에서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가볍고 따뜻한 내피가 필수이다.
드라이슈트
Santi Lady First: 여성 다이버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산티의 드라이슈트. 여성 다이버들이 동해 다이빙을 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Eezycut trilobite 사용
동해안에서는 라이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동해바다에 익숙해지기따뜻하고, 시야가 좋은 열대바다에서만 다이빙을 하다가 수온도 차고, 시야도 흐린 동해에서 다이빙을 하는 것이 처음에는 무척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강해서 첫 5분이 가장 어려운 상황인데 몸이 낮은 수온에 점차 적응이 되면 다시 괜찮아진다. 다만 평소 열대바다에서 다이빙할 때 보다 몸이 불편하고, 공기소모량이 많아지는데 두꺼운 내피의 드라이슈트나 두꺼운 네오프렌 슈트로 인해 움직임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부력을 보상하기 위해 무거운 웨이트까지 착용하게 되므로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가능한 침착하게 자신의 숨소리에 가만히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잃어버린 감각들이 다시 되돌아 올 것이다.
이렇게 차가운 수온과 약간 흐린 시야에 적응하고 나면 동해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자연 상태의 암반과 인공어초 그리고 난파선 등은 아기자기 하면서도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동해바다에서 다이빙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콤팩트카메라라도 하나 장만해서 수중사진을 촬영해보자.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화려한 사진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적응하다 보면 어느새 동해바다가 열대바다 못지 않은 곳임을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자반 숲
동해안의 인공 어초를 장식하는 섬유세닐 말미잘 군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