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백 물고기의 사랑이야기 16번째호박돔과 혹돔의 사랑
열다섯 번째 사랑구경의 대상은 호박돔(Choerodon azurio)과 혹돔(Semicossyphus reticulatus)입니다.
호박돔 한쌍
호박돔 호박돔은 농어목 놀래기과에 속하는 종으로 학명은 Choerodon azurio 입니다. 같은 속으로 전 세계에 25종 정도가 있으며, 둥근 머리가 특징인 비교적 체구가 큰 놀래기 무리입니다. 서태평양 고유종으로 주로 동아시아의 연안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해안과 제주도 연안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빨이 크고 잘 발달되어 있는 데서 유래한 영어이름은 ‘tuskfish’이고, 일본에서는 이라(イラ)라고 부릅니다. 체장이 45 cm에 달하며, 상업적으로 어획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살이 부드러워 된장을 넣어 졸이거나 냄비요리로 잘 먹습니다. 몸 전체가 분홍색이고, 배 가운데에서 가슴지느러미가 난 곳에 걸쳐 비스듬하게 검은 색 띠가 있습니다. 가슴지느러미 뒤쪽은 색이 엷습니다. 이 종은 다른 놀래기과의 어류와 마찬가지로 몸 크기가 작을 때는 암컷으로 있다가 커지면 수컷으로 성전환 하는 자성선숙형의 자웅동체어입니다. 그래서 바다 속에서 암컷과 수컷은 눈으로 보아 구분이 가능하지요. 수컷이 암컷보다 더 크며, 머리 앞부분의 살이 팽창하여 사각형에 가깝게 보입니다. 수컷은 검은 색 띠가 몸의 측면에 넓게 나있고 가슴지느러미가 빨간색을 띠고 있으나, 암컷은 가슴지느러미가 노란색
을 띠고 있습니다. 보는 위치에 따라 색이 무지개처럼 변하는 파란점이 몸의 뒤쪽에 흩어져 있는데, 암컷보다 수컷에서 더 뚜렷합니다.
호박돔 암컷
호주의 그레이트베리어 리프에서 관찰된 같은 속에 속하는 Choerodon fasciatus의 산란행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종의 산란은 저녁에 관찰되었는데, 산란은 산호초의 가장자리에서 강한 조류가 있는 곳에서 하였습니다. 수심은 9m 정도였고, 수온은 28℃ 였습니다. 짝산란을 하는데, 짝은 산호초의 전면을 따라 같이 약 100 m 정도 천천히 헤엄쳐 옵니다. 같이 헤엄치는 짝은 오버행 리지의 아래나, 크레바스, 구멍 등을 찾기 위해 멈추었다가 헤엄쳤습니다. 수컷이 주로 리드하면서 헤엄쳤으며, 먹이를 먹을 때는 몇 분 동안 짝이 분리되기도 하였습니다. 산호초 전면을 앞뒤로 오가며 움직이다가 산란할 때가 되면, 암컷과 수컷이 수중에 정지한 것처럼 호버링(hovering)을 합니다. 그러다가 바닥의 약 5m 위에서 서로 몸을 거의 붙여서 나란히 원을 그리며 헤엄칩니다. 몇 번의 원을 그리는 유영 후 갑자기 2 m 정도 위로 올라가는 산란점프를 합니다. 산란점프의 정점에서 몸을 아래로 틀면서 우유 빛의 알과 정자를 방출합니다. 그 후 암컷과 수컷은 재빨리 바닥으로 내려가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최근,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 리프에서 호박돔과 같은 속인 blackspot tuskfish가 조개를 먹기 위해 바위에 내려치는 행동이 관찰되고, 이를 촬영하는데 성공하여 ‘도구를 사용하는 물고기’로 주목 받았습니다. 호주 맥쿼리 대학의 생태학자인 컬럼 브라운은, 이 물고기가 실수하지 않고 바위에 정확하게 조개를 치는 것으로 보아 이런 행동이 오랜 경험을 통해 익혀졌을 거라고 하였습니다.
혹돔
혹돔 숫컷
혹돔 암컷
혹돔은 농어목 놀래기과에 속하며 학명은 Semicossyphus reticulatus입니다. 서태평양 고유종으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 연안에 살고 있습니다. 나폴레옹피쉬와 비슷한 형태를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놀래기과 어류입니다. 영어 이름은 수컷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이마 부분에 혹이 튀어나와 Bulgyhead wrasse이며, 일본명 역시 혹과 관련하여 코부다이(コブダイ)입니다. 다 자라면 몸이 붉은 기가 도는 검은색으로 됩니다.
혹돔 유어
어릴 때는 몸 중앙에 흰색 세로줄이 한 줄 뚜렷하게 나 있으며, 가슴지느러미를 제외한 각 지느러미에 큰 검은 반점이 한 개씩 있습니다. 어린 고기와 어른 고기는 몸의 색과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종처럼 보입니다. 양 턱에는 굵고 강한 송곳니가 발달해 소라나 고둥 등도 부수어 먹을 수 있습니다. 낮에 활동하다가 밤이 되면 바위틈이나 굴속에서 잠을 잡니다. 전체 길이가 1m 이상까지 자라며 잡아당기는 힘이 세어 낚시 대상어로 인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는 맞지 않아 식용으로 별 인기가 없으나, 일본에서는 부드러운 흰 살 생선으로 소금구이나 튀김, 조림, 된장절임 등으로 요리해 먹습니다. 혹돔은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남중국해에 분포하는 종으로 어업의 대상종도 아니고, 개체수도 많지 않아 행동이나 생리에 대한 보고가 거의 없습니다. 수컷 성어는 이마에 혹이 생기고, 어릴 때와 형태가 다른 점 등으로 보아 다른 놀래기과 어류처럼 성전환을 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필자가 독도 바다에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일정한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어 성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임주백
해양생물학 박사
어류행동생태학 전공
(주)제주오션
